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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rgen Sep 22. 2020

기억의 회포를 풀다 - 여행 2

북아트 <풀다>

이 글은 여행 위주의 기행문이 아니라, 북아트 작품 위주의 여행편입니다.

기억의 회포를 풀다 - 여행2


비엔나,  Vienna,  Wien...


아름다운 푸른 도나우강을 찾으려고 애쓰지 마시고, 한국에서 말하는 비엔나커피도 찾지마세요.


비엔나에는 관심에 따라서 정말 볼 것이 많다. 미술, 음악, 건축…

비엔나에 다녀온 후 몇 권의 책을 만들었다. 클림트, 훈테드르 바써, 그리고 음악가들의 무덤. 건물 지붕위의 조각상들과 우리나라 지붕위의 잡상들을 한 책에 묶었다. 유럽의 보도블럭과 우리의 박석을 비교하는 사진첩도 만들었다.

다니면서 건물 지붕을 보자. 인물상이나 새나 말, 각종 조각상들이 서있다.

비엔나 음악가들의 무덤


비엔나, 겨울 방문


정식으로 방문하여 꼼꼼히 관광을 하기도 했고, 헝가리에 가는 길에 들러서 묵기도 했었다. 비엔나의 사계절을 다 본 셈이다.
비엔나하면 <비인 소년 합창단>이 제일 먼저 떠오르고, 비엔나 숲, 도나우강, 요한 슈트라우스, 베토벤 이런 단어들이 차례로 떠오른다.


그곳에 가기 전부터 기대했던 비엔나의 숲은 한 겨울이어서 포기했다. 도나우 강의 아름다움을 기대하였으나, 정작 비엔나에 흐르는 도나우강은 실망스러웠다.
독일의 파사우에서 비엔나까지 도나우 유람을 할 수 있는데, 그 코스가 환상적이지 정작 비엔나에서 만나는 도나우는 그런 아름다움을 맛볼 수가 없었다.
비엔나 커피를 맛보기 위해 도나우 강가의 카페에 들렀다. 한국에서 비엔나 커피라고 하는것과는 너무나도 다른 아주 진한 커피를 마셨다.
도심 한가운데 있는 Zentralfriedhof(중앙묘지)에서 고요히 잠들어 있는 베토벤과 슈베르트를 만날 수 있었다. 한 겨울이라 우거진 나무들의 푸르름을 볼 수는 없었지만, 듬직하게 버티고 있는 굵은 나무 기둥들이 마치 묘소의 주인들을 지키는 근위병처럼 믿음직스러워 보였다.
비엔나의 상징인 성 슈테판 대사원은 오스트리아 최대의 성당이다. 고딕양식으로 300여년에 걸쳐 건축했다고 한다. 그 지하에는 황제들의 내장과 백골을 보관한, 분위기가 아주 으스스하고 그로테스크한 카타콤베가 있다.
유럽에서 성당을 구경하다보면 늘 무덤이 함께 있는 것을 보게된다. 삶과 죽음이 한 자리에 있는 것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결코 죽음을 삶으로부터 격리시키지 않는 듯.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는 12월, 프랑스의 베르사이유 궁전보다 더 귀족적인 분위기의 쉔부른 궁전을 찾아갔다. 쉔부른 궁전의 정원은 런던의 하이드파크보다 훨씬더 넓다.
많은 부분이 보수중이어서 안내자를 따라 정해진 몇 군데만 볼 수 있었다.
일정이 바쁜 여행객들은 베르사이유나 쉔부른, 둘 중의 한 군데만 봐도 될 것 같다..
어느 곳이나 다 그렇듯이 왕실 사람들의 초상화가 구경의 한몫을 단단히 하는데, 우리 막내는 헝가리에서 시집온 왕비 씨씨에게 홀딱 반하고 말았다. 그곳에 가기 전부터 TV에서 합수부르크 왕가에 대한 드라마를 봤기 때문에 씨씨에겐 마치 현존하는 인물처럼 친근감을 가지고 있었다. 


