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나길 08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길 조경희 Jun 30. 2021

정직하면 손해 보는 세상

나의 길을 꿋꿋이 걸어가라

      

 엄마는 학교에서 정직하게 살아야 한다고 배웠고 아이들에게 가르칠 때도 정직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어. 그런데 사람들은 정직하면 손해 보는 세상이라고 말해. 엄마도 정직해서 손해 본 일이 몇 번 있어서 갈등을 느낄 때가 많아.      


 부동산을 사고팔 때나 재산을 증여할 때, 또는 사업을 하는 사람이 정직하게 거래 내용을 신고했을 때 세금이 많이 나오기 때문이야.          


 상가 건물을 지어 임대사업을 하게 되었을 때 사람들은 액면 그대로 세무 신고를 하면 세금이 너무 많이 나와서 사업을 할 수가 없다고 했어. 하지만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아 정직하게 신고를 했지. 6개월이 지나면서 간이 사업자에서 일반 사업자로 전환되고 세금은 세배가 많아졌어. 100% 융자를 해서 건물을 지은 엄마로서는 너무나 부담스러운 금액이었어.      

    

 설상가상으로 2층을 임대해 사용하던 교회가 갑자기 기한도 되기 전에 이전하면서 어려움은 더욱 가중되었어. 건물을 지으면서 농장 관리사에서 살게 된 것도 불편한데 거기다 2층 임대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융자와 그 이자를 상환해야 하는 것이 너무나 힘든 거야. 결국, 부채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온 가족이 평안하게 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건물을 매매하게 되었어. 정성 들여 지은 건물이 다른 사람 손으로 넘어간 후 아빠는 많이 방황했단다. 아빠가 직접 설계에 관여하고 자재를 선택하여 지은 건물이어서 더 애착이 같던 것 같아.    

     

 버섯농장을 할 때도 그랬어. 소규모로 농사짓는 사람은 사업자로 신고하지 않고 농사를 짓는데 버섯농장을 하니까 사업자 신고 후 세금납부를 하면 거래처를 조금 더 확보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사업자등록을 한 거야. 그런데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 들어갈 만큼 물량이 많지 않아 새로운 거래처를 확보하기가 어려웠고 세금은 백만 원이 넘게 나온 거야. 버섯농장을 해서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니고 사업자등록을 안 했다면 내지 않아도 되는 세금을 내려니 손해 보는 것 같아 속상했어. 세금을 내고 바로 사업자등록 말소 신고를 하고 말았지.          


 일반 사업자도 마찬가지야. 농자재나 건축자재를 사기 위해 가게에 가면 카드를 사용하는지 현금을 내는지 물어봐. 카드를 사용한다고 하면 10% 부가세를 붙여서 값을 계산해야 하고 현금을 사용하면 부가세가 붙지 않은 금액으로 계산해. 카드는 100% 세무 신고가 되니까 그만큼 세금이 많이 나와서 부가세를 추가해서 받아야 한다는 거야. 국가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세금을 많이 거두어들여 나라 살림을 하려고 하고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든 세금을 적게 내려고 하는 것 같아. 특히 상속세와 증여세는 과세표준이 커질수록 세율도 커지는 누진세율 구조로 되어 있는데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60%까지 세금을 내는 거야. 그러다 보니까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세금을 적게 내고 상속할까를 연구해서 때로는 편법으로 상속을 하는 경우도 있어.   

  

우리는 삶의 구석구석에서 갈림길을 만나게 돼. 정직함을 선택하고 손해를 볼 것인가 살짝 비껴가서 이익을 취할 것인가? 고민하는 선택의 기로에서 엄마는 양심의 법에 따라 선택하고 있어. 엄마는 근로자가 아니니 종합소득세 신고를 해야 하는데 어쩌다 강의 나가서 받은 강사료와 쥐꼬리만 한 인세 등 이런 것 까지 넣어야 하나 고민하게 되거든. 소득은 다 집어넣고 공제받을 것은 미쳐 챙기지 못해 기록하지 않으면 세금폭탄을 맞게 돼. 그래서 세무사 사무실에 의뢰를 하기도 하는데 그렇게 하더라도 내가 공제받을 수 있는 것은 챙겨다 주어야 해. 기본공제야 찾아서 공제받을 수 있도록 하겠지만 기부금의 경우 홈텍스에 올라오지 않는 것도 많으니까 직접 챙겨서 갔다 주어야 공제받을 수 있거든.


어떤 사람은 이것저것 다 챙겨서 세금을 적게 내는데 나는 몰라서 또는 못 챙겨서 세금을 많이 내면 내가 바보가 된 것 같아 우울해지기도 해. 마치 정직한 사람이 손해 보는 세상 같아.


 그래도 엄마는 너에게도 정직하게 살라고 말할 거야. 법의 테두리 안에서 절세를 하는 것은 좋으나 편법을 쓰거나 양심을 속이는 일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엄마가 하나님 앞에 부끄럽지 않게 살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너 또한 손해를 보더라도 한 점 부끄럼 없는 삶을 살기 바랄게.     


-항상 너를 응원하는 엄마가-      

이전 07화 혹시 손편지의 기적을 아니?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