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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양이삼거리 Oct 26. 2020

오징어 먹물 스파게티

연말에는

 새해에 하얀 떡국을 먹는 것에 착안하여, 우리는 연말에 오징어 먹물 스파게티를 먹는다. '지나는 해의 나쁜 기운을 몸속까지 까맣게 지우자.'는 우리만의 주문이다.


 처음 집에서 오징어 먹물 스파게티 한 날은 잊을 수가 없다. 식탁에 시커먼 면이 담긴 접시 3개를 올려놓았다. r이 어려서 작은 젓가락을 사용할 때였다. 입술에 까맣게 묻히고 잘 먹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까맣게 됐다고 조금 놀렸더니, 마음이 상해서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도 야무지게 스파게티를 먹었고 그 모습은 우리를 더 웃게 했지만 눈치 보느라 마냥 웃을 수 없었다. 생생하고 소중한 순간이다.


 연말 즈음 대형 마트나 백화점 식품매장에 갈 일이 생기면 미리 오징어 먹물 소스를 사놓는다. 오징어 먹물 스파게티 면도 사놓을 수 있지만, 일반 스파게티도 충분히 검어진다. 면이 익으면 팬에 담고 소스에 면수 한 스푼을 더해 잘 섞고 올리브 오일, 올리브 등 좋아하는 것을 넣고 더 익히다가 접시에 올린다. 처음에는 면수를 넣지 않았었는데, 면수를 넣으면 오징어 먹물이 풀어지듯 향과 맛이 더 살아난다. 미리 따로 준비한 마늘 크런치나 엔쵸비와 함께 먹는다.


 * 오징어 먹물 스파게티에 오징어를 넣어도 좋다. 우리 집 식탁에서 오징어를 넣지 않는 이유는 오징어를 먹지 않는 식구가 있기 때문이고, 같은 이유로 버섯이 올라오지 않는다.


2014.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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