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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rgen Sep 23. 2020

기억의 회포를 풀다 - 여행 3

북아트 <풀다>

이 글은 여행 위주의 기행문이 아니라, 북아트 작품 위주의 여행편입니다.

기억의 회포를 풀다 - 여행 3


아이제나흐, 요한 세바스챤 바흐


오랜 외국 생활을 끝내고 귀국하여 편안하고 포근한 모국의 품에 안겨 얼마동안의 시간이 지났다. 자주 그리워하던 곳 내 나라에 와 있는데 이상하게 이번에는 반대로 몇 년간 살던 독일이 그리워지는 것이다. 이런 변덕이 있나? 거기, 거기, 거기 가고싶고, 그때 먹던 그 맛있는 음식 먹고싶고, 아 그것 사가지고 올 걸 웬 우아한 척 하느라고 그걸 안사왔네...  독일이 많이 가고싶었다.

그러나 귀국 후의 해외여행은 쉽지가 않았다. 각종 약을 입에 달고 사시는 노모가 계셨고, 경제 사정은 겨우 살림살이할 지경이니 여행비도 떼어내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어찌어찌하여 다시 갔다. 단단히 준비를 하고 바이마르 공화국 루트를 훑었다. 이젠 한 번의 발걸음도 너무너무 귀했다. 거기 살지 않으니까. 다시 올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니까.

그렇게 건져올린 책이 바로 <요한 세바스챤 바흐>다. 바그너와 괴테와 루터의 흔적도 더듬었고 자료 수집도 하였으나 우선 바흐 만들기에 집중했다. 아이제나흐 바흐 하우스에서부터 라이프찌히의 바흐 묘까지 꼼꼼히 챙겼다.

(왼쪽)-바흐 책 표지,  (오른쪽)-책을 펼친 모습. 엽서, 사진, 소책자 등이 들어있다.)


바흐 책은 북아트 <풀다>, 이야기 보따리를 풀다 - 북아트 편에 올립니다.

바이마르 루트를 왜 선택했나?

여행은 당연히 어떤 장소를 방문하는 것이다. 장소 중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나의 여행은 인물 중심일 때가 많다. 평소에 독서를 통해서 관심을 갖고있던 인물들의 흔적찾기 여행이라고 할 수 있다.

종교개혁을 주도한 마르틴 루터의 흔적을 찾아 바르트부르크 성에 한번쯤은 갈 계획이었다.  자연히 여행의 출발점은 아이제나흐가 되었다. 마침 여행 전에 프리드히 실러의 <미학편지 Briefe ueber die aesthetische Erziehung des Menschen 안인희 옮김>를 선물받았는데 어렵게 완독하였다. 그 기분의 여파로 괴테와 실러의 발자취를 따라 바이마르에 가기로 결정했다. 그 코스 중에 바그너 음악의 성지 바이로이트도 들렀고, 아이제나흐에서 만난 바흐가 묻힌 라이프찌히까지 가게 되었다.

바이로이트의 음악축제는 유명하지만 우리가 방문했던 해에는 콘서트홀이 보수중이었다.그 여행에서 수집한 자료로 바흐책을 완성했을 뿐 괴테와 실러, 루터의 자료들은 상자속에서 아직 나오지 못하고 있다.



아, 아름다운 우리 강산


제법 유명한 강사의 강연에서 꽃놀이 다니는 사람들을 가볍게 여기는 발언을 듣게됐다. 유흥객들을 비하하자고 한 말은 아니었다. 그러나, 귀로 들은 소리가 딴 생각으로 마구마구 뻗어가는 내 특성상 그 이야기의 꼬투리를 잡았다.

꽃이 피면 산으로 들로 찾아가서 봐야지. 그 꽃이 그리 하찮은 생명이 아닌데, 우주의 한 부분인데, 꽃들은 내 곁으로 움직여서 올 수가 없지않나. 그러니 내가 찾아가서 봐줘야지. 산그늘에 숨겨져있는 꽃이 보는 이도 없이 지면 그 꽃은 얼마나 슬프겠나.

이런 생각을 했다.


영취산 진달래

3월 말쯤 영취산에 가면 온 산이 진분홍빛으로 물든다. 영취산에서 찍은 진달래 사진을 3단 플랙북으로 만들어 마치 진달래산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왼쪽) 뒷면엔 김소월의 시 <진달래꽃>을 적었다.   (오른쪽) 3단 플랙 북.


여수 몽돌밭

몽돌은 수천년 동안 파도에 부딪치면서 닳은 돌이다. 우리는 하루살이를 하찮게 여기는데, 이 몽돌들은 우리를 얼마나 하찮게 여길까. 우리의 일생이라는 것이 해변의 닳고 단 몽돌의 시간에 비하면 하루살이보다도 짧은 시간 아닌가! 몽돌 하나 주워 우주의 시간을 가늠해본다.

해변의 사진을 6X8사이즈로 인화하여 연결했다.



동해의 일출 / 가을 설악산

동서의 길이가 비교적 짧은 우리나라에서는 해돋이 해넘이를 보러 바다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

바다가 해를 뱉어내는 시간, 바다가 해를 꿀꺽 삼키는 시간, 우리는 그 숭고함에 탄성을 지른다.

동해의 일출과 설악산의 가을정취를 담아 사진첩을 만들었다.


해뜨기  06 16 20초에서부터 완전히 떠오른06 24 15.

그후6시 33분 58초 - 옅은 안개에 가린 태양까지.


(왼쪽) 일출, 가을 설악산 표지.     (오른쪽) 설악산 절개 아코디언 스타일.


해뜨는 모습을 카메라에 찍힌 시간 순으로 배열했다. 적힌 숫자를 보면 몇 초 동안 변화한 일출 모습을 알 수 있다.
작은 책으로는 너무 아쉬워 원본 사진을 올린다.


설악산의 구름바다, 불타는 나뭇잎, 수렴동과 구곡담 계곡의 물을 사진 찍었다. 자연의 경이로움에 한없이 작아지는 나자신을 느낀다. 하늘이 말한다. 넓어져라! 나무가 말한다. 타올라라! 물이 말한다. 맑아져라!

아, 나는 넓은 포용력도 없고, 타오를 열정도 없다. 맑은 눈도 맑은 마음도 없다. 잘 살아야겠다. 수렴동 계곡에 내 모습이 비쳐도 누추해보이지 않도록 바르게 살아야겠다.

책은 하늘, 땅, 물의 이미지를 나누어서 보는 재미를 더했다.

모두 9.5X 7Cm 사진 30장이 들어갔다.



다음 글은 이야기 보따리를 풀다 – 북아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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