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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리날개 Jun 30. 2023

(6) 오키나와행 비행기 탑승

여행 IS 뭔들

(이전 이야기)

비행기가 된 한 남자.

인천공항을 이륙하여 대한민국 수도를 하나씩 살펴본다.






[C-5 오키나와행 비행기 ]


  속헹은 당연히 제주도로 가는 줄 알았다. 포안이 알아서 예매한다고 했을 때, 아무런 의심이 없었다. 여권을 가져오라는 말은, 당연히 외국인이기 때문에 가져오라는 줄 알았다. 탑승 게이트에서, 제주도행이 아닌 오키나와행 비행기를 인 걸 알았을 때. 그는 당황했다.


  "지난번 너 쓰러지는 것 보고, 나는 알았어. 인생은 즐기기에도 부족한 것을."

  포안이 말했다.


  "아니 그래도, 갑자기 여행지를 바꿀 필요는 없었잖아?"

  속헹은 억울하지만 비난하지 않는 마음으로 물었다.


  "요새 코로나 종료 시기이고, 일본행 저가항공사 항공권이 많이 풀렸나 봐. 비행기표가 너무 저렴하더라고. 

아니 그리고, 일본여행이 한국보다 더 싸!"

  포안은 완벽한 대비를 하고 있었다.


  "여행 IS 뭔들"

  속헹은 절레절레하며 항공기에 탑승했다.



  "손님, 좌석 확인해 드리겠습니다."

  윤지가 속헹을 보며 말했다.


 그때, 조종석에 있는 작은 프린터에서는, 날씨 정보 SIGMET이 너무 길게 출력되고 있었다.




[A-8. SIGMET 열대저기압]


  "기장님, 오늘 측풍제한치 넘어갈 수도 있겠는데요?"

  ACARS 용지를 뽑아 든 부기장이 기장님을 보면서 말했다.


  "두 번 고어라운드(복행) 이후 회항 합시다. PF는 내가 할게요"

  기장님이 말했다.


  "알겠습니다."

  부기장이 대답했다.


  동탄 까지는 괜찮았다. 오키나와행은 그래도 비행시간이 짧으니깐 금방 도착하리라고 생각했다. 밤이 다가오는 시간이긴 해도 달 빛에 구름이 잘 보였다.

  하지만, 갑자기 적층운에 둘러 쌓일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기장님이 엔진 방빙장치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적층운이 엔진에 들어가서 얼어버리면, 시동이 꺼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날개에 형성된 얼음은 추락 직전까지 떨어지지 않는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기상 레이더에 잡히지 않았는데, 사방이 적층운이다. 구름이 커다란 산맥을 이루고 있다. 앞에도 뒤에도 양옆에도 있다. 아 하필 이전 항적이 보이지 않는다.


  이 항로를 온전히 내가 뚫어야 한다. 폭풍우라는 정글에 어느샌가 혼자 남겨진 비행기가 되었다. 아까 길게 출력된 SIGMET에는 태풍이름 힌남노가 적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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