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에는
새해에 하얀 떡국을 먹는 것에 착안하여, 우리는 연말에 오징어 먹물 스파게티를 먹는다. '지나는 해의 나쁜 기운을 몸속까지 까맣게 지우자.'는 우리만의 주문이다.
처음 집에서 오징어 먹물 스파게티 한 날은 잊을 수가 없다. 식탁에 시커먼 면이 담긴 접시 3개를 올려놓았다. r이 어려서 작은 젓가락을 사용할 때였다. 입술에 까맣게 묻히고 잘 먹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까맣게 됐다고 조금 놀렸더니, 마음이 상해서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도 야무지게 스파게티를 먹었고 그 모습은 우리를 더 웃게 했지만 눈치 보느라 마냥 웃을 수 없었다. 생생하고 소중한 순간이다.
연말 즈음 대형 마트나 백화점 식품매장에 갈 일이 생기면 미리 오징어 먹물 소스를 사놓는다. 오징어 먹물 스파게티 면도 사놓을 수 있지만, 일반 스파게티도 충분히 검어진다. 면이 익으면 팬에 담고 소스에 면수 한 스푼을 더해 잘 섞고 올리브 오일, 올리브 등 좋아하는 것을 넣고 더 익히다가 접시에 올린다. 처음에는 면수를 넣지 않았었는데, 면수를 넣으면 오징어 먹물이 풀어지듯 향과 맛이 더 살아난다. 미리 따로 준비한 마늘 크런치나 엔쵸비와 함께 먹는다.
* 오징어 먹물 스파게티에 오징어를 넣어도 좋다. 우리 집 식탁에서 오징어를 넣지 않는 이유는 오징어를 먹지 않는 식구가 있기 때문이고, 같은 이유로 버섯이 올라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