명절이 다가오면 할머니의 전찌개가 생각난다. 제사 지내고 남은 녹두전을 썰어 넣고, 북어포, 고기적, 동그랑땡을 가득 담아 팔팔 끓어 주셨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에는 먹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더 생각났는지 모른다.
할머니는 떡볶이가 먹고 싶다는 나와 동생에게 궁중떡볶이를 해주셨다. 어려서 먹고 싶었던 음식은 이해의 폭이 넓지 않았다. 학교 앞에서 먹어본 빨갛고 매운 떡볶이가 아닌 고기, 버섯, 야채가 듬뿍 들어간 간장 소스의 궁중떡볶이는 매우 시시하게 느껴져서 먹는 둥 마는 둥 했던 찌릿한 기억이 있다.
사촌언니는 우리 집에서 먹은 물김치에서 큰고모의 물김치 맛을 떠올렸다. 어쩜 그렇게 똑같은지 모르겠다며 맛있게 먹으며 좋아했다. 엄마는 '우리 식구들은 잘 안 먹는데..'라고 말하며 그 모습을 너무나 기분 좋게 바라보았다. 나에게는 너무나 당연하고 익숙한 맛이어서 나는 그 맛이 그리 특별치 않았고 맛있다고 얘기해본 적이 없었다. 그렇지만 나도 그 물김치를 좋아했다.
집에서 음식을 할 때 나는 늘 돕는 역할만 했어서, 하나의 음식을 온전히 다 해본 적은 없었다. 그렇지만 ‘본 적 있는’ 기억을 더듬으며 비슷하게 만들어 나의 식탁에 내놓는다. 다행히 r은 어린 나 같지 않아서, 내가 만든 음식을 좋아해 주고 맛있다는 얘기도 많이 해준다. 그러면서도 싫어하는 것은 분명히 한다. r은 나중에 어떤 요리를 하게 될까, 문득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