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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양이삼거리 Sep 13. 2020

땅콩버터 밥

어딘가 이상했던


 버터 간장밥을 가끔 해주던 아빠는 어느 날 이거 한번 먹어보라며, 식은 밥에 땅콩버터를 비벼주었다. 보이는 것부터가 퍽퍽하고 퍽퍽한데 땅콩도 씹히는 이상함이었다. 내 반응과는 관계없이 아빠는 진짜 좋은 것을 발견한 듯 만족스러워 보였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먹어본 것이다. 땅콩버터를 먹을 때마다 그때 생각이 난다.

 땅콩버터를 잊고 있었는데, 외국 영화에 간혹 땅콩버터나, 땅콩버터 샌드위치가 나오는 장면이 있었다. 그래서 꼭 그렇게 먹어보겠다고 생각하다가, 어느 날 땅콩버터를 한통 사서 집으로 왔다. 그리고는 숟가락을 꺼내 가득 떠 한입 먹어보았다.


 흠, 마음이 안정되는 기분 좋은 맛이었다. 진득하게 입안을 채우면서 부드럽고 고소한 맛. 종종 그렇게 한 숟가락 먹곤 한다. 자주 사놓는 것은 아니지만 나의 추억의 맛이다.


 토스트 빵에 땅콩버터를 잘 바르기 위한 방법은 빵을 구워 바를 면을 판판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한다.


 입맛이, 맛과 음식을 대하는 태도가 변하고 넓어진다는 것을 알 것 같다. 여전히 처음인 것들도 많고 또 잘 안 먹게 되는 것들도 생기지만, 기억 속의 것들이 시간이 지나 다르게 다가온다.


 중국식 냉면에 들어간 땅콩버터나, 태국 볶음면에 올라가는 땅콩 크런치 같은 것들을 먹으면 다르면서도 비슷하다고 생각해보게 된다. 차고 새콤달콤한 음식, 혹은 매운 음식에 들어가서 어떤 방식으로든 균형을 맞춰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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