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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리날개 Jun 30. 2023

(5) 노동에 질려버린 속헹

한국에 이렇게 농장이 많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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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비행기를 타고 왔던 속헹과 그의 친구가

한국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


한국식 무더위에 지친 속헹과 그의 동료

일 하다가 쓰러지게 된다. 






[C-4 K-농사]


  "환자분 링거는 팔보다 낮게 있으면, 피가 거꾸로 나올 수 있어요"

  농부 속헹이 열사병으로 쓰러졌다. 한국의 날씨는 캄보디아에는 비해서 약하다고 생각했는데, 여름의 뙤약볕은 건조기 속 돌아가는 말린 고추 같은 느낌이 들었다. 

  파를 뽑을 때는 쪼그리고 앉아서 몰랐는데,

  일할 때는 무릎이 아파서 잘 몰랐는데, 

  오후 세시쯤 됐을 때. 

  '아' 

  '햇볕을 너무 많이 받았나 보다.'

  파 스무 단을 묶어서 올리려는 때, 어지러움과 함께, 넘어졌고 속헹은 대파 스무 단에 파 덮였다. 

  함께 일하던 동료 포안은 옆에서 낄낄 대고 웃었지만, 일어나지 않는 속헹을 보고 이상하다고 느꼈는지 다가갔고, 파무침이 되어버린 속헹의 입에는 파뿌리 거품이 묻어 있었다. 


  "속헹 너 개 웃겼어"

  포안은 속헹을 보고 놀리며 말했다. 속헹은 일어나는 응급실에서 깨어났다. 속헹은 이제야 상황 파악이 된 듯 표정이 돌아왔고, 무엇보다 오늘 일당과 병원비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포안은 살짝 눈치챘는지 말했다.

  "사장님이 병원비는 보험 처리로 할 거니깐, 걱정 말고 알아서 퇴근하고. 내일은 양파도 뽑으러 가야 하니깐 시간 맞춰서 준비하고 있으래"

  "그리고, 비타민C는 항산화 작용에 좋다며, 감 귤 한 상자 놓고 갔어"


속헹은 정신을 잠깐 잃고 쓰러지긴 했지만, 다행히 몸 다친 곳은 없었다. 두통이 심하긴 했는데, 링거에 약성분이 조금 있었는지, 지금은 괜찮았다. 다만, 근육통이 있었다. 몸은 무겁고, 일은 너무 하기 싫었다.


  "한국에 이렇게 농장이 많았나?"

  도시라고는 지난달에 잠깐 스친 인천국제공항밖에 없던 속헹 이었다.


  "나는 한국 오면 이런 일 할 줄 몰랐다니깐, 뭐 그래도 주변에 지하철이라도 있을 줄 알았지, 아 YUJI 보러 가야 하는데"


  포안은 귤 반쪽을 나누어 속헹에게 건넸다. 지난번 사장님이 이렇게 먹는 걸 유심히 살폈었다. 

  포안이 말했다.

  "나도, 돈 많이 버는 건 좋은데, 나는 아이돌 미다 가 너무 보고 싶어. 진짜 한국에 와서 그냥 기회를 날리 수 없어."

  포안은 진심이다.

  "미다는 제주도 출신이래, 방송에서 제주도 사투리로 랩 하던데, "

  포안은 생각보다 유창한 제주도 사투리를 따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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