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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제보다 나은 오늘 May 14. 2023

토기에서 뭉근히 끓여 낸 모건 조쉬

카슈미르 식 슬로우 푸드

(앞 이야기에서 계속...)

https://brunch.co.kr/@ragony/271




 빙하 본다고 산자락을 오르락 내리락 했더니 목도 마르고 힘도 들고 숨이 찬다.

 멀리 가지말고 밥 먹고 갑시다~


 오늘 점심 식당은 Rush Lake Gateway Hotel.

 Hotel이라곤 하지만 나즈막한 단층건물에 방이 몇 개 되어보이진 않는다.


https://goo.gl/maps/8XAedGZ3574ysKny5?coh=178572&entry=tt



 건물 크고말고 뭐 중요한감. 밥만 맛있게 잘 나오면 되지. 벚꽃이 절정기를 살짝 지나고 지는 철이긴 했는데, 여전히 예뻤다. 나즈막한 건물이 설산, 나무들과 되려 더 잘 어울린다. 고층이었으면 자연풍광을 해칠 뻔했겠다.



 식당 내부전경. 투숙객이 없는 건지 손님이 우리밖에 없었다.


 이 날 주문한 메뉴들.

 현지 음식 잘 먹으니 알아서 시켜주세요~ 했더니 하나만 빼고 늘 먹던 비슷한 것들이 나왔다.


1. 계란볶음밥

 층이 지지 않았으니 비리야니는 아닌 것 같고, 풀라오 아니냐고 물어보니 아니랜다. 계란 고명하고 밥하고 볶은 Egg Fried Rice 계란볶음밥. 그러고 보니 풀라오의 찐밥맛이랑 살짝 다르긴 하다. 현지 음식명이 따로 있나 모르겠지만 언제나 쉬운 영어만 쓰는 우리 가이드님은 "Egg Fried Rice"라고 안내해 주셨다. 쌀이 찰기 없는 안남미인 거 빼곤 한국식 야채 계란 볶음밥하고 별반 다르지 않았지만 원래 안남미는 찰기가 없기 때문에 기름을 많이 두를 필요도 없고 그래서 더 담백한 맛이 났다.


2. 야채 커리

 당근, 브로콜리, 양파, 양배추 등 야채만으로 조리한 커리. 역시 현지 용어가 따로 있는지는 모르겠다. 강황맛이 강한 한국식 카레맛하고는 조금 다른데, 이런 향신료 맛은 도무지 설명할 재간이 없네. 어쨌든 인도-파키스탄식 남아시아 커리 떠올리면 비슷하겠다.



3. 로간 조쉬(Rogan Josh)

 얘가 오늘 주인공. 

로건 조쉬는 양고기나 양고기 그레이비로 구성된 전형적인 카슈미르 요리입니다. 이 커리는 카슈미르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진짜 카슈미르 맛이 있습니다. 그것은 밀폐된 토기 냄비에서 천천히 조리됩니다.이것은 카슈미르에서 Dumpukht 기술로 알려져 있습니다. 당신은 카슈미르에서 제공되는 이 요리를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 파키스탄에서 신혼여행을 하는 동안 먹어볼 수 있는 7가지 음식 특선 요리, https://blog.bridals.pk 부분 발췌 한글 해석 -


https://blog.bridals.pk/plan-your-trip/7-food-specialties-to-try-while-you-are-honeymooning-in-pakistan/


 내가 여행하고 있는 곳은 파키스탄 최북단의 길깃 발티스탄주의 훈자 지역이지만, 지명을 넓게 보면 길깃 발티스탄도 카슈미르 지역의 일부이다. 북쪽 요리는 좀 다르려나 했는데 한 나라 안에서 먹고사는 건 다 비슷한 건지 요리도 크게 다르지 않다. 발음이 비슷해서 커리나 카라히가 같은 말인가 싶었는데 커리는 향신료를 걸쭉하게 해서 고기와 야채를 넣어 익혀먹는 요리의 총칭이며 카라히는 둥근 요리냄비를 지칭하는 말로 차이가 있다. 


Dumpukht 기술
덤 푸크트는 남아시아 북부의 조리법이다. 고기나 채소 등을 한디 등의 냄비에 담고, 뚜껑을 닫은 다음 냄비와 뚜껑 사이의 틈을 반죽으로 막아 증기가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한 후 약한 불에서 오래 익히는 방식으로, 분할 이전 인도에서 나와브 아사프우드다울라 시기에 발달했다. -위키피디아 부분 발췌-



 항아리 토기에 보글보글 끓는 소리가 들리는 채로 서빙이 되어 나왔다. 풍기는 외모부터 나 "슬로우 푸드" 자세 잡고 들어오는 것 같고, 일단 소리부터가 맛있다. Dumpukht 기술로 조리를 하려면 최소 한두 시간은 푸욱~ 고우듯 끓여야 한다고.



 통상 머튼(양고기)으로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하는데 오늘은 특별히 야크 고기다.


 아. 아침에 봤던 그 순하고 착한 털이 긴 소?(물론 그 아침에 봤던 소를 잡은 건 아니다... 종류 말하는 중.)


 블랙야크 브랜드 점퍼는 입어봤어도 야크 고기는 태어나서 처음 먹어보는구나. 에그, 아침에 마주쳤던 순박한 눈망울이 생각이 나서 숙연해지고 미안해지긴 했지만 이렇게 요리까지 만들어졌는데 이제 와서 어쩌랴.


 야크 고기의 맛은... 음... 쇠고기랑 똑같다.

 로간 조쉬의 양념도 기본적으로 맛과 향이 매우 강한 서남아시아식 커리의 일종이기 때문에 이 정도 향신료라면 고기의 어떤 잡내도 다 덮어버릴 수 있겠다. 그러니까, 육질과 식감만 비슷하다면 고기 본연의 맛은 느끼지 못할 정도. 염소 고기나 야크나 황소나 젖소나 여기 들어가면 다 고기서 고기란 말.


 대신, Dumpukht 비법 기술이 적용되어 그런 건지, 육질이 정말 부드러웠다. 씹을 필요 없이 살살 녹았다는 표현이 적절할 듯. 피렌체에서 맛본 미디엄 레어 쇠고기 스테이크 이후 처음 맛보는 부드러운 고기였다.



 밥, 야채, 고기 골고루 먹고 커리에 언제나 따라 나오는 짜파티까지 풀 세트.


 역시 여행지에선 현지식이지.

 100% 현지식으로 배부르게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다음 얘기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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