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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제보다 나은 오늘 Jun 26. 2024

살바도르 달리의 고향, 피게레스에 가다

살바도르 달리 미술관 관람기

 2023년 12월 13일 12시 40분.

 스페인 바르셀로나 여행 6일 차  지로나, 피게레스, 카다케스 당일 투어 여행의 두 번째 목적지.




 지로나에서 43km, 40분 정도 북쪽으로 더 달려가면 나오는 소도시 피게레스.

 관광객이 스페인 소도시 피게레스에 가는 가장 큰 이유는 살바도르 달리 미술관 방문이 아닐까 싶다.

 피게레스는 인구 4만 5천 여 명의 소도시로 초현실주의 화가로 유명한 살바도르 달리의 고향이다. 이 도시에는 살바도르 달리 미술관이 있다. 당연히 오늘의 관광 포인트는 살바도르 달리 미술관.

콧수염이 인상적인 살바도르 달리

 오늘 관광 상품에는 살바도르 달리 미술관 입장권은 포함되지 않았다.


 가이드께서 안내해 주신다.

 "달리 미술관 가실 분들은 개별 매표해서 입장해 주시고요, 미술관에 관심 없는 분들은 이 주변에서 자유시간 가지실게요~. 지금 12시 40분이니, 1시간 30분 후인 2시 10분까지 이곳으로 다시 모여주세요~. 늦게 오시는 분들은 버리고 갑니다~ 시간 꼭 지켜주셔야 해요~"


 오늘 가이드님은 딱 내려주고 데려다주고 시간 알려주고 요점에만 충실하시다. 말씀이 많지 않아 좋다. 어차피 장황하게 말씀해 주셔도 반에반도 못 알아듣는다.(영어란 말이다... ㅠㅠ) 태워주고 내려주고 재집합 시간만 알려주시면 충분충분. 버리고 가지만 마셔요. 나는 미술관 / 박물관 가는 거 좋아하는 성격이라서 당연히 달리 미술관 관람하고 오는 걸로 결정.



 지붕에 계란이 잔뜩 올려져 있는 신기하게 생긴 살바도르 달리 미술관.



 키가 시원시원한 나무도 미술관과 잘 어울린다.



 요 쪽이 미술관 입구로 가는 길. 입장료는 17유로. 한화로 2만 4천 원 정도 되는 돈이니 결코 싸진 않다. 유럽여행 다녀보면 우리나라 고궁이나 박물관 입장료는 지나치게 저렴한 것 같다. 국제 수준에 맞게 좀 올려도 될 때가 된 것 같은데. 

 살바도르 달리 미술관엔 다행히 관광객이 넘치지 않아 대기 없이 입장할 수 있었다.


(달리 미술관 티켓팅 사이트. 현장에서도 구매 가능하지만, 관광객이 몰린다면 입장 제한으로 못 들어갈 수도 있다.)

https://tickets.salvador-dali.org/en



 별도의 종이 안내물 대신, QR코드로 안내물을 대신한다. 링크를 활성화하면 미술관 맵을 볼 수 있다.


 달리의 작품세계도 특이하지만, 이 미술관 구조 역시 평범하지 않다.

 미술관 입장하자마자 동그란 중정이 있고, 클래식한 자동차 뒤로 배가 공중에 매달려있다. 그리고 이걸 쳐다보고 있는 오스카상 트로피처럼 생긴 많은 금도금 동상들.



 공간이 너무 커서 사진으로 다 담을 수가 없어 아쉽네... 이래서 현장에 가 봐야 하는 거다.


 달리 미술관은 4층으로 이루어진 복잡한 곳이다. 가급적 맵에 안내된 동선으로 관람하는 것이 길이 헷갈리지 않고 에너지가 덜 들지 싶다.(나는 내 감만 믿고 무작정 돌아다니다 조금 비효율적인 동선을 만들어버렸다.)



 갑옷인가. 의족도 있네. 저 악어는 또 뭘 하고 있나. 아, 벌써부터 정신이 혼미하다.



 그림은 잘 모르지만, 딱 봐도 달리가 그린 전형적인 달리 그림인 것 같다.



 달리 자화상.

 아니 정말 달리와 닮았잖아? 표면의 질감이며 그림자며 묘사는 사실적이지만 구성은 전혀 사실이 아니고 전혀 안 닮았지만 보다 보면 진짜 달리의 초상이 연상이 되는 참 신기한 그림. 역시 천재는 천재구나. 



 커다란 그림이 전시되어 있는 정말 커다란 홀.



 저마아~~ 안 큼 크다. 대체 저런 큰 그림은 어떻게 그리는 걸까. 벽에 걸어두고 사다리 타고 그리는 걸까, 바닥에 깔아놓고 밟아가며 그리는 걸까. 커다란 실내 체육관이 아니라면 저만한 그림을 펼쳐놓기도 쉽지 않았을 텐데.



 얼핏 보면 링컨 초상화처럼 보이는 그림도 있는데,



 자세히 보면... 오... 신기하다.



 부분은 사실적이지만 전체는 몽환적인. 주제가 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신비로운.



 달리의 작품은 신비하고 어렵습니다. 이건 뭘 그린 걸까.



 붕대석고 틈 사이로 보이는 두 눈이 살짝 무섭다...



 천사 뒤에 배치된 아우라 막대기에 동력장치가 설치되어 미세하게 움직인다. 이런 건 백문이 불여일견. 동영상 촬영은 별로 안 내켜하는 타입이지만, 이것만은 찍어왔다.



 가만가만 들여다보고 있으면 원리적으론 별 거 아닌데 신비로운 느낌이 든다.



 달리의 초상. 그런데 이 그림 보다가 우리 회사 모 본부장님이 갑자기 생각이 났다.


흑백 액자가 둘 벽에 걸려있고, 코 모양의 장식이 가운데 있다.

입술 모양의 쇼퍼가 또 그 앞에 있고, 커다란 가발이 아치문 주위에 둘러져 있다.


요걸 저 계단으로 올라가서 상단의 렌즈로 투영해서 보면,



갑자기 여인의 얼굴이 나타난다.




 스마트폰으로 현장의 공간감을 도저히 담아 올 수 없지만, 저 공간을 실제 눈으로 보면 이런 이미지가 선명하게 다가온다. 햐~ 이런 공간을 꽉 채워서 부분을 전체로 재구성하는 발상을 어떻게 했을까.



 조형작품도 달리 회화와 맥을 같이한다. 작품의 부분은 사실적이고 정교하다. 하지만, 전체를 모아 멀리서 보면 무언가 불편하면서도 기이하고, 또한편 신비롭다. 이런 걸 초현실주의라 했던가.


 봐도 봐도 신기한 그림.

 작은 구 하나하나는 형태나 음영이나 완결성을 가진다. 부분만 확대해서는 이게 무슨 그림일지 도저히 감이 오질 않는다. 하지만 조금만 멀리서 보면 눈을 감고 고개를 반쯤 돌린 여인의 형상이 떠오른다. 그러면서 입 근처의 소실점에 집중하면 또다시 얼굴은 사라지고 연속적으로 배열된 동구란 구체에만 시선이 꽂힌다. 이게 영원히 반복된다. 이 그림 하나만 한시간 보고 있어도 지루하지 않겠네.


 정말 미술관 관람은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간다.




- 사진을 너무 많이 올렸네요. 좀 쉬었다 2부 올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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