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나눔 텃밭을 마감하고 멋지게 자란 로즈마리를 집으로 데리고 왔었어. 더덕과 방풍나물 곁에서 작고 연약한 모종이었던 것이 한참을 그렇게만 있더니, 어느 날 갑자기 바람결을 따라 휘날리며 자유롭게 움직이더니 줄기가 굵어지기 시작했지. 놀랐어, 다행이라고도 생각했고. 쎈 구역에 있어서 못 자라는 줄 알았거든. 맞는 크기의 토화분을 사고 물 빠짐에 신경 써서 돌멩이도 넣고 흙을 잘 덮어주었지. 적당하게 빛 잘 드는 곳에 놓았어. 바람도 좋고 물도 신경 써서 주었더니 녀석은 금방 적응을 했는지 연한 새 줄기와 잎을 피웠지. 너도 그랬을 거야, 생기로 가득 찬 그를 보는 즐거움이 있었어. 양손으로 퐁퐁 어루만지다가 얼른 한 움큼 기운을 가득 담아서 얼굴로 가져가 흠뻑 들이켜. ㅇ ㅏ ㅎ ㅁ, 나를 감싸안는 초록의 숲, 독특한 향내, 깊이, 나는 또렷해지는 것을 느껴.
로즈 마리누스 Ros Marinus, 바다의 이슬
나를 생각해요.
우리는 이미 몇 차례 밭에서 키우던 로즈마리를 집으로 데려온 적이 있었는데, 사실 번번이 잘 키우지 못했지, 그랬어. 이사하고 환경이 더 좋아졌고, 녀석이 워낙 튼튼해 보여서 이번에는 오래 함께일 줄 알았던 거야. 텃밭 폐장 즈음이니까 11월 말 겨울 맞을 준비를 하던 때, 모든 준비를 마쳤어. j는 뽁뽁이, 비닐공기방울누빔 시트로 알맞게 재단하고 이어 붙여서 그에게 꼭 맞는 집을 만들어 주었지.
그날은 조금 부주의한 날이야. 영하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했고 우리는 그가 뭐, 하루쯤은 견디어 줄 거라고 생각했어. 그 정도로 강해 보였거든. 그렇게 섭씨 0도 즈음의 새벽을 지나고 거실로 들여놓았는데,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어. 잎이 마르고 가느다란 실 줄기가 드러나기 시작했지. 너도 보면 바로 알 거야, 그 생기 잃은 표정을. 줄기 하나가 바짝 완전히 마르니까 우리는 당황하고 어찌할 바를 몰랐어. 햇빛을 쐬주고 바람을 쐬주고 물을 주고, 그는 점점 시들고, 잎 떨어지고, 창백해지고, 더는 어쩔 수 없었지. 아마 그날이었을 거야. 그날 그는 결심한 거지. 부주의함, 그런 걸 견딜 수 없었던 거야, 단 한순간도.
‘앗, 추워! 꾁.’
올봄에도 화분을 하나 샀어. 요리할 때 잘라서 쓰고, 생수에 넣기도 했는데 가위를 가지고 베란다로 수확하러 가는 기분은 어쩐지 좋지 않았어. 바로 옆 바질 화분들도 같이 채집하곤 했는데, 편하고 맛있게 먹었지만 맞아, 썩 기분 좋은 일은 아니었지. 아무래도 잡아먹는 것에는 텃밭 정도 거리는 필요한 모양이야. 그리고 그들에게 흙이, 태양이, 바람이, 이슬이, 새들이 없다는 것은 어딘가 완전하지 않은 것이지.
나는 작고 소중한 것을 대할 때 로즈마리를 생각해.
화려하기도 하고 알싸하기도 한 또렿한 향과 한 없이 연약한.
아, 나의 로즈마리
너의 로즈마리를 잘 돌봐줘.
좋은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