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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양이삼거리 Jun 04. 2024

미역오이냉국

청량하다

미역/오이/양파/소금/식초


"B, 오이냉국이 먼저예요? 아니면 미역냉국이 먼저인가? 그리고 언제부터 우리는 미역오이냉국을 먹게 된 거죠? 그리고 왜 양파는 언급조차 없는 거예요? 단맛을 주는 건 양파인데."


"헛, 글쎄.. 이건 뭐 오이냉국 산골국과 미역냉국 바닷국의 사람이 만나서 생긴 걸까? D, 그런데 양파는 넣지 않을 수도 있어, 그건 너의 입맛이야, 따로 맛을 주는 육수를 내서 쓸 수도 있지. 내 생각에는 미역냉국에 고명으로 오이를 조금 올려 먹었던 게 시작 아닐까? 오이냉국은 아삭하고 시원한 식감으로 온전하게 오이냉국으로 먹을 수 있는데, 미역을 더한다는 건 조금 애매하게 미끄덩해. 이미 여름의 맛으로 충분하니까. 육수로 미역은 생각해 볼 수 있지, 너무 무겁지 않은 해초의 맛. 다시마도 있지만 이때는, 나는 아무래도 묵직하고 촘촘한 느낌의 다시마보다는 나풀거리는 미역이 좋아. 그런데 미역냉국의 부드러움은 뭔가 조금 아삭한 것을 넣고 싶단 말이야. 그런데 D, 김냉국이 있다는 것 알고 있었어? 난 또, 이건 처음 알았네. 김을 부숴서 육수에 넣은 냉국이야, 차가운 검은 수프지. 그런데 이건 묘하게도 내 상상 속에서는 부드러운 상태로 후루룩 먹는 게 더 매력적일 것 같단 말이지, 오이맛도 거슬릴 것 같고. 미역 냉국도 그렇게 먹을 수 있는데, 미역과 오이의 만남은 뭐랄까 목마른 나그네를 위한 한 그릇 물에 띄워진 나뭇잎 같달까. 그건 여유지, 질감 속의 여유로 생긴 식감이야. 오이와 미역은 비슷한 점도 많아. 그 초록의 투명함을 생각해 봐요"


"당신, 참..."

"그럴지도."


"오이냉국은 일종의 오이물김치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단맛도 들어가고 오래 숙성시키기보다는 금방 해서 먹는 것이 다를까? 그래서 저는 이번에 그걸 염두해서 다른 방법을 써보기로 했어요. 그리고 그게 꾀 맛이 있었답니다. 잘게 부순 미역을 뜨거운 물에 담가놓고, 채 썬 오이, 양파를 소금으로 절이고 식초도 뿌렸어요. 20분 즈음 후, 절인 채소에 불려진 미역을 식은 물과 같이 붓고 익혔죠. 가만히 뜸 들이다가 냉장고에 넣고, 식탁에 올릴 때 얼음을 몇 개 띄웠어요."


"맛있었겠군!"

"그럼요, 6월이 되고 나니 뭉게구름이 여름을 알리네요. 지금이 딱이에요, 냉국은! 나는 조금 이른 듯한, 맛이 찾아오는 순간을 좋아한답니다. 그리고 그 미역오이냉국은 엊그제 당신이 먹은 그 냉국이죠."


"그랬었나? 냉국은 냉탕, 창국으로도 말하고, 다양한 야채들로 냉국을 만들어먹었던 거야. 그중 오이냉국과 미역냉국이 있지. 기록은 기록이고 생각해 보면 야채의 맛을 내는, 소금에 절여 먹던, 혹은 바다, 그때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아. 그런데 '순채'를 들어본 적 있어요? 냉국을 찾아보면 고려시대 이규보의 시문에 ‘순갱’의 기록이 있다*고 하는데 순갱이 순채로 만든 국이더라고, 순채는 생소하단 말이지. 수련과에 속하는데 멸종위기식물이어서 아마 우리가 맛볼 수 있는 일은 없을 것 같아요. 그냥 상상해 볼 수는 있어요. 그 맛을 '청담 하다'라고 표현했다는구만. 미역오이냉국의 청량함과는 다른 청아하고 담백한 맛의 냉국이라니, 순채라니. 蓴 순채 순, 순채인데 파래를 석순(石蓴)이라고도 쓴다고 하니 조금 더 상상해 볼 수 있을까요?"


"맛이 청담하다는 표현 멋지지 않아요?"



[출처:  - 냉국(冷국)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24.06.19. 순채는 간혹 일식집에서 내어주는 경우가 있고 일본에서는 6월 즈음 제철로 구입도 편하고 맛볼 수 있는 곳이 많다고 합니다. 궁금하시분들은 순채/蓴菜/junsai/watershield 로 검색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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