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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리날개 Jun 30. 2023

(4) 속헹과 글로벌 개발

빽빽한 나무 숲 사이로, 듬성듬성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전이야기)

비행기가 되어 열심히 일하고 있다.

그리고, 외국인 노동자 속헹이 등장하는데.


[A-5 인천 이륙]

  인천을 이륙하였다. 항로가 보인다. Y711 항로는 서울에서 제주도를 연결하는 항공로다. 이 항공로에는 하루 평균 783대가량 지나가는데, 한 시간에 32대가량, 2분에 한번 꼴로 비행기가 지나간다. 교통량이 매우 많은 항로다. 앞선 비행기와의 간격은 대략 20마일 40km 정도를 안전거리를 유지하는데, 대략 3~4분 거리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바쁜 항로로 알려져 있다.


  항공기가 많던 적던 나는 친구들을 볼 수 있어서 좋다. 나의 문제는 구름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하얀 뭉게구름 뽀송뽀송 할 것만 같았는데, 내가 직접 겪은 구름은 너무 무섭다. 지나갈 때마다 트라우마가 자꾸 떠오른다. 심하게 흔들렸던 기억, 꺾일듯한 듯한 날개의 휨. 너무 아프다.


  400 knot(노트)의 수분은 너무 춥다. 차가운 공기가 옆구리와 날개에 스민다. 으... 치가 떨린다. 아니 랜딩기어가 너무 덜덜 떨린다.


  이 Y711 항공로는 경부고속도로를 닮았다. 서울에서부터 시작되는 항공로는 남쪽으로 길게 뻗어 있다. Y711 항공로를 처음 따라서 내려가면 경부고속도로 시점이 보이는데, 강남을 바로 찾을 수 있다. 롯데월드 타워가 상감청자처럼 솟아 있기 때문인데, 자랑스럽긴 하지만 항상 거슬리는 녀석이다.


  이 롯데월드타워 건물의 특징은 하늘에서도 잘 보이지만, 땅에서도 잘 보인다고 한다. 같은 서울권에서 보이는 것은 이해될 수 있으나, 경기도 화성에도 보인다. 충청도 천안에서도 보인다고 한다. 

  그리고, 경북 영주 소백산에서도 보인다고 하는데, 왠지 그럴 수도 있겠다. 


  하늘에서 바라본 서울의 특징은 아파트 대나무 숲이다. 길쭉한 건물들이 조경처럼 가꾸어져 높게 올라와 있다. 나는 이곳이 밉지만 좋다. 잘 붙어서 살아야겠다.

         

  이후 조금 더 남쪽으로 내려가 본다. 한국에서 농부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다. 자세히 살펴보니 왠지 낮 익은 얼굴이 보인다.

  '아이고 큰일 나겠네...'

  강한 햇볕 아래에서 농부들이 탈진할 것처럼 일 하고 있다.         



[A-6 프놈펜에 착륙]


  낮에 인천에서 출발했는데, 캄보디아 프놈펜에서는 밤에 착륙했다. 

  이 지역은 열대기단 때문에, 밤에 주로 벼락과 함께 비가 내린다. 밤 도깨비가 친구들과 잔치를 벌이다가 우당탕탕 넘어지는가 보다. 그래서 번개가 많이 치나 보다.


  잠시 내 몸 안쪽의 객실 승객들을 바라본다. 휴대폰이 보인다. 요란하지만 설레는 랜딩 촬영을 마쳤는지, 휴대폰을 집어넣는다. 몇몇의 아이는 머리와 창문이 붙어 있다. 아이는 끝까지 바깥을 헤아리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더 이상 신기한 것을 발견하지 못했는지, 반대편에 앉은 부모를 바라보며 속상한 표정을 짓는다. 


  비행기가 착륙을 하면, 비행기 창문은 이제 찬밥 신세가 된다. 멋있는 풍경은 더 이상 관심 없고, 작고 작은 휴대폰 화면만 쳐다보기 시작한다. 와이파이에 안테나가 하나밖에 없어도. 연결하려는 의지는 투철하다. 결국, 어떻게든 인터넷을 찾아서 한다.


  '어라?'

  깜깜해야 할 곳에 빛이 살짝 비친다. 프놈펜 도시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노란 등의 가로등이 점차 줄을 잇더니, 하얀 작업등까지 켜져 있다.


  나무가 숭덩숭덩 잘려 개간지 옆에 마구잡이로 쌓여있다. 안쪽에 있는 농장에는 작물들이 줄 맞춰 심어져 있다. 지난번에는 보지 못한 풍경이다.

  그러고 보니, 요새 화물짐에 야자수과의 코코넛과 팜유가 많이 실리고 있다.


[A-7 프놈펜 이륙]


  동남아 억양의 영어를 사용하는 관제사가 나를 이륙시켰다. 과도한 된소리 발음과, 느슨한 받침 발음 때문에, 부기장이 살짝 당황했던 거 같은데, 용케도 관제 허가를 잘 받아 이륙했다. 


  활주로를 달리며 혹시나, 무성한 수풀에서 새가 튀어나오지 않을까 걱정하며 달렸는데 다행히도 무탈하게 이륙했다. 하지만, 안심하기는 조금 일렀다. 정방에 펼쳐진 무성한 비구름이 활주로 정면에 떡 하고 버티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 저 구름 참 무섭게 덩치 크네, 비구름은 봐가며 피해야 하는데...'

  기장님이 레이더를 살핀다. 


  계기판에 노란색 터뷸런스, 빨간색 시비어 터뷸런스, 보라색 아작-빠작 시비어 터뷸런스가 보인다. 기장님도 살짝 긴장했는지 비구름을 우측면으로 30도가량 틀어서 나아간다. 


  그런데, 아뿔싸 이게 웬일 비구름도 내 쪽으로 오는 거 같은데? 바람이 비구름형을 세차게 밀고 있다. 어쩔 수 없이 다시 30도 더 오른쪽으로 나를 돌려서 간다. 


'비구름이 무서워서 피하지, 더럽다고 피하는 거 절대 아니다.'


  비구름은 자세히 보면, 아래로 비가 내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건물이나 산으로 가리지 않은 평지에 가면 잘 볼 수 있다. 구름 아래쪽이 조금 뿌옇다 싶으면, 그건 비가 내리고 있는 것이 맞다. 

  워낙 세차게 무섭다고 느낄 때쯤, 아래는 뭐가 있을지 궁금해서 내려 봤다.


  이곳은 캄보디아는 6월에서 9월까지 비가 많이 내리는 우기이고, 그렇기에 동네 비구름 형들도 많다. 따뜻한 기온에 많은 강우량 덕분에 수풀이 아주 무성하다. 역시나 비가 내리는 곳을 보니 초록색 숲이 빽빽하다. 아주 기분이 좋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니 빽빽한 산림이 조금 듬성듬성 해졌다. 


  '어 이상하다? 웬 탈모?'  

  자세히 살펴보니, 나무가 숭덩숭덩 잘리고 있다. 옆에는 이미 깍두기 모양으로 잘려서 농경지로 바뀌고 있다. 공항에서 봤던 장면이 더 상세하게 보인다.


  그러고 보니, 최근에 해외에서 동남아 땅을 많이 사고 있다고 한다. 작물을 많이 심어서 수출하려고 한다고. 이 지역의 좋은 날씨 덕분에 열대과일을 잘 수출할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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