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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나길 0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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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길 조경희 Jun 27. 2021

기다림은 지혜야

나의 길을 꿋꿋이 걸어가라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다.’ ‘아무리 바빠도 바늘허리에 실 매어 못 쓴다.’      


 기다림은 지루하고 답답하고 힘들지. 하지만 아무리 지루하고 답답하고 힘들어도 기다려야 할 때가 있단다. 모든 일은 때가 있고 급하다고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일이 있기 때문이야.    

   

 아기의 출산 예정일을 잡을 때 10개월, 40주, 280일을 계산해서 잡게 돼. 2-3주 전에 태어나는 아기는 정상적인 출산으로 보는데 그 이전에 태어난 아기는 아기의 상태에 따라 인큐베이터에서 조금 더 성장한 후에 엄마 품에 안기기도 하지. 아기를 잉태한 엄마는 아기가 세상에 태어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지만, 아기가 세상에 태어나서 살아갈 수 있을 만큼 성장하기 전에 태어나기를 바라는 엄마는 없을 거야.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한 거지.      


  외할머니는 엄마에게 늘 ‘아기를 보려면 엄마가 올 때까지 돌보라’고 말씀하셨어. 동생을 엄마에게 돌보라고 하고 일하러 가셨는데 하루 내내 동생을 돌보기가 너무 힘들었어. 그러면 동생을 혼자 놔두고 엄마는 엄마대로 노는 거야. 엄마도 놀고 싶은 어린이였으니까. 당연히 동생은 혼자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넘어져서 다치기도 하고 먹지 못하는 것을 먹어서 사고가 나기도 했어. 그러면 힘들게 동생을 돌보고도 야단만 맞는 거지. 그래서 아기를 보려면 엄마가 올 때까지 봐야 한다고 강조하고 또 강조하셨는데 지금 엄마가 아이들에게 똑같이 가르치고 있어. 뭘 하려면 끝까지 하라는 의미로 말이야.      


 엄마 나이 서른둘에 너를 낳고 많이 힘들었어. 초복 날 태어났거든. 가깝게 지내는 70대 권사님이 당신 며느리들과 같이 10일 동안 몸조리를 해준다고 해서 권사님 댁에 머물게 되었는데 한여름이라 너무 더워서 너와 엄마만 놔두고 모두 밖으로 나가는 거야. 우리 집이 아니라 불편하기도 했고 네가 이 세상에 태어나던 날까지도 일하던 엄마가 집 안에만 있으려니 답답해서 견딜 수가 없었어. 그래서 삼일 만에 집으로 돌아와 엄마가 너를 직접 목욕을 시키고 돌보았단다. ‘왔다 천막 사’ 가게에 달린 두 평 방에서 스티로폼을 깔고 그 위에서 엄마와 네가 자고 아빠와 오빠는 바닥에서 잤어. 선풍기는 아빠와 오빠가 있는 방향으로만 켜 놓으며 나름대로 주의를 기울였지만, 주변 사람들은 산후병 생긴다고 걱정했지. 산후병은 산후병이고 당장 엄마 마음은 편하고 좋았어.     


 엄마가 몸조리해 준다는 열흘을 기다리지 못하고 나온 것처럼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도 하나님의 약속을 기다리지 못하고 이스마엘을 낳았단다. 하나님의 아브라함이 75세 때 너로 큰 민족을 이루겠다고 약속했는데 10년이 지나도 아이가 없는 거야. 아브라함도 아브라함이지만 아브라함의 아내 사라가 조급해졌어. 나이가 많고 경수가 끊어졌으니까 그럴 수도 있잖아. 그래서 자기 몸종 ‘하갈’과 동침하여 아기를 낳아 달라고 얘기했고 아브라함은 그렇게 한 거야. 이스마엘의 후손과 하갈의 후손은 하나님과 원수가 돼 어 이스라엘 백성을 괴롭히며 살았다고 성경에 기록하고 있어. 만약 아브라함이 하나님과의 약속을 지켰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네가 읽었던 《꿈꾸는 자가 오는 도다》의 저자 강준민 목사님은 《기다림은 길을 엽니다》라는 책을 통해 기다림은 훈련을 통해 형성되는 제2의 천성이고 신비라고 말하며 신앙 안에서 기다림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소개하고 있어. 한번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서 소개하는 거야. 요즘 몸도 마음도 훌쩍 커버린 너를 보며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어. 지나고 보면 이토록 빠른 것을 왜 뻥튀기해서라도 빨리 성장하기를 바랐을까 하는 후회를 하게 돼. 자녀를 키운다는 것은 믿고 기다리는 것이고 기다림은 내 안의 분노를 다스리는 시간이며 그 기다림을 통해 감사를 배우는 것 같아. 너를 통해 기다림의 지혜를 배우게 된 것 감사해.     

 

 -항상 너를 응원하는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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