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본 요람에서 무덤까지 9
종이책 <삶의 미술관> 출간으로 이 브런치 북에는 도슨트 설명만 남겨둡니다.
https://www.musee-orangerie.fr/fr/oeuvres/la-noce-196428
Henri Rousseau <La noce> 1905. 114 x 163Cm. Oil on canvas
Musée de l'Orangerie, Paris, France
도슨트 설명
참 어색한 결혼식 사진이죠? 프랑스 후기 인상파 앙리 루소의 <결혼식>입니다.
여러 사람이 등장하는 이 그림에서 앙리 루소만 밝혀졌을 뿐, 다른 사람들은 누군지 모릅니다. 루소가 어디 있는지 찾아볼까요? 신부 뒤쪽 왼편(사진에서 오른 쪽)에 키 큰 콧수염의 남자가 바로 루소에요. 이 그림은 루소와 아내 클레멘스의 결혼식 사진을 보고 그렸다는 추측이 있지만 증명은 안됐습니다.
하늘은 강렬한 파란 색입니다. 양편에 늘어선 두 줄의 나무 사이 공간은 아주 좁아요. 나무 기둥과 가지와 잎새들은 인물들을 만돌라처럼 감싸고 있습니다. 만돌라(Mandorla)는 아몬드의 이태리 말이에요. 기독교 그림이나 조각에서 그리스도를 감싸는 타원형의 후광을 가리킵니다. 만돌라의 테두리는 다양한 장식을 하고요, 속은 주로 푸른색이나 금색으로 칠합니다.
화면 양쪽에 있는 나무들이 우리의 시선을 뒤쪽으로 이끌어 그림의 깊이를 보여줍니다. 그런데 뭔가 좀 어색하고 이상하죠? 인물들은 왜 모두 평평해 보일까요? 마치 준비된 배경에 인물들을 따다 붙인 것 같아요. 솜씨없는 사람의 어설픈 사진편집 같습니다.
모든 모델은 정면을 향하고 똑바로 서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정면을 쳐다보기보다 서로 눈빛을 교환하는 것 같습니다. 신부는 공중에 매달려있는 것처럼 떠 있습니다. 할아버지의 자세도 어색합니다. 나무 그루터기에 앉아있는지 서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신부의 베일은 할머니의 드레스 위에 겹겹이 덧대어져 있습니다. X-ray로 검사해보니 원래 그림 오른쪽 할머니의 드레스가 개까지 뻗어있었고, 이미 완성된 다른 인물 위에 신부의 베일이 칠해졌다고 합니다. 그러나 루소는 색상 균형을 위해 그것을 줄인 겁니다. 할아버지 할머니에 비해 검은 개가 너무 커 보이는 것도 어색하네요. 이런 어색한 디테일들이 앙리 루소의 그림에 재미를 더하는 요소랍니다.
이제 세부 묘사를 떠나서 전체적인 그림을 볼까요? 어떠세요? 흑백의 대비가 확연히 느껴지지 않나요? 흰색은 수직으로, 검은 색은 수평으로 구성했지요? 웨딩 드레스는 긴 베일과 부케로 강조되고, 모든 나무 줄기와 얼굴의 밝은 색조가 수직입니다. 수평은 개가 강조되었고요, 할아버지의 나비 넥타이와 콧수염, 눈썹과 남성의 머리카락에 더 널리 분포되어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그림 전체를 한 눈에 보고, 디테일을 뜯어보면 그림 감상의 재미가 더하지요.
이 작품은 1905년 앙데팡당전에서 전시됐습니다. 심사원 없는 무료 전시회에서 그는 1886년부터 1910년까지 거의 매년 3~10점의 그림을 선보였어요. 대부분은 풍경화와 초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