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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우리 Aug 05. 2024

내가 10km 마라톤을 통해 배운 것

결승선이 보이는 순간의 깨달음

 

실제 큰아빠네 집엔 이런 메달이 100개 넘게 있다


매년 수십 개의 마라톤을 나갈 정도로 마라톤을 좋아하시는 큰아빠가 어느 날 갑자기 나와 아빠 이름으로 마라톤을 신청하고 집에 참여 티겟을 택배로 보내주셨다.



처음에는 '진짜인 가?' 경악치 못했다.


지하철 2정거장만 뛰어도 헥헥 되는 게 나였기 때문이다...


심지어 대회는 택배를 받은 지 당장 2주 뒤였다. 10km면 강남에서 여의도까지의 거리인데 과연 달리기 연습도 안 되어 있는 내가 뛸 수 있을까? 싶었다.


큰 아빠에게 취소할 수 있는 지 전화를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아빠는 '큰아빠 소원이 우리랑 같이 달리는 것'이라 하니 한번 달려보자 하셨다.



그렇게 2주 동안 나는 매일 저녁 아빠랑 달리기 연습을 했다. 뛰면서도 이건 무모한 도전이라 느껴졌다.


대회 날 아침, 수 많은 인파가 모였고 나는 '이왕 하게 된거 달릴 때까지는 한번 달려보자' 라는 마인드로 발을 내딛었다.


하지만 시작과 동시에 한명 한명씩 나를 제쳐갔다. 나와 아빠처럼 마치 그냥 한번 달려보려고 신청한 사람은 없는 듯 말이다.


6km 뛰었을 까? 정말 숨이 차고 죽을 것 같았다.


이때 무슨 생각까지 했냐면, 그냥 이 상태로 쓰러지면 뒤에 따라오는 응급차가 날 싣고 가지 않을까? 란 생각까지 했다. ㅋㅋ


( 큰아빠가 이 글을 읽으면 6km 뛰어놓고 참 가소롭다 느끼실 지도 모르겠지만 이때만큼은 진심이였다 )


반을 넘어 오니 여기까지 왔는 데 포기 하기도 싫어서, 그냥 이 악물고 앞만 보며 속도를 늦춰서 꾸준히 달렸다.


100개 넘는 마라톤 대회에 참여해 지금은 항상 상위권에 드시는 큰아빠도 날 위해 내 페이스에 맞춰 계속 묵묵히 옆에서 같이 달려주셨다.


아빠와 큰아빠 없이 혼자 달렸다면 포기했을 지도 모른다. 큰아빠한테는 내 페이스로 달린다는 게 더 어려우셨을 것을 알기에 감사함을 느꼈다.


어차피 내가 대회에 참가한 목표는 우승이 아니고 완주였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나를 제쳐가는 것과 순위에는 의의를 두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달리는 것에만 집중했다. 그 결과 완주 목걸이를 손에 얻었다.



누군가에게 항상 지기 싫어하던 내가 대회에서 거의 꼴등을 했다.


대회 1등과 내가 결승선에 도착한 시간은 1시간이 훨씬 넘게 차이 났지만 아무렇지 않았고, 오히려 성취감만 가득했다.


남은 거리 9km,8km,6km,3km,1km,100m,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은 완주선이 보였을 때 내가 깨달은 것이 있다면 '목표가 있는 상태에서 포기하지 않고 천천히 나아가기만 한다면 어떻게든 결승선에 도착한다'는 것이다.


누가 빠르고 느린지는 중요한 게 아니였다. 난 내 페이스대로 달리면 되는 것이였다.



그 이후 떠난 10시간 지리산 등반도 포기하고 싶은 순간 묵묵히 나아가니 결국은 도착했다.


에너지 조절을 못해서,

완주를 못하는 사람이 될 것인가?


포기하지 않고 에너지 조절을 하면서,

목표를 이루는 사람이 될 것인가?


요즘 내가 가장 관심 가지고 있는 주제와 생각이기에  기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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