빈이 자랑하는 미술사 박물관.
이탈리아관, 스페인관, 네델란드관, 폴란드관, 영국관이 방을 몇 개씩 차지하고 있는 이 미술관에는 15세기부터 18세기까지의 작품들이 즐비하다. 빈이 자랑하는 왕가의 보물들도 여기에 있다. 이 보물의 방에선 합수부르크왕가의 전성시대를 그려볼 수 있다 도나우 강줄기를 따라 헝가리로 이어지는 상상의 여행을 하게된다. 아니, 거꾸로 헝가리에서 비인으로 이어지는.
이 미술관을 보기위해 우리는 오후 4시간을 꼬박 할애했지만, 그래도 충분히 봤다고 할 수는 없다.
호텔은 삐그덕거리는 아주 옛날 건물에 들었지만, 방은 마치 쉔부른 궁전의 어느 방처럼 자주빛 실크 벽지로 장식된 멋진 곳이었다. 식당의 비이너 슈니쩰이라는 돼지고기 튀김요리(미국식 커틀렛)는 어찌나 푸짐한지 일인분을 둘이 먹어도 충분할 정도다. 남부 독일에도 비이너 발트(Wiener Wald)라는 식당들이 가끔눈에 띠는데 이 식당에서는 슈니쩰을 시켜먹는 것이 우리 한국인들 입맛에 좋다.  


비엔나, 비엔나의 숲에서 한가로운 산책을 하지 못했던 겨울 여행이 미흡하여 나는 숲속에 푹 파묻혀 삼림욕을 할 수 있는 날을 다시 마련할 계획이다. .


비엔나 훈데르트바써 하우스 방문 앨범


뮌헨


뮌헨에서 방문할 곳에 다 욕심을 내자면 이틀 사흘 머무는 것으론 부족하다. 개인의 관심사에 따라, 일정에 따라 방문하면 된다. 우리집의 경우엔 헨에서는 과학박물관을 중점으로 여러 번 방문했다. 아이들이 청소년기였기 때문에 꼭 필요한 방문처이다. 

칸딘스키의 그림을 자랑할만큼 많이 소장한 렌바흐하우스, 아름다운 님펜부르크 성, 피나코테 같은 곳도 빠지면 서운 한 곳. 그러나 학생이 포함된 여행이라면 도이췌스 뮤제움은 모든 곳을 다 제치고 볼만한 값어치가 충분히 있는 곳이다.
도이췌스 뮤제움에 갈 때마다 나는 '이것이 바로 독일의 힘이다'라는 생각을 하게된다. 
그곳에서 우리는 이런 이야기들을 했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해줄수 있는 것은 되도록이면 많은 것들과 접할 기회를 주는 것 뿐이라고. 경험의 기회를 주면 그것을 취하여 어떤 방향으로 발전시킬지는 아이들 자신의 몫이라고.

뮌헨의 지도로 아코디언 북과 상자를 만들었다. 뒷면에는 그리운 기억의 장소들을 적어넣었다.



빅투알리엔 마켓(재래시장)  가운데서 소시지로 점심을 먹는다. 뮌헨엔 비어가르텐(Bier Garten)이라고 하는 야외 까페들이 많은데, 시장 한가운데 커다란 카스타니안 나무 그늘에 앉아 점심을 먹는 정취도 체험해 볼만하다. 시청사가 있는 마리엔 플라츠 가까운 곳에 있다. 


시장 에피소드 1 ; 

뮌헨 근교에 살고 있을 때는 가끔 빅투알리엔 시장에 가서 생선과 싱싱한 야채를 사곤 했었다. 생선가게 계산대에서 줄을 서있는데 바로 내 앞의 사람이 산 생선을 포장하면서 점원이 머리를 싹둑 잘라 빼놓고 포장을 한다. 내 눈이 반짝였다. 

"생선 머리는 왜 안 싸죠?"

"버리는데요."(기다리던 답이고 그 대답을 예상한 질문이었으니 속으로 쾌재!)

"제가 가져가도 될까요?"

"당연히 됩니다."

그렇게 커다란 생선 머리를 두 개나 얻어온 적이 있었다. 점원의 샹상까지 내가 알 건 없다. 누런 아시아인은 버리는 생선 머리를 얻어다 먹는다거나, 마당에서 키우는 커다란 개에게 주려고 하나보다는 생각은 그 사람의 몫. 모처럼 나간 생선시장이기 때문에 나는 제법 많은 돈을 내고 생선을 샀으니 얻어가는 거지 취급은 당하지 않았다. 그 뿐! 그 사람이 어두육미魚頭肉尾라는 단어를 모른 죄일 뿐.


