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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rgen Sep 27. 2020

이야기 보따리를 풀다 - 북아트 2

북아트 <풀다>

이야기 보따리를 풀다 - 북아트 2


나의 북아트 자료 책들


무엇을 하기 위해서는 이런 과정이 필요하다.

배우고 익히고 실습하는 교과서적인 과정.  단계  추가하자면 많은 실습 끝에 처음 것을 능가하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과정.

배우는 사람들도 이렇게 분류할  있다. 하나를 가르쳐주면 그것만 아는 사람, 가르쳐주지 않은 다음 것을 스스로 터득하는 사람, 가르쳐준 하나 마저도 모르는 사람.


분야에 따라 조금씩 다른 면이 있겠으나, 북아트에 관하여만 이야기한다.  

배운 후 꾸준한 실습으로 발전하고, 새로운 것을 창작할 수 있어야함은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다. 가르쳐준 사람이 미쳐 생각지 못했던 것을 시도하고, 새로운 북아트 기법을 개발하고, 독창적인 작품을 만들어야 발전한다. 그러러면 꾸준히 공부를 해야 할 것이다. 하루 아침에 이뤄질 일은 아니다.


나의 북아트 자료 책들(아마존에서 검색하여 구매한 책들이다.)

많은 자료를 보고, 그 자료에 대한 것을 깊이 연구하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완전한 나의 것으로 소화할 때 작품은 좀더 완성도 높은 작품이 될 것이다. 

용도에 따라서 재료를 선별할  있는 기초 이론을 탄탄히 해야 한다. 예상 보존 기간에 따라서 사용해도 괜찮은 재료와 사용해서는 안될 재료를 구별하는 상식도 갖춰야  것이다. 타인의 작품을 많이 보고  감상을 참고로 하여 예술적 감각을 키워나감도 필요할 것이다.

반면, 많은 자료를 본다는 것은 모방의 위험도 따를 수 있다.  

그러나, 어차피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닌, 유에서 유를 만들어가는 창작자는 그간의 모든 경험의 공간과 시간들이 창작의 기초가 됨은 당연하다. 누구에게나 지나온 시간만큼 축적된 데자뷰 현상을 무시할 수는 없다.


현대미술에서 <차용>이 많이 논의 되는데, 남의 것을 그대로 베끼는 것이 아니라 나의 정신을 불어넣어서 내 스타일로 재창작한다면 그것은 또 하나의 새로운 창작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차용> <도용>과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현대미술에서의 차용을 이야기 하기 전, 조선시대의 장승업은 원나라의 황공망을 모방한(복사와는다른 개념) <방황자구산수도>를 그렸고, 빈센트 반 고흐는 밀레를 좋아하여 밀레의 그림을 20점 이상이나 모사했다. 물론 그 모사한 그림은 모두가 다 고흐 스타일로 그려졌고, 그림마다 After Millet를 명시해 놓았다.


많은 자료들을 살펴보고 공부하고 만든 작품에서 “누구누구 것을 그대로 베꼈다”라는 평을 듣지 않으려면 자료는 참고만 할 뿐, 본인의 방법대로 재해석하고 자신의 정신을 불어넣은 자기 스타일로 재창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어떤 것이 모방이요 도용인지, 어떤 것이 패러디이고 오마주인지 그 선을 긋는 것은 작가 자신이 아니라 감상자이다.


한 때 지나가는 유행이나 잔재주의 손기술만으로 북아트를 생각한다면 북아트의 위상은 지금보다 더 커질 수 없을 것이다. 탄탄한 이론으로 중무장하고, 탁월한 예술 감각으로 디자인하여 능숙한 재능으로 표현할 때 북아트는 예술의 한 장르로서 그 입지를 굳건히 지킬 수 있을 것이다. 


<허브> 피아노 힌지 스파인으로 만들어 화분에 꽂았다.




