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습하고 더운 추석이라니.
선선하고 쌀쌀하기도 해서 만들어 놓은 음식들이 광주리에 담겨 여기저기 놓이는 풍경이 추석의 모습인데, 더위에 집이나 시장이나 전과 송편들이 실 내로, 냉장실로 들여지다 보니 연휴가 이미 시작된 주말인데 분위기가 잘 나지 않는다. 오늘 저녁은 명절음식으로 만두를 할까 잠시 생각도 해보았지만 엄두가 나지 않았다. 적당히 고기도 굽고 채소들도 풍부하고 시원한 음료수와 함께 먹을, 자주 먹지 않았던 메뉴를 생각하니 시의적절하게 떠오른다. 이 날씨를 보자면, 그리고 그에 따른 채소들의 수급상황을 보자면, (작년과 다름없이 시금치는 한단에 만원을 넘어섰다.) 우리 조상님들은 이해해 주실 것이다.
추석을 맞아 햄버거를 만들어먹기로 한 우리는 언제나 그렇듯 부푼 기대를 가지고 인근 대형마트로 향했다. 그곳에서 햄버거 빵을 살 수 있다. 아니, 살 수 없었다. 역시나 햄버거 빵이 없었고, 이제는 영영 들여오지 않을 작전인지 라벨 표시도 없어진 선반을 잠시 바라보고는 미련 없이 식빵 코너로 가서 도톰하고 성긴 통밀식빵을 골랐다.
빵 눅눅해지지 않게 하기.
(수분 관리)
햄버거 빵이 아닌 빵을 사서 햄버거를 몇 번 만들다 보니, 햄버거 빵이란 어때야 하는가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일단 먹는 중에 고기와 채소들을 잘 잡을 수 있어야 하고, 씹을 때 다른 재료들이 적당한 간격을 유지해서 조화로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 부드러워서 씹을 때 진득거리는 식감은 조금 부담스럽다. 다른 맛을 포용할 수 있는 담백한 맛이 좋다. 식빵을 써보니 속 재료들과 닿은 면의 면적이 같은 동그란 햄버거 빵 보다, 사각 코너의 여백을 가진 식빵이 대안으로 나쁘지 않았다. 빵의 비율이 조금 높아진 것도 그렇고 양측에서 여유롭게 잘 잡을 수 있는 것도 편하다. 대신 치밀한 겉이 없이 잘린 내측면을 이용하는 식빵이 힘을 유지할 수 있도록, 팡팡함을 잘 살리는 작전을 세워본다.
빵을 낮은 온도에서 수분이 충분하게 빠져나가도록 굽는다. 불이 세면 겉만 타듯이 익고 판판해지지 않는다. 여러 번 뒤집으면서 노릇해지면 팬에서 꺼내 접시에 올리고, 온도가 낮아지며 접시 면과 닿아 생기는 잔여 수분을 날리기 위해서 세워두거나 비스듬하게 뉘이고 잘 뒤집는다. 시간이 지나면 상온에 두었던 치즈를 한 장 올리고, 고기가 익기까지 기다린다.
키친타월로 물기를 제거한 양상추를 올려서 방수층을 만들고 패티를 올린 후에 치즈를 한 장 더 얹고 토마토, 파인애플을 쌓았다.
빵을 덮는다.
오늘, 날씨기록 24.09.15. 21°-31° 서울 (추석연휴 추석은 17일)
덥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