시장 에피소드 2;

독일에서도 무를 판다. 단무지 무처럼 길쭉하다. 계산대 옆쪽이나, 야채 코너에는 무청을 잘라놓은 것이 쌓여있다. 나는 그 무청에 눈독을 들인다. 그냥 담아와도 아무 문제가 없지만 꼭 점원에게 내가 가져가도 되냐고 물은 다음에 가져온다. 역시 큰 손 쇼핑을 하기 때문에(한 번에 몰아서 사니까) 무청 주워간다고 불쌍하게 보진 않을 것 같다.

독(나의 눈독)이 가득 든 무청을 가져와선 된장찌게도 하고 말리기도 하고 잘 먹는다.


호프브로이 하우스(HofbraeuHaus)

주말에 호프브로이 하우스에 가면 1000cc 짜리 마스(Mass)에  거품이 탐스럽게 떠있는 맥주를 앞에 두고, 우리는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민속음악을 연주하는 밴드의 소리에 모두들 흥겨워 술렁거리는 장내에서 우리도 옆사람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파도처럼 몸을 저었다.
저녁으로는 바이에른 지방의 특별한 음식 슈바이네학세(Schweine Haxe) 먹었다. 돼지의 무릎뼈를 중간불에 오래오래 구운 것으로 표면이 바삭바삭한 요리로서 우리나라의 족발과 비슷하다.

히틀러가 그곳에서 연설하던 , 토론에 열을 올리고 군중들이 힘을 모으던 , 히틀러의 흔적은 없었지만, 서로 모르는 사람들끼리도  어울릴  있는 그곳의 분위기에서  '군중의 '느낄  있었다.

레스토랑에서 기념품으로 얻어온 코스터 모음. 이 코스터들만 보더라도 뮌헨의 맥주 역사가 보인다.


칼스 플라츠에 흩뿌리는 분수의 물방울을 시원스레 받으며 여행자의 자유로운 기분을 느끼고, 뮌헨의 유명한 서점 후겐두벨(Hugendubel) 들러 책 구경을 하는 것도 좋은 프로그램이다. 영어로 출판된 책들도 많이 있다. 책은 꼭 구매나 독서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구경만으로도 좋다.

잉글리쉬 가르텐에서 웃통벗고 누워 뒹굴거리는 맛도 여행지가 아니면 체면상 어려운 일이다. 한번 체험 해보시라.

바이에른 여행자들은 퓌센 지방의 노이슈반슈타인(Neuschwanstein)을 중요한 목적지로 정하는 것 같다. 자동차를 이용하여 뮌헨에서 가자면 퓌센으로 가는 길에 에탈(Etal)수도원도 들러보면 좋을 것이다. 

에탈 수도원 - 슐로스 린더호프 - 오버아머가우, 이런 코스로 노이슈반슈타인으로 가는 길이 참 아름답다.


루드비히 2세의 성 노이슈반슈타인
곁에는 루드비히1세가 살던 성이 있는데, 아들의 성이 아버지의 성보다 더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으니 동양사상으로 볼 때 루드비히 2세는 불효자다.
성에 올라갈 때는 마차를 타고 올라간다. 나는 절대로 마차의 제일 좋은 앞자리에 타지 않는다. 멋있을 것 같은 그 자리에 앉아서 경사높은 산길을 올라가노라면 말이 노상방뇨(또 다른 것까지)를 제멋대로 하기 때문에…
쇠파리란 놈은 국적에 상관없이 그것을 되게 좋아하여 덤벼든다. 이것이 마차 앞자리에 앉은 사람이 보아야할 멋진(?) 풍경이다.
노이슈반슈타인 성은 독일에서 최초로 중앙난방시스템을 설치한 곳이란다. 베르사이유 궁전의 거울의 방과 비슷한 거울의 방이 있는데, 바그너를 좋아한 루드비히가 그곳에서 바그너의 음악 콘서트를 듣고자 만든 음악 홀이다. 그는 이 성이 완성되기 전에 아직도 미스터리로 남아있는 죽음의 길을 떠났다.

