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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tillery Story- 딘스톤 증류소

스코틀랜드에 갔다면 꼭 가보시길

by 위스키내비 Mar 09. 2025
아름다운 딘스톤 증류소 (날씨 좋으면)아름다운 딘스톤 증류소 (날씨 좋으면)

스코틀랜드의 관문, 에딘버러에서 북서쪽으로 1시간 정도 차를 몰고 가면 흐르는 강물을 옆에 끼고 있는 증류소가 있습니다. 에딘버러와 글래스고 사이에 위치한 증류소, 딘스톤입니다. 딘스톤은 여타 증류소와는 조금 다르게 생겼죠. 파고다 루프도, 연기를 뿜는 굴뚝도 없습니다. 얼핏 보면 창고 같이 생긴 이 증류소는 원래는 방직 공장이었죠. 수차의 힘을 빌려 직물을 제조하던 공장이, 이제는 몰트 위스키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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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딘버러에와 글래스고 두 대도시에서 가깝다는 점과, 잘 구성된 비지터 센터, 핸드필 프로그램, 합리적인 가격과 더불어서 아름다운 증류소 전경 덕분에 스코틀랜드를 가면 가장 가보기 좋은 증류소 중 하나입니다. 특히나, 이 딘스톤 증류소에서 만나볼 수 있는 특별한 제품이 하나 있는데, 바로 ‘스피릿’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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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릿을 판매하는 증류소는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스피릿을 판매하는 증류소는  주로 로우랜드 쪽에 포진해 있는데, 도시에 위치한 홀리루드 증류소, 새로 오픈한 로즈뱅크 증류소, 블라드녹 증류소, 린도어스 증류소 등이 스피릿을 판매하고 있죠. 하이랜드에서 뉴 메이크 스피릿을 판매하는 곳은 딘스톤과 아드나머칸 증류소 정도입니다.


스피릿 세이프스피릿 세이프

스피릿을 왜 판매하는 걸까요?

로즈뱅크를 보면, 이미 뒷배가 빵빵한 이안 맥클로이드를 두고도 스피릿을 판매한다는 건 단순히 돈이 없어서가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차라리, 진을 판매하는 것이 낫죠. 저렴하게 그레인 스피릿을 떼 와서, 단식 증류기 하나에 허브나 향신료를 추가해 증류해 버리면 되니까요. 브룩라디의 의 ‘보타니스트’ 진처럼, 성공하면 그 자체로도 괜찮은 고정 수입원이 되기도 합니다.  (그걸 보고 벤로막이 레드 도어 진을 출시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스피릿을 판매하는 것은 사실 일종의 홍보 효과를 노리는 성격이 있습니다. 신생 증류소들은 대부분 싱글몰트 증류소이고, 이들이 타게팅하는 소비자들은 싱글몰트의 개성에 끌려 위스키를 마시는 위스키 애호가들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위스키 애호가들에게 자신들 증류소의 색깔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스피릿 판매인 것이죠. 어떠한 느낌의 증류소이고, 어떠한 것을 목표로 한다…. 라는 것을 보여주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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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딘스톤은 왜 스피릿을 판매할까요? 사실 이는 딘스톤이 증류를 지어진 지 60년 가까이 되었지만, 아직 시장에 완전히 자리잡지는 못했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같은 디스텔 소속 증류소인 부나하벤과는 다르게, 시장에서 완전히 한 캐릭터를 잡지 못한 것입니다. 글렌리벳을 비롯한 초기의 증류소들이 약 2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것에 비하면 신생 축에 끼는 증류소이고, 헤리티지를 쌓는 것이 정말로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류소인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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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스톤이 아직 제대로 포지션을 잡지 못했다는 또 하나의 방증은 바로 고숙성 코어 레인지가 없다는 것입니다. 증류소 익스클루시브나, 싱글캐스크, 한정판 등으로 고숙성 원액을 출시하고는 있지만,  이미 증류를 시작한 지 60여년이 되었기 때문에 고숙성 원액은 충분히 가지고 있을 텐데 말이죠.

