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성해인 Oct 17. 2022

無題.

난 그것들의 이름을 지을 수 없었다.

엄마 나는 그게 당연한 건 줄 알았다.

생일이면 당연히 누군가 미역국을 차려주거나

나의 아픔에 누군가 대신해서 울어주거나

꼭두새벽에 일어나 내 아침잠을 깨워주는 일

그런데 나는 드센 모습이 부끄러워

이따금 외면하고는 했다.

어린 마음이었다.


이제는 어른이 되어 모두 제 갈 길 가고

고달픔을 감수할 용기가 없어

외로움에 머무르기로 했을 때

당신의 손 잔등에 늘어난 주름을 보고

어찌나 마음이 저렸는지 모른다.

젊음을 몽땅 포기하고 이뤄낸 것이

고작 나라서

죄책감에 당신을 또 외면했다.

어린 마음이었다.


어제는 장롱 위에 두텁게 쌓인

사진첩의 먼지를 털어보았다.

아날로그 필름에 담긴 그 여자아이는

웃는 모습이 참 예뻤다.

세상 물정 모를 것 같은

어리숙한 소녀는

어떤 마음으로

한 남자와 평생을 약속하고

두 아이를 짝사랑하였을까.

그 마음을 알 수 없었으니

그것이 귀한 줄도 몰랐다.


어쩌면 모른 척했다.

이해할수록 상처만 늘어

번연한 웃음 한 줄기마다

쓰라릴 것 같아서.

이리도 어여쁜 소녀가

온데간데 사라진 것만 같아서.


내가 앗은 그 아이의 싱그러움에

형용하기 어려운 감정이 흔히 복받쳤다.


난 그 감정들의 이름을 지을 수 없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