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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제보다 나은 오늘 Jun 25. 2024

지로나 여행

중세 유럽으로의 타임머신 여행

 2023년 12월 13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여행 6일 차 아침이 밝았다.


 오늘은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지로나, 피게레스, 카다케스 3곳을 당일에 찍고 오는 단체투어.

 영어는 완벽하지 못해도 차만 잘 태워주면 되니까 마이리얼트립에서 영어 가이드 상품을 예약했다.


 집합장소는 Barcelona Nord bus station에서 8시 30분. 숙소에서 버스로 대충 30분이 걸리니까 넉넉히 7시 40분에는 숙소에서 출발해야 조급하지 않겠다.


 아래는 여행 상품 안내 페이지에서 그대로 긁어온 홍보자료.


 구글신만 믿고 찾아 간 집합장소.

 Buendia Tours 로고가 있대매. 근데 없다. 내가 좀 이른 시간에 도착한 탓에 나 비슷한 대기일행도 없었던지라 같은 블록을 두 번 세 번 헤맸다. 공지시간이 거의 임박해서야 사람들과 가이드가 왔고 대체 어디야 어디야 발만 동동 구르던 나도 내가 예약한 여행사가 맞음을 확인하고 안심하게 되었다. 해당 상품은 집합장소 안내에 좀 더 친절할 필요가 있겠다. 버스 터미널 바로 앞에 가면 안 되고, 버스 터미널 앞 층고가 완전히 다른 도로로 올라와야 가이드 일행을 만날 수 있다.


그러니까 딱 요기가 집합장소. 그런데 식별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어제는 한국인들이 그렇게 많이 보이더니, 이 상품은 영어 상품이다 보니 한국인이 안 보인다. 엇. 아무도 없으면 말 붙일 데도 없고 하루종일 심심할 텐데. 다행히 출발 직전에 나처럼 집합장소를 지나쳐 헤매던 한국인 한 분이 마지막으로 합류를 하신다. 이 분도 나처럼 집합장소 공지가 이렇게 허술하면 어떡하냐며 투덜투덜. 어쨌든 한국인 솔로 여행객끼리 오늘만큼은 자동빵 여행메이트 결성.



 요런 버스를 타고



  1시간 20분쯤 달려 도착한 지로나.



 지로나(참고로 지로나Girona는 카탈루냐어 발음이며, 스페인어로는 헤로나Gerona라고 읽힌다) 첫인상.

 멀리서 봐도 우뚝 솟은 커다란 대성당의 위용이 대단하다.

 강을 끼고 있는 고도시구나~ 강 주변의 건물들도 오밀조밀 예쁘다.

 직사광선 없는 구름 낀 날이라 돌아다니기 좋고 사진 찍기 참 좋겠네~ 럭키~ 


 지로나는 넷플릭스 "왕좌의 게임" 촬영지로 유명한 곳이다. 나는 아직 이 드라마를 안 보긴 했지만, 극의 재미와는 무관하게 여행지에서의 기억이 새록거릴 수 있으니 다음에 찾아서 봐야겠다(라고 생각만 하고 여전히 안 보고 있긴 하다...).



 오늘의 일정을 담당하시는 울 가이드님.

 역사와 배경을 한참 설명하시는데 솔직히 다는 못 알아듣겠고 자유관광 하신 후 11시 50분까지 요 기둥 근처에 모이세요~ 정도만 대충 알아듣겠다. 대충 1시간 20여분의 자유시간이 주어진다. 저 기둥에 불쌍하게 매달려 있는 건 사자라는데, 사자상 엉덩이에 키스를 하면 지로나로 다시 돌아온다는 속설이 전해진다. 키보다 높은 곳에 사자상이 있기에, 저길 올라가서 키스하는 관광객은 당연히 없지만, 사자상에 키스하는 듯한 연출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다.



 가이드님 뒤로 배경한 멋진 건물은 Basílica de Sant Feliu(산 펠리우 교회).

 지로나 대성당보다 규모는 작지만 강가에 바로 위치한 건물이라 눈에 훨씬 잘 띄는 랜드마크 중 하나이다.

 쫙 쫙 뻗은 직선이 보기 간결하고 시원시원하다.


https://maps.app.goo.gl/k6ai5qcfSiq6RkrH9



 산 펠리우 교회를 지나면서부터는 지로나 도심 전체가 커다란 돌을 조각해서 만든 도시 같다는 인상을 받는다. 바닥도 돌, 담벼락도 돌, 첨탑도 돌, 아치문도 돌, 계단도 돌. 몽땅 돌천지다. 페인트 전혀 없이 자연물로만 이루어진 건축 환경과 분위기가 갑자기 타임머신을 타고 진짜 중세로 뿅 이동한 것처럼 느껴진다. 작은 돌 하나하나 쌓아서 어쩜 이렇게 완벽하게 잘 지었을까. 감탄이 나온다.



 지로나 건축물 중 짱먹고 있는 지로나 대성당. 산 펠리우 교회보다 훨씬 더 거대하고 웅장하다. 지로나 대성당은 평지가 아니고 적당히 구릉지 상단에 자리하고 있어 성당까지 올라가야 하는 계단이 높고 가파른데, 이러한 설계와 구성이 훨씬 더 성당을 웅장하고 위엄 있는 건물로 보이게 한다.

 정말 유럽사람들은 성당 짓는데 모든 국가역량을 총동원하는 것 같다. 후손들 뼈빠져 일하지 말고 관광수입으로 잘 먹고 살라고 배려한 선조들의 빅픽쳐였을까. 유럽여행의 절반은 성당여행인 것 같다.



 성당에 바로 오르지 않고 측면 길을 좀 더 올라가다 보면,



 수비락스가 남긴 조각상이 보인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에서 수비락스 작품을 몇 점 봤다고 그 새 그만의 작풍이 눈에 익어 설명이 없어도 그의 작품이란 거 알아차릴 수 있겠다.

 조각상의 작품명은 Als mestres d'obres de la Catedral. 번역기를 돌려보니 The Masters of Works of the Cathedral. 우리말로 하면 성당 작품의 대가 정도가 되려나. 대성당을 만든 장인들에게 헌정하는 뜻을 담고 있나 보다.



 골목길 곳곳이 다 예쁘고 고풍스럽다.



 대성당 올라가서 예쁜 아치문을 배경으로 한 컷.



 뭐 하나 버릴 게 없는 지로나 골목길 풍경들.



 여기 조금 보고 저기 조금 다니다 보니 훌쩍 재집합 시간이 되어 사자상 기둥으로 돌아왔다.

 아무것도 안 먹은 채 뽈뽈거리고 다녔더니 살짝 허기져서 페스트리 가게에서 돌돌 말린 설탕빵 하나를 사 먹고 다시 다음 목적지를 향해 출발.


https://maps.app.goo.gl/UMHxTi8i1GVN5Jws6



 고작 한 시간여 일정으로 이 예쁜 곳을 구석구석 누비고 오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로나 정도의 운치와 특별함이 있는 도시라면 1박 2일 정도 시간을 할애해도 전혀 아깝지 않을 것 같다. 아직 다 안 보고 왔는데... 떠나는 발걸음이 쉬이 떨어지지 않아 예쁜 풍광을 자꾸자꾸 돌아보게 된다.


 주차장까지는 살짝 걸어야 한다.

 낯선 곳에서 길 잃어버리기 십상이니 한 눈 팔지 말고 가이드 졸졸 따라서 안전하게 왔던 버스 다시 탑승.



 다음 목적지는 "피게레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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