북아트작품 가격


대금을 받고 주문상품을 만들 때마다 항상 느끼는 서운함은 주문하는 사람들이 북아트 작품을 너무 쉽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외국에서는 예술성과 창작성, 수고한 인건비를 모두 인정하여 입이  벌어질 정도로 엄청 비싼 가격이 형성되어 있는데 국내에서는 너무나도  가격에 유통이 되고 있어서  안타깝다.

비싸게 받아 이익을 많이 남기자는 의도보다는 창작품을 만드는 사람으로서의 자존심이 짓밟히는  같아 씁쓸한 것이다.  


나는 30장짜리 앨범을 3~4시간 안에 완성하지 못한다. 표지를 만들면 무조건 하룻밤은 흡습지에 끼워서 프레스에 눌러둔  속지와 결합을 하니까 하루에 끝내지도 못한다.

작품값이라기 보다는 물건값이라고 해야할까,  가격을 정하는데 사람들은 걸린 시간에 대한 인건비와 구상한 디자인 창작 저작료는 생각지 않는  같다. 인터넷에서 여기저기 검색을 해보면 주문 상품의 가격이 너무 싸다는 생각이 들때가 많다. 어떻게 그렇게  값에 만들어줄까???

패브릭 커버의 재료비가 종이보다  저렴하기는 하다. 종이가 50X70Cm규격의 가격이라면 패브릭은110X90Cm 가격이고, 넓은 면적이므로 필요한  만큼 재단해서  이후에 남는 짜투리천도 종이 짜투리보다는  쓸모가 있는  사실이다. 그렇게 원가가 절감되는지.........


웨딩 세트 ; 앨범, 방명록, 사진틀


코덱스 노트 한권을 3시간에 만든다고 치자.    

2020년 근로자 최저임금은시간당 8590원이라고 한다. 세 시간이면 노동 값만 25,770원이다. 속지, 표지용 보드지, 표지 커버지, 책등용 북 클로스, 가름끈, 코너, 헤드밴드, 꿰매는 실, 비즈왁스, 접착용제, 이렇게 많은 재료가 들어간다.  텍스트 블록을 시리얼지로 사용할 경우엔 속지 값만 1/2 B5 사이즈 128쪽에 3000원이 넘는다. 물론 4절지에100원하는 종이를 사용하면 값은 달라지겠지만…  

여기서 내가 사이즈를 1/2 A4로 하지 않고 1/2 B5로 함은 종이결의 방향 때문이다. 전지에서 특별한 재단을 요구하기 전에는 4절지에서 A4 재단할 경우 그 용지를 반으로 접으면 결의 반대 방향으로 공책이 된다. 당연히 반의반으로 할 경우엔 결이 맞는 방향이다.  

일부 북아트 재료숍에서 반제품 속지를 판매하는데 종이결을 거스른 상태로 파는데는 놀랍기까지 하다. 북아트가 가야할 길이 아직도 참 멀고 멀다는 느낌이다.

<도시의 아이들> 표지에 그림, 터널북 스타일.

 나도 참 어정쩡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지만, 장사꾼도 예술가도 아닌, 그런 어정쩡한 상태지만, 가격을 정해서 판매하는 작품을 만들 때는 제작자가 원가 계산을 좀 더 철저히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자신이 작품을 만드는 창작 예술가인지, 상품을 만드는 생산자이며 그 제품을 판매하는 상인인지, 그런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원가 계산은 이런식이 될 것이다. 각종 재료비의 총합계 + 인건비를 제작 기간으로 환산한 제작비 + 디자인 창작비. 이런 계산에 덧붙이자면 재료비도 구입원가  아니라 그것을 구입하기에 들어간 비용도 함되어야 한다.  이런 계산은 내용이 없는 앨범 스크랩북 노트 방명록 사진틀이다. 테마가 있는 내용을 책으로 엮은 작품은 그 예술성에 따라 값을 정할 것이다.


요즘은 자존감이란 단어를 많이들 쓰던데, 북아트 작품 활동하는 사람들도 자존감을 가지고,스스로의 가치를 높일 수 있으면 좋겠다. 돈독이 올라서 비싸게 받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제 가격을 정당하게 요구한다는 생각으로 자신의 가치를 깎아내리지 않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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