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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제보다 나은 오늘 Jun 22. 2024

TARANTOS 플라멩코 공연 감상기

 스페인 바르셀로나 여행 5일 차. 2023년 12월 12일 오후 7시.


 이미 해는 져서 깜깜하다.

 이번 미션은 TARANTOS 공연장 가서 플라멩코 공연 보기.


https://maps.app.goo.gl/EDHLzixihh84MyGWA


 TARANTOS 공연장은 아까 낮에 가 봤었던 레이알 광장 안쪽에 위치한다.

 라 람블라 거리 종단을 대체 몇 번째 하는거냐. 다리 알 배기겠다.


 공연은 오후 7시 30분에 시작.

 조금의 시간 여유가 있으니 하나라도 더 눈에 넣어오자.

 레이알 광장 바로 인근에 있는 구엘 궁전 방문. 안토니 가우디의 후원자였던 에우세비 구엘이 의뢰해 짓게 된 대저택. 역시 안토니 가우디 시리즈 건축물이다. 독수리상을 비롯한 섬세한 철제 장식이 유명한 건축물이다.



 가우디의 또 다른 유명 건축물인 까사 밀라, 까사 바뜨요처럼 극적인 요소는 없지만 주변건물 대비 압도적으로 위풍당당하다. 세심한 안토니 가우디 건축물답게 외부 철제 장식물도 화려하다. 구엘 궁전은 예배당을 비롯한 내부도 아름답고 화려하기로 유명하다던데, 들어가 보진 못했다. 문화센터 말고 여길 들어가 볼 것을 그랬나... 여행객에겐 돈도 중요하지만 시간도 중요한 건데.

 어쨌든, 안 들어가 봐도 껍데기 봤으니 보긴 본 거다. 얼추 시간이 되어가니 이제 공연 보러 가야지.


 다시, 레이알 광장으로 이동.

 구글신이 인도하는 방향으로 가면 어렵지 않게 TARANTOS 공연장을 찾을 수 있다. 크지 않은 소극장이다.



 사각 중정인 레이알 광장은 밤에 봐도 예쁘다.

 겨울이라 살콤 춥지만 노천까페는 저렇게 기다란 가스난로를 지피며 외부 영업을 계속한다.



 타란토스 공연장은 10분 전에 문이 열린다.

 어랏. 내가 1번 손님이네?

 처음엔 뭣도 모르고 제1열에 앉아봤는데, 고개를 너무 쳐들고 감상해야 하는 위치라 너무 부담스럽다. 약간 멀어도 시선을 아래로 둘 수 있는 바 근처의 좌석에 자리를 잡았다.



 공연 시간이 임박하니 관객들이 조금조금 들어오긴 하는데, 오늘 장사는 공치는 모양새다. 족히 100여 명 이상은 들어갈 수 있는 소극장이지만 손님은 나 포함해서 10명 남짓밖에 안 되어 썰렁하다.

 공연장 안에 바를 같이 운영한다. 공연을 보며 각종 주류를 같이 즐길 수 있지만, 오늘은 썰렁해서 술 주문해서 적당히 취할 분위기가 아닌 것 같다.



 정시가 되니 공연을 시작한다.

 공연은 생각보다 단출하다.

 통기타 한 분, 노래 부르시는 분 한 분, 그리고 두 명의 플라멩코 무희가 전부다.


스페인 남부의 안달루시아 지방에서 유래한 춤(Baile), 노래(Cante)와 기타(Guitarra) 세 파트로 구성된 민속예술이다. 주로 집시들과 가난한 하류층민들이 즐기던 음악과 무용이 예술의 형태로 자리잡은 것이며, 지역에 따라 다양한 특징을 가진 형태로 구분된다. 현대에 들어서는 세 파트가 모두 합쳐진 형태보다 플라멩코 스타일의 기타 음악이 더 널리 알려져 있다.
- 출처 : 나무위키 -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3576975&cid=58999&categoryId=58999



 공연은 약 40여분이면 끝난다.


 기타 반주에 맞추어 남성 싱어가 초반에는 노래를 부르고, 좀 있으면 두 명의 무희가 나와서 검정과 빨강색이 강렬히 대비되는 옷을 입고 나와 탭댄스처럼 발을 착착 굴리며 열정적인 춤을 춘다. 이 댄스 오래 추면 관절 다 나가겠네... 하는 걱정을 했다. 공연장 바닥은 탭댄스화 징에 닳아서 표면이 벗겨지고 파였을 정도다.





 전반적으로 공연은.... 생각보다 지루했다. 초반 10분을 감상하고 나면 자꾸 반복되고 길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일단 관객이 너무 없으니 뭐랄까 연주자와 무희들도 좀 안쓰러 보이고 열정의 플라멩코가 무색하게 분위기가 전혀 달아오르지 않았다. 보통 플라멩코하면 "열정의" 플라멩코라는 수식어가 붙는데, 이미 중년 중반은 되어 보이는 무희분들이 춤추는 게 힘들어 보여서 플라멩코를 수식하는 "열정"이 잘 느껴지지 않았다...


 더 안타까운 일은 공연이 다 마치고 벌어졌다.

 4명의 공연자 모두가 다 나와서 정말 "열정적으로" 팁을 삥뜯기 시작한다. 내가 수많은 세계 공연장을 다녀봤지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팁 삥뜯는 공연단은 처음봤다. 아니 만족해야 팁을 드리지. 무료공연도 아니고 입장료 다 주고 왔다고요. 팁을 주면 설마 보내주나 걱정하고 있었는데 끝까지 주고 있으니 그래도 퇴실문을 열어준다. 납치나 감금당하지 않았으니 다행이다.


 플라멩코는 스페인 북서부인 바르셀로나 전통문화도 아닌 남부문화에서 유래했으며 바르셀로나의 TARANTOS 공연장이 그리 수준높은 공연장이라 할 수도 없으므로 바르셀로나에서 플라멩코를 보기 위해 굳이 소극장을 찾지 않아도 무방할 듯하다. 그래도 플라멩코를 보긴 봤고 그게 뭔지 어떤 느낌인지 알았으니 그걸로 만족해야지...



 밤에 다시 찾아본 가우디 가로등. 역시 가로등은 빛날 때 봐야 더 멋있다.


 시간이 조금 남았네.

 하도 많이 걸어서 다리가 후들거릴 지경이지만 이왕 왔으니 고딕지구 야경도 보고 가야지.


 이 하루가 끝나긴 끝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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