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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양이삼거리 Dec 17. 2023

세 번째 요리법

다음의 이야기는 검증되지 않은 것들로 저희 집의 사정입니다.



 나는 세 번째 요리법을 제법 가지고 있다. '세 번째 요리법'이란 마감을 끝낸, 맛의 지어지지 않은 설계도로 첫 요리를 성공적으로 만들고 두 번째 자신만만하게 도전했다가 과욕으로 실패 후, 첫 번째와 두 번째를 곱씹으며 다음 요리를 생각해서 남겨놓은 요리법이다. 그러나 이 세 번째 요리법은 요리된 적이 없어서, 여전하게 '세 번째 요리'로 남겨져 있는 것이다. 오늘은, 눈이 쌓여가는 겨울 저녁에, 그렇게 남겨진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따지고 보면 생각보다 다양한, 새로운 요리를 해 먹지 않았다. 그리고 자주 먹는 것은 이미 세 번째 요리가 아니고, 맛있다. 식탁은 입맛에 맞는 비슷한 요리와 반찬들이 오르고 계절에 따라서 주기적으로 변경되었다. 그런 비율을 80% 정도로 예전에 내가 만들어 본 근거 없는 테이블 지수(bt, blue table*)로 적어보았었고, 새로운 것이 채워지는 비율을 20% 정도라고 보았다. 그렇게 1년을 따져보니 그때그때의 점심 스파게티 같은 있는 재료 요리와 새로운 쇼핑목록은 제외하고, 신선한(새로운) 요리가 등장할 만한 상황은 많이 생기지 않았다. 그리고 그걸 다시 만든다는 것은 어떤 조건이 맞았다는 것인데, 제일 중요한 것은 '세명 입맛을 만족시켰다', 그리고 '재료를 구하기 쉽다', 그다음으로는 '만들기 쉽다'는 세 가지이다. 이건 1년의 시간에 대한 요리로의 접근이다. 1년을 표로 만들어서 나름의 이유를 들어 (저녁메뉴만) 정리했다. 사실은 조금 더 구체적인 메뉴로 만들어둔 표가 있지만 이건 정확한 기록에 따른 것이 아니고 어디까지나 생활모습을 돌아보면서 기억에 의존한 것이니 단순하게 해도 상관없을 듯해서 아래는 뭉뚱그려 다시 만든 것이다. 이걸 만들다 보니 한 해가 조금 다른 방식으로 정리됐다. 계절이 바뀌면서 철에 따라 등장하는 것들과 그 사이에 만나는 중요한 절기의 명절과 이름 붙여진 날들, 우리가 태어나고 자란 순간들 그리고 일상에서의 행사들 이것들이 어우러지면서 한 해가 많은 사건의 순간을 지나갔다.


 1년의 요리 일정을 생각해 보자. 아침과 가볍게 먹는 점심은 제외하고 그때 자주 등장하는 있는 재료 파스타들도 제외했다. 365일의 저녁으로 한정한다. 메뉴는 보통 주가 되는 대표 음식으로 하고 물론 여러 가지가  동시에 식탁에 등장하기도 하지만 준비시간을 따저보면 늘 그런 것은 아니기 때문에, 메뉴하나를 하루로 잡았다. 1-2주일에 등장하는 횟수를 개략적으로 떠올리면서 적었다.


030 명절, 절기와 생일 및 행사

015 봄 봄나물

015 여름 텃밭채소와 과일

015 가을 구황작물과 배추, 무

015 겨울 김치, 말린 나물

030 김치찌개, 된장찌개 등

030 미역국, 소고기뭇국 등

030 삼겹살 등 고기구이 및 생선구이

030 만둣국, 라면, 포토푸, 돈지루 등  

030 기타 lalala김밥, 볶음밥, 동태전, 튀김 등

060 치킨, 중국집 등 동네 외식

030 여행, 나들이 외식


이렇게 하면 35일이 남는데 그러면 큰 행사가 없는 주만 따져서 1주일에 1번 꼴로 생각할 수 있다, 1년은 52주. 그 정도가 지루하지 않게 새로운 요리가 등장할 수 있는 순간이다. 이 하루는, 같은 요리의 반복이 되거나, 여기서의 같은 요리의 반복은 본래의 요리법을 따르는 요리를 말하는 것이 아니고 어제 먹은 것, 어제의 재료가 식탁에 올라오는 것이다, 혹은 '오호라, 새롭구나'하는 순간이 되거나 하는 것이다. 1주일에 한번 정도라니 꾀 자주 있는 일인 것 같이 생각이 되어서 '뭘 먹을까'의 고민이 타당하게 여겨지는데 세 번째 요리법이 여전하게 남겨진 이유를 다시 따져보면, 어쩌면 아주 일어나지 않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어서 남겨진 설계도가 짠하다. 아- 세번째 요리법 들이여! 그대들은 영원히 나의 이 브런치 글에서만 기억될 것인가. 나에게 만들어지지 않은 '세 번째 요리법'은 뭐란 말인가.  


 나는 그 '세 번째 요리'를 좋아한다. 완성품이기 때문이 아니다, 처음의 우연과 즐거운 시간 그리고 우스꽝스러운 과장됨과 식탁에서 가진 분석의 시간, 그리고 진지하게 적어놓은 기록과 모든 기억의 교차점들에서 생겨날 사건의 기대와 설레임이 나의 '세 번째 요리법'이다. 그 장소는 나의 집, 식탁 위 그리고 식사 시간과 우리들이 주인공이다.


 어느 날 이 글을 본 누군가가 말할 것이다.


뭐 알겠어요, 그러나 저러나
 당신, 서울에 살고 있군요?



일요일에 썼습니다.


새로운 재료 쇼핑*

https://brunch.co.kr/@bluetable/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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