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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제보다 나은 오늘 Jul 17. 2024

산트 조르디 호스텔 락 팰러스 이용 후기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있는 도미토리 호스텔

 여행일 2023년 12월 14일 목요일.

 여정 7일 차.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의 마지막 날.


 여차저차 여행은 왔지만, 나는 어쨌든 태생적 집돌이. 중간에 숙소 바꾸는 건 매우매우매우 귀찮은 일이다. 벼룩이 나오지 않았으니 겨우 적응한 잠자리 바꾸지 않았다. 내가 정했던 숙소는 산트 조르디 호스텔 락 팰러스. 헉헉... 이름이 길기도 길구나. 예약했던 방은 14베드 남녀혼성 도미토리.


https://maps.app.goo.gl/nSH8413AMgeZ1dYq8


 혼자 떠난 배낭여행이라 숙소에 돈 쓰기 싫었다.

 나는 호캉스와는 거리가 좀 멀고, 여행을 떠나면 다시는 안 돌아올 사람처럼 해 떠서 해 질 때까지 도시 구석구석을 싹싹 훑고 다니는 스타일이라 숙소는 짐 보관+샤워+취침의 딱 기본기능만 하면 되었다.

 난생처음 만나는 여러 사람과 한 방을 쓴다는 게 마냥 편하진 않지만 그래도 별 수 있나. 도미토리 호스텔이 나같은 알뜰 여행객에겐 최선일 수밖에 없다. 에어비앤비를 통한 개인룸 대여도 방법일 수 있지만, 저렴하면서 깨끗해 보이는 대부분의 에어비앤비 개인룸 대여 상품은 도심과 거리가 좀 떨어진 곳이라서 관광객 전문 호스텔보다는 경쟁력이 떨어져 보였다.


 숙소가 고민이신 분 들, 제가 딱 정해드리겠다.

 사실, 여행 한 두 번 다녀보면 자기 몸에 맞는 숙소가 뭔지 본인이 가장 잘 아실 거다.


○ 돈은 다 모르겠고, 단독침실 + 욕실 필요 : 호텔 가셔야지...

 - 바르셀로나 기준으로 최하 1박에 12~3만 원은 잡아야. 당연히 도심에 가까울수록 비싸진다.

○ 돈은 없지만 도미토리는 너무 불편하다. 도심지까지 이동은 크게 문제 안 된다 : 도심근교 에어비앤비

 - 1박 최저 6~7만 원 정도 했었다. 문제는 도심까지 거리가 멀어 교통이 불편하다는 거...

○ 무조건 싸면서 잠만 자면 된다. 다만, 도심지에서 멀지 않으면 더 좋겠다 : 도미토리 호스텔

 - 6박 7일에 14만 3천 원 쓰고 왔음. 1박에 도시세 제외하고 약 2만 4천 원 수준이니, 아주 싼 건 아니지만 그래도 합리적.

○ 먹는 거 중요하며 여행자끼리 정보교환 했으면 좋겠다 : 한인민박

 - 한인민박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조식으로 한식을 준다는 거다.(안 주는 민박도 가끔 있긴 하니 확인 필요) 입맛에 민감한 한국인 여행객에게는 이보다 더 큰 장점이 있으랴.

 - 혼자 여행객, 자칫 심심하고 외로울 수 있는데 자연스레 여행친구가 생길 수 있다.(다만, 코드가 맞지 않으면 여행지까지 와서 빌런을 만날 수도 있다...) 밤에는 때때로 민박집 사장님이 술파티를 열어주기도 한다.

 - 한식으로 조식 주는 민박 기준으로 최저 1박에 8~9만 원쯤. 민박이라고 완전 싸지는 않다.


※ 빠진 것 하나 : 당국에 등록된 숙박업소 이용하시려면 어디에서 묵어도 무조건 도시세 내야 한다. 피해 갈 수 없다. 호텔, 민박, 호스텔, 에어비앤비 다 공통사항임. 대부분 숙박비 별도로 현장 청구한다.




 14인실 2층 벙커침대. 내가 머물다 간 곳.

