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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생활, 유영하는 석류

by 고양이삼거리

푸-슈 푸—ㅇ

아무도 그들의 움직임을 알지 못했다. 그들은 낮의 햇살로 붉은 에너지를 만들고, 밤마다 빛을 감춘 채 고요를 유영한다. 바람에 흔들리며 작은 껍질에서 태어나 속닥이며 자라났고, 작은 소리들을 나는 듣지 못했다. 다 되었다 생각이 들었을 때 ‘팡’ 소리를 내며 꽃을 피우고 밤의 세상으로 나왔다. 꽃은 발랄한 소녀의 스커트자락 같이 잔잔한 선홍색 주름을 자랑하다가 가볍게 떨어졌고 귀여운 문어 소시지 모양을 하고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지만, 아, 그걸 알아챈 이가 있었을까? 작은집 안에서 열매 맺기 시작한 그때, 모든 빛을 집중한 그 순간! 그들의 창백함이 증거였다. 길쭉한 형체의 머리가 점점 둥글게 부풀었다. 해가 뜨면 가만히 제자리로 돌아와 다시 발그레한 집과 그 열매를 빛나게 하는 것에 집중한다. 그들은 집을 떠난 적이 없다, 항상 함께 자랐고 안팎을 빛나게 다듬는다. ‘내 이름은 빨강’ 오르한 파묵의 소설 속 모든, 말하는 것들의 등장의 순간! ‘나는 지금 우물 바닥에 시체로 누워있다.’ 우리는 이 첫 문장을 좋아했다. 내 이름은 빨강, 석류의 아름다움을 알기까지 지나간 시간들. 알알이 박힌 그만큼 보석 같은 이야기들을 그들은 품고 있다.

유영하는 석류, 고양이삼거리

동네 석류 관찰

(직접 기르지 않음 주의)

유영하는 석류
석류꽃
석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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