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모든 것이 낯선 아기, 그리고 우리

[X] Xeno-

by 오환

신생아는 세상 그 자체를 처음 만나는 존재다. 눈에 보이는 빛도, 들리는 소리도, 차갑고 더운 공기도 모두가 낯설다. 아기의 눈동자가 이리저리 흔들리고, 갑작스레 밝아진 빛에 움찔하는 건 단순한 반사가 아니라 ‘두려움’일지도 모른다. 따뜻하고 익숙했던 양수 속에서 갑자기 빠져나온 아이에게 세상은 말 그대로 ‘xeno-(낯선 것)’이다.


‘Xeno-’라는 접두어는 고대 그리스어 xenos에서 유래했으며, ‘이방인’, ‘낯선 사람’, ‘손님’을 뜻한다. 흥미롭게도 이 단어는 단순히 배척의 대상이 아니라, 환대받아야 할 존재라는 의미도 함께 담고 있다. 라틴어 hostis와 연결되는 이 어원은 ‘손님이자 동시에 주인’이라는 복합적인 개념을 품는다. 참고로 영어권에서는 손님을 초대할 때 “Make yourself at home(당신 집처럼 편하게 있어요)”라고 말하고, 스페인어권에서는 심지어 “Mi casa es tu casa(내 집은 네 집이야)”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낯선 이를 집 안으로 들이고, 그를 편안하게 맞이하려는 태도. xenos라는 단어 안에는 단순한 거리감뿐 아니라, 그런 경계를 허물고 다가서려는 마음까지 함께 담겨 있다.


이 낯섦은 비단 아기에게만 해당되지 않는다. 종종 바뀌는 수면 패턴, 원인을 알 수 없는 울음, 갑자기 생기는 발진과 체온의 변화 앞에서 우리 역시 또 다른 ‘이방인’이 되었다. 처음 마주하는 신호들 앞에서 갈팡질팡하며, 우리는 아이의 세상에 들어온 늦은 손님처럼 조심스럽게 반응하고 배우기를 반복한다. 조금 익숙해진다고 생각했을 때 또 다른 변화가 생기고, 그 변화에 다시 적응하려고 노력한다. 부모는 그 낯섦을 반기고 더 빨리 적응한 후, 아기에게 익숙함을 만들어주는 안내자다. 마치 백색소음이 지나치게 조용한 공간을 채워주듯, 우리는 이 낯선 세계에서 아이가 겁먹지 않도록 주변을 살핀다.


아기의 하루는 낯섦의 연속이고, 부모의 하루는 그 낯섦을 함께 마주하는 여정이다. 모든 게 새롭고, 그래서 어쩌면 두려울 수 있다. 하지만 그 감정은 나약함이 아니라, 세심함의 다른 이름이지 않을까. 우리는 이 낯선 세상에서 서로를 통해 익숙해져 간다. 그렇게 낯섦은, 결국 우리 사이의 끈끈한 연결고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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