 30인실 내무반 생활도 2년 넘게 하다 왔는데 이만하면 양호하지. 벼룩 나올까 걱정을 좀 했었는데 생각보다 잘 잤다. 룸에 딸린 화장실/샤워실 역시 크게 붐비거나 줄을 서야 하는 상황이 나오진 않았다.



 호스텔은 총 6층 규모인데 구석구석 공간이 잘 되어있어 쉬어가기도 편하다. 라운지 / PC실 / 옥외테라스 / 동전세탁기 & 건조기 등 어지간한 건 다 있다.



 전 세계 여행객을 상대로 영업하는 호스텔답게 층 안내를 그래픽 아이콘으로 해 둔 것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그래, 여행지에선 이래야지.



 옥상에는 수영장도 있다. 수영장이라 하기엔 좀 큰 욕조만 하다는 게 단점이긴 하지만, 여름에 도심 옥상을 배경으로 일광욕도 하며 사진 남기며 인스타 하실 분들께는 이만해도 충분할 것 같기도 하다. 수영장에 꼭 수영하러 가는 건 아니지 않은가. 내가 방문한 시기는 추운 겨울이라 수영장 관리가 전혀 되어있지 않았고 녹조만 잔뜩 껴 있었다. 차라리 물을 빼고 말려놓지...



 루프탑 정원의 운치도 이만하면 합격. 좀 좁긴 하지만 유럽감성 나온다.



 지하에는 식당이 있다.

 4유로 추가 시 조식 가능. 저녁은 8유로에 미리 예약하고 주문해야 먹을 수 있으며 메뉴는 미리 공지가 된다. 나중에 알았는데 이는 매우 합리적 가격으로 바셀 시내에서 이 가격으로 이만한 식사를 먹을 수 있는 곳은 없지 싶다. 나는 원래 아침을 먹지 않는 식습관을 가졌으며 저녁은 언제 들어올지 몰라서 한 번도 예약해보진 못했다.


 호스텔의 장점 중 하나는 투숙객이 직접 요리를 해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공용 냉장고와 취사도구, 싱크대가 제공된다.

 물가가 여기보다 더더더 비쌌던 스위스 호스텔에선 직접 요리해 먹던 사람들이 정말 많았었는데 상대적으로 바셀 호스텔에선 직접 취사해 먹던 투숙객이 별로 안 보였다(단순히 나랑 시간이 안 맞은 걸 수도. 냉장고엔 이런저런 식자재가 보이긴 했음).



 체크아웃은 오전 11시 이전까지.

 그 이후에도 관광을 하다 이동하는 여행객들을 위한 짐 보관소도 별도로 운영하며 투숙객에게는 별도의 추가 요금을 청구하지 않는다.


 이용 총평.

 바셀 도심지에 있는 편리한 호스텔로 가성비 있는 곳이다. 잠자리 프라이버시 별로 따지지 않는 솔로 배낭여행객에게 딱 맞는 곳. 펍과 식당을 겸하는 곳이라 저층 투숙객은 밤에 좀 시끄러울 수 있지만 그렇다고 밤새는 나이트클럽은 아니니 조금만 견디면 곧 또 조용해진다.

 호스텔을 잘 만나면... 아니, 시기를 잘 타면 호스텔 안에서도 여행친구를 만나기도 하는데, 이번 여행은 그러진 못했었다. 남녀혼성 도미토리라고 무언가 애틋한 극적인 일이 일어날거라고 기대하셨다면 당신은 로맨틱 영화를 너무 많이 봤다. 대부분의 도미토리 이용객은 나홀로 배낭여행객이며 침대에선 다들 조용하다. 옆자리 룸메이트가 사교적이라면 "Hello~, Where are you from?" 정도 건네는 경우도 있지만, 이번 호스텔 룸메들은 다들 정말 한 마디도 안 하고 잠만 자다 나갔다.


 어쨌든 여행지에선 벼룩 안 물리고 잠만 자면 된다는 내 철학과 딱 맞는 그런 숙소였다.

 오늘이 바셀 마지막 여정이니 오전 내내 늘어지게 자다가 느긋하게 일어나서 체크아웃을 하고 짐을 맡긴 상태로 길을 떠났다.


 오늘은 안 가 본 미술관 다 가봐야지.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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