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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양이삼거리 Oct 24. 2020

새로운 재료 쇼핑

 변산반도 곰소항에서 사 온 갈치 속젓을 고기와 같이 즐기던 때가 있었다. 여기저기 조금이라도 어울린다 싶으면 내놓을 정도로 좋아했다.

 

 생활패턴이 조금씩 바뀔 때마다 식탁도 바뀌었다. 특별히 싫어졌다기보다는 상황에 따라 다른 것이 먼저 채워지는 것이다. 보통의 식탁이 100bt*일 때 유지되는 것이 80bt 바뀌는 것이 20bt 정도 라면, 아침식사라던지 기본 식재료, 자주 찾는 식당 등은 유지되는 것에 들어가고, 바뀌는 것들은 우선순위인 ‘흥미로운 것’이 먼저 채워지고 기존의 것은 순위가 바뀌거나 밖으로 벗어나 주변을 맴돈다. 그러다 어떤 알 수 없는, 뜻밖의 일로 이끌려 궤도 안으로 다시 들어오기도 한다. 변수가 많고 이유도 모르겠는 예측불허의 속성을 가졌다. 그래도 그중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조건은 ‘새로운 것’ 그러면서 ‘움직이는 반경 안의 것’이다.


 일정 기간으로 나눌 수 있는, 생활패턴이 바뀌는 것 중 큰 것은 이사를 했거나, 근무지가 바뀌거나, 학교에 가거나 방학이거나, 프로젝트가 있거나, 없거나 하는 이유들이 있을 것이다.  계절이 바뀌는 것도 넣어야 할 것 같다.


 그 외 ‘흥미로운’ 것이 속하는 부분은 ‘어딘가로 나들이, 여행을 다녀왔다.’ ‘새로운 곳에 쇼핑을 다녀왔다.’가 될 것 같고, tv 나 sns 속 hot 한 item 도 넣을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집 흘러간 목록들을 떠올려본다.


 갈치속젓, 피시소스, 오코노미야키 소스, 토르티야, 케첩, 마요네즈, 생선 수프, 히말라야 소금, 타이바질, 커민, 매콤 마늘 크런치 소스, 골뱅이 통조림, 핫소스 등등


 요즘 올라 있는 것은 스리라차 소스, 해선장 소스이다. 해선장 소스 앞에는 닭고기, 오리고기, 돼지고기라고 쓰여있다, 만능이라는 소리인가. 스리라차 소스도 역시 그렇다.



 토마토&스리라차 양파 비엔나소시지 볶음


 양파를 한 개 아주 얇게 채 썬다. 가지를 썬다. 피망을 얇게 채 썬다. 토마토는 껍질을 제거하고 잘게 자른다. 비엔나소시지를 어느 정도 볶다가 채 썬 양파를 넣고 같이 볶는다. 양파가 숨이 죽으면 가지와 토마토를 넣어 뭉글하게 소스같이 될 때까지 익히고, 피망을 넣고, 스리라차 소스, 후추를 추가해 더 볶다가 접시에 담는다.


 j가 라따뚜이를 만들고 남긴 재료로, 엇비슷하게 소시지볶음을 했다. 가는 양파들이 잘 익은 소시지를 감싸고, 매콤한 토마토소스가 배어있는 와중에 사각 하는 붉은 피망 맛이 느껴지는 맛. 생각한 대로 완성된 것 같다.

 요즘 자주 먹고 있는 것. 참치캔과 비슷한 느낌이지만 더 고소하고 진한 맛이 나는 고등어 토마토&바질 통조림.


 본가의 냉장고 냉동실에는 진귀한 것들이 얼려져 있다. 예전에는 내가 히스토리를 알고 있는 것도 있었는데, 지금은 언제부터 거기 있었는지 모르겠는 것들이다. ‘이건 뭐야?’라고 물으면, ‘그거 있어 언제 누가 준거야, 어디 좋다는데.’라는 대답을 듣는다. 그게 왜 아직도 있을까?

 식탁을 차리고 보니 가짓수가 많은 것 같아서 통조림을 꺼내지 않았더니, 같이 꺼내 먹자고 한다. 예전에 j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지금 아껴먹는 거야? 통조림 말고 옆에 있는 사람을 아껴라!”


 새로운 것들을 충분히 즐기자.


* bt = bluetable

   쓰다 보니 재밌어서 만들어본 근거 없는 테이블 지수. (밥, 빵/국/면/일품요리/김치와 반찬/간식/과일/생선, 고기/외식과 도시락) X 10가지 = 100bt 생활 패턴이 비슷하게 유지되는 특정 기간 동안 식탁에 오를 수 있는 가짓수를 100으로 보았을 때, 보통 유지되는 (자주 가는, 사는, 혹은 만드는) 항목과, 새롭게 채워진 것들의 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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