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그렇게, 문어 소시지는

자라서 석류가 된다.

by 고양이삼거리

무심코 지나가던 담장 옆 누군가 정성 들여 키우는 화분. 담홍색 작은 꽃망울이 맺히더니, 윤기 나는 겉 잎이 길쭉하게 자라다가 오므려진 끝이 ‘팡’하고 갈라지며 터졌다.

이거, 이거.. 아무리 봐도 문어 소시지인데!


문어 소시지가 대여섯 개 달린 나무는 며칠을 그렇게 있다가, 그 안에서 보드라운 겹겹의 치마폭 같은 꽃을 토해내더니 길쭉하던 껍질 안에서 열매를 맺으며 자라고 있다. 힘을 다해 둥그렇게 머리를 부풀리고 깊은 바다에서 유영하는 진짜 문어의 자태를 갖추고 솟아오르는, 이런 드라마틱한 전개를 보여주며 길쭉하고 윤나는 나뭇잎을 가진 이 나무는, 열매를 보고는 설마 했지만, 석류다. 능소화 보다 붉은색을 가진 6월의 꽃이 지고 나면 단단해지는 껍질 안에서 붉고 붉은 열매를 만들어 낼 것이다. 석류가 성숙해지는 과정이 열매만큼이나 화려하다.


문어 소시지
문어 소시지


그렇게, 문어 소시지는 자라서 석류가 된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