딘스톤이 가진 딜레마는 ‘고숙성 코어레인지에 제 값을 받을 수 있을까?’ 입니다. 딘스톤 증류소의 고숙성 싱글캐스크 제품들은 물론 맛있는, 훌륭한 위스키이지만 같은 회사 소속인 부나하벤과 비교해 보았을 때, 25년 숙성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 에 내놓았을 때 시장 반응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것이죠. 헤리티지가 부족한 증류소들이 가진 문제점입니다. 이 헤리티지를 위해서는 꾸준한 마케팅과 고평가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아직 딘스톤은 이러한 단계를 기다리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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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증류소의 네임밸류가 부족하다는 것이지, 맛이 부족하다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버번 캐스크 위스키를 처음 시도하고 싶다면, 한번 거쳐가라고 1순위로 추천하고 싶은 증류소이죠. 

(특히 뚜껑에 박힌 금속판을 만지다 보면 뭔가 제대로 된 것을 샀다는 안정감마저 듭니다)

병도 예쁜 편에다, 가격도 나쁘지 않습니다.

딘스톤 버진 오크딘스톤 버진 오크

그리고 딘스톤에서 주목할 만한 것이 또 있다면, 바로 버진 오크의 활용입니다. 버진 오크는 쉽게 말해 처음 사용하는 캐스크, 전에 숙성되었던 술이 없는 새 캐스크입니다. 이 버진 오크는 스카치 위스키에서 활용하기 까다로운 편이지만, 잘 활용하게 된다면 생산과정에서 꽤나 이득을 볼 수 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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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버진 오크의 강렬한 맛 덕분에 위스키에 빠르게 진한 향과 맛과 색을 입힐 수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저숙성임에도 불구하고 풍부한 맛을 내어줄 수 있죠. 여기까지는 다들 예상할 수 있는 장점입니다. 하지만 진짜 장점은 바로 ‘생산라인의 효율화’ 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버진 오크 캐스크에서 짧은 숙성을 거친 뒤, 살짝 맛이 빠지고 안정된 이 캐스크를 다시 위스키 생산에 사용이 가능합니다.

게다가 새로운 캐스크를 직접 조달할 수 있다 보니, 버번 캐스크나 셰리 캐스크 등을 외부에서 조달하는 것보다 더욱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죠. 셰리 캐스크의 품질 저하나, 버번 캐스크 워싱 논란을 살펴보면 이러한 안정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간접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이런 버진 오크 캐스크를 잘 사용하는 증류소가 바로 ‘닛카’ 입니다. 간간히 보이는 닛카 싱글 캐스크 제품들, 닛카 위스키메이킹 체험에서 만드는 위스키들이 모두 버진 오크 캐스크에서 숙성되는 제품들이죠.  닛카의 요이치, 미야기쿄의 코어 라인업 역시 버진 오크와 리필 오크의 조합으로 만들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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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스톤 증류소는 현재 디스텔 그룹 산하의 증류소로, 부나하벤, 토버모리와 함께 묶여 있습니다. 셋 다 위스키 매니아들에게는 품질로 유명한 증류소들이죠. 예전에는 남아공 회사에 소속되어 있다가, 현재는 하이네켄 그룹의 산하로 들어왔습니다. 게다가 캄파리 그룹이 디스텔 스피릿츠의 지분 일부를 매입하면서, 한국과 프랑스에 대한 디스텔 그룹 제품의 판권을 같이 얻어왔기 때문에, 한국에는 캄파리 제품을 수입/판매하는 ‘트랜스베버리지’ 를 통해 수입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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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자면,  딘스톤 증류소는 현재 가성비가 상당히 좋은, 미래가 기대되는 증류소라고 볼 수 있습니다. 헤리티지가 부족해 고숙성 코어 레인지가 없고, 한정판으로만 출시되지만 가격이 저렴한 편이고, 맛도 좋은 편이죠. 특히나, 증류소 비지터센터에 있는 한정판 고숙성 제품들이 특히나 가성비가 아주 좋은 편이니, 스코틀랜드에 가서 사 오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이 정도 내실을 가진 증류소가 대기업의 자금지원을 등에 업고, 국내에는 수입사를 통해 합리적인 가격으로 들어온다면 몇 년 뒤에는 글렌피딕이 가지고 있었던, ‘누구에게나 추천할 만한 엔트리 위스키’ 의 자리를 당당히 꿰찰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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