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푸시퀸 이지 Oct 02. 2024

인생은 나그네 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탕 안에 목만 내놨다. 정사각형의 우리집 거실 만한 탕과 40도 물이 찰랑찰랑 한 그 곳에서. 젖과 꿀이 흐르는 그 곳은 내게 명상센터가 되었고 물리치료실이 되었다. 여간 고마운 게 아니다. 헬스장은.


여느 때처럼 근육도 풀 겸 퐁당,  이불 덮었다. 아침엔 늘! 매번! 유난히! 감사가 차고 넘치는데 오늘은 어째 좀 다르다. 물 흐리지 말라는 건 지금 이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인가. 마음이 보는대로 세상을 바라 보니 첫 물인데도 흐려 뵌다.


잠시 후 몸에서 번쩍 하더니만 물이 세상 맑아 보였다. 생각이란 역시 물 따라 흐르는 것, 구름 처럼 오고 가는 것. 좋은 생각이 들 때도 있고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때도 있다(아파서 쉴 땐 더욱).


괜찮다. 흘러 가니까. 나쁜 생각이 나쁜 게 아니라 붙잡아 키우는 게 나쁜 것. 그런 생각이 드는 '나'를 알아차릴 뿐 그 생각이 '나'는 아니다. '우울함'이 지금 순간에 방문 했을 뿐 '우울증'아닌 것처럼



새벽 6시 전후 이렇게 흘러간다


사람들은 '동일시' 한다. 지금 내게 발생한 순간과 '나'를. 난 이래, 난 이런 사람이야....진정 자아는 그걸 알아차리는 '나'다. 지금 상황은 물처럼 흐를 것이고 벌어진 사건은 구름처럼 다녀 감을 난 안다.


나쁜 일이 생길 때마다 지나고 보면 좋은 일이었다. 상황이 주는 메시지가 늘 있었다. 가령, 길을 잘못 들어 무너진 다리를 건너지 않은 것처럼. 이런 감정 저런 감정 들 때마다, 요런 생각 그런 생각 들 때마다 그저 '나그네'가 다녀간 것임을.


국군도 어제 이리 스쳐 지나갔음을


상반기 내내 날 괴롭혔던 곳이 아프다 말다 좋아졌다 나빠졌다 해, 사람 약 올리나 싶어 회사에서 장시간 못 앉을까 싶어 9월 한 달 간 3차 병원인 건국대병원 고관절센터와 30대 고향인 부천까지 치과의원을 다녔다. 10월은 더 본격적인 치료 중이다.


새로 자라나는 손톱과 달리 복구할 수 없는 일이 내 몸에서 벌어지면 작든 크든 상실감이 든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살 팔자인지, 이가 없어서 헐크처럼 살 인생인지 어디 두고 보자. 고마운 통증, 사람 잘못 건드렸다.


통증에 어쩌다 얻어 걸린 운동이 아닌 체계성, 강도, 빈도로 아주 코를 납작하게 할 터이니. 역시 운동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세상이 뒤집혀도 반드시! 기필코! 해야 하는 반려품이었다.


운동이야 말로 인생 최고의 명약이란 걸 뼈져리게 느꼈으니 뼈빠지게 운동으로 극복 하리다. 내 호주머니에 들은 '기대'와 '설렘'을 만지작 만지작 대면서.




* 건대병원의 진단과 치료 방침이 맞아 들어 간다면 아무렇지 않게 의자에 앉는 날이 오거들랑 병명과 여정을 세상 방방곡곡에 다 퍼뜨리리라. 앉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일 할 수 있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운운하며.



* 건대병원의 진단과 치료 방침이 잘 맞아 들어가면, 아무렇지 않게  의자에 앉는 날이 오거들랑 병명과 여정을 세상 방방곡곡에 퍼부으리라. 앉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일 할 수 있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이 노래가 이토록 철학적인 줄

내 말이 그 말이라 말하게 될 줄

예전엔 미처 몰랐다. 진정 명곡이다!

난 어디서 왔다 어디로 가는 걸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