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살 아들과 엄마가 나누는 이야기
세 살바기 아들은 어렸을 때부터 유난히 달을 좋아했다.
아들은 돌이 지나고부터는 워킹맘인 엄마를 따라 직장인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했고 출근하는 엄마와 달이 채 지지 않은 어둑어둑한 새벽 부터 집을 나와 달이 다시 뜰 때쯤 집에 돌아왔다.
그의 일과에서 매일 하늘을 들여다보며 달이 떴는지 안떴는지 찾는 것는 꽤 중요한 부분이었다.
주차장에서 내렸을 때 환하게 달이 비추는 날엔 어설픈 발음으로 "다님!!"이라고 외치곤 했다.
말을 곧잘 하고 나서부터는 달이 보며 외치는 표현도 다양해졌다.
"엄마 달님 떴다!" "엄마 달님이야 달님!!"
"해님이 빠이~ 하면 달님이 나와요"
조금 더 자라자 아들은 달 모양이 변화하는 것도 알아차리기 시작했다.
보름달이 뜨는 날이면 "엄마 오늘은 동그란 달님이 나왔어요"
초승달이 보이는 날엔 "엄마 오늘은 뾰족한 달이 떴어요 뾰족한 달님이에요"
아마도 그는 그 당시 그가 알고 있는 최대한의 표현과 단어를 선택했을 것이다.
신기한 건, 나 역시 유치원 무렵 제일 좋아하던 책이
Eric Carl의 Papa, Please get the moon for me ( 번역서는 아빠 달 따줘 )라는 책이었다.
어느 정도였냐면 그 책을 정말 마르고 닳도록 읽고 또 읽다 결국 책의 몇몇 페이지가 찢어졌고,
그걸 또 테이프로 붙여서는 한 몇 년은 더 읽었으며,
책 속의 주인공처럼 아빠한테 "나도 달 따줘요"라고 조르던 것까지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초승달이 점점 작게 변해서 사라지듯 그 책도 한 동안 내 기억에서 사라져 버렸었는데,
아들 덕분에 잊었던 유년시절의 기억들이 다시 차오르고 있다.
이렇게 차곡차곡 채우다 보면 보름달처럼 내 인생의 기억들로 다시 꽉 차겠지..
요즘 우리 아들은 달을 따서 먹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어? 달님이다! 우리 따서 먹어볼까? 무슨 맛이 나나?"
"엄마~ 오늘은 달님에서 솜사탕 맛이나!"
"엄마! 우리 달님 따서 먹을까?"
"옴뇸뇸~"
"무슨 맛이야?"
"어~ 달콤~한 맛이 나네 오늘은? "
퇴근 무렵 문득 하늘을 보니 오늘은 초승달이 떴다.
뾰족한 달이라고 외칠 아이의 입모양을 생각하니 비죽비죽 웃음이 새어 나온다.
얼른 달려가서 말해주고 싶다.
오늘도 뾰족한 달이 떴다고,
손톱같이 생긴 예쁜 달이라고,
너를 만나 웃는 날이 많아졌다고,
네 덕분에 내 인생이 꽉 찬 보름달로 변하고 있다고,
그리고 달을 똑 따다가 사랑하는 아이 입속에 쏙 넣어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