미국 디즈니랜드에 이 성의 외관을 그대로 따라서 만든 모형이 있고, 우리나라 롯데월드에도 있다.



스위스 융 프라우 요크

융 프라우 요크에 가는 사람들은 주로 인터라켄으로 모여든다. 그러나 조용한 정취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스피츠에 여장을 푸는 것도 좋을 것이다. 툰 호수가에 자리한 스피츠는 알프스 산자락에 붙어있는 아주 작은 동네이다
언덕위로 교회가 있고, 그 아래와 산 언덕에 몇 가구가 한 동네를 이루고 있다. 이 호수는 인터라켄까지 통하는데 여행철에는 유람선이 다닌다.


융프라우 가까이에서 묵고 이른 아침에 산에 오르고 싶으면   중턱 그린델발트(Grindelwald)에 묵어도 좋을 것이다. (우리 가족이 거치는 코스다)

버리기 아까운 초콜렛 상자 속에 융프라우 지역 지도를 간편한 책으로 엮어서 넣었다.

우리가 꼭 안내해야 할 사람들이 한국에서 여행을 나오면 우린 주로 그린델발트의 호텔에 묵는다. 이튿날 융프라우에 오르는데 일찍 서두를 수가 있기 때문이다. 융프라우 행 기차 요금은 오전 8시 이전엔 약간 더 싸다.
독일어의 융프라우(Jungfrau)는 젊은 여자, 처녀라는 뜻이 있는데, 사람들은 융프라우가 왜 융프라우인가라는 물음에 아주 재미있는 답을 한다. 그 앞에 있는 산이 묑크(Moench 수도사)이기 때문이라고.
융프라우요크에 오르기 위해선 기차를 타야하는데 이 기차를 잔(이빨) 라트(바퀴) 반(기차), Zahnradbahn이라고 한다. 레일과 바퀴가 서로 톱니처럼 되어있어서 맞물려가며 산을 오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경사가  심한 길에서 미끄럼을 방지하기 위함이란다.
창밖으론 알프스의 산간마을이 화폭속에 들어앉은 그림처럼 보인다.


나의 서스텐파스 통과 경험

우리가 융프라우에서 무엇을 보았던가. 축복받은 날씨에 눈이 멀 것만 같은 쪽빛 하늘, 감히 범접할 수 없이 새하얀 눈, 그리고 도도히 버티고 있는 산을 보았다.
해발 3160m에 있는 아이스메어(Eismeer)는 얼음 동굴을 파서 그 속에 얼음 조각품을 만들어 놓은 곳이다. 일본에서 많은 돈을 댔다는데 그랬기 때문인지 일본어 안내는 빠짐없이 친절히 붙어있다.

우리나라 등반대원 고상돈씨가 등반중 숨진 아이거 빙벽에 잠시 멈추어 장치해둔 유리창으로 밖을 내다본다. 산은 위용을 자랑하며 듬직하게 버티고 서있다.


서스텐파스(Sustenpass)는 6월 1일부터 통행금지가 풀린다. 우린 그 첫날 파스를 통과하며 즐거워했다. 그린델발트에서 내려와 서스텐파스를 거처, 북부 이태리의 아름다운 호수들을 지나 밀라노까지 가는 자동차 여정이었다.
한국인 관광객들, 아니 동양인 관광객들이 수없이 많이 스위스를 필수코스로 다녀가지만, 그중 몇 명이나 이 서스텐파스 길을 알까?

서스텐파스의 가장 높은 곳은 해발 2224m, 스위스의 바쎈(Wassen)에서 인너키르헨까지 통하는 46Km의 산길이다. 급한 경사는 9%, 원만한 경사가 5.9%라고 한다. 6월부터 10월까지만 열려있으니 일년의 반도 채 안되는 기간만 다닐 수 있는 산길이다.

서스텐파스가 있는 곳의, 서스텐스피쯔(Sustenspitz,2931 m), 클리 서스텐호른(ChliSustenhorn, 3315 m), 게베흐텐호른Gwächtenhorn,3420m), 이렇게 세곳의 파스를 다 도는 길은 120Km나 된다.

우리는 감탄사를 연발하며 달리다간 멈춰서 경치를 감상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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