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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제보다 나은 오늘 Jul 30. 2024

두바이 사막 디너 쇼 관람기

강력추천 두바이 가성비 액티비티

 여정 8일 차. 2023년 12월 15일 금요일 저녁.



 사막 한가운데 있는 오아시스 느낌의 디너 쇼 공연장. 족히 수백 명 들어갈 수 있는 규모다.



 다른 손님들 이런저런 액티비티 즐기는 동안 별로 돈 쓸 생각이 없던 나는 모래언덕에서 서로 사진 찍어주다 친해진 나홀로 필리핀 관광객 하고 같이 디너 테이블로 미리 이동했다. 필리핀 출신답게 영어가 매우 유창했다.



 아침을 기내식으로 먹고 중간에 시간이 애매해서 쫄쫄 굶었더니 디너 쇼 개시하기까지 몹시 시장하다. 뷔페가 개시되기 전에 웨이터들이 이런저런 식전 음식 주문을 받는다. 공짜냐 물어보니 다 유료. 그냥 뻘쭘히 앉아있기도 뭐해서 밥친구 하기로 한 필리핀 청년하고 군옥수수 하나씩 가볍게 먹기로 했다. 얼마주고 먹었더라 정확히 기억이 안 나지만 하나에 대충 하나에 10 디르함?(3~4천원 꼴) 해서 생각보다 비싸네 이렇게 돈 버는 거구나 생각을 했던 기억은 난다(비싸다고 하니 웨이터 직권으로 또 조금 깎아주기도 했음).


 쫄쫄 굶다 먹은 군옥수수 맛은 환상적. 배가 고파 사실 밀가루로 만든 신문지를 먹었어도 맛있다고 느낄법한 시간이긴 했다. 콜라 사이다 등은 또 돈 받고 팔았지만 녹차 홍차는 무료. 늘 먹던 비슷한 음식이라도 그걸 언제 어디서 누구랑 먹었는가에 따라 느끼는 감정과 기억이 달라지는 것 같다.


 필리핀 청년과 이런저런 얘길 하다가 자기는 두바이 올 때 비자 신청해서 받느라 돈이 많이 들었다며 자기도 자유롭게 세계여행을 하고 싶은데 대충 어딜가나 비자 프리 입국할 수 있는 한국인인 내가 부럽다고 했다. 어, 그렇긴 하지.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 우리끼리 있을 땐 주요국가 단기 여행 갈 때 비자 걱정 아예 안 하고 가는 게 당연한 거지만 해외 나와보면 안 그렇다. 무비자 입국 특혜를 받는 것 자체가 한국인으로서 엄청난 특혜인 거고 그게 국력인 거다. 국력이 낮으면 아무리 부자라도 어딜 가려고 해도 항상 비자 신청을 해야 하며 아무 이유 없이 비자가 반려당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라고. 특히, 우리나라가 이슬람권 국가들 국민들이 비자 신청할 때 매우 보수적이고 한다. 조금이라도 의심스런 부분이 있으면 설명없이 무조건 반려당한다고.



 너무나 중동틱한 화장실이라 한 컷 찍어봄. 변기마저 황금색이라니 ㅋㅋㅋ.



 햐~ 저 빨강 파랑 절묘한 그라데이션의 노을을 보라.

 저녁 어스름에 또렷이 혼자 떠 있는 초승달마저 자칫 밋밋할 수 있는 하늘에 방점을 찍은 것처럼 느껴진다.

 두바이 역시 하늘이 맑은 국가. 하늘이 정말 쨍 했다. 하늘이 맑으면 해넘이 노을이 어딜가도 참 예쁘다. 우중충한 회색하늘 말고 나도 저런 하늘을 갖고 싶다고.



 좌식 디너테이블을 뒤로하고 멋진 노을 배경으로 한 컷 건져옴. 곧 해가 저물고 디너 쇼가 시작될 시간.



 무대가 점등되고 아름다운 무희들이 나와서 멋진 춤을 추기 시작한다.



 쇼 시작 직전 간단한 이런저런 튀김류들 주전부리 애피타이저도 제공된다. 돈을 더 주고 입장하는 VIP석은 웨이터들이 서빙해 주지만 아래층 손님들은 다 셀프 서비스.



 빙글빙글 치마 쇼. 튀르키예 갔다가 본 적이 있는 세마 춤을 역동적으로 재해석한 것 같기도 하고 거기에 LED 점등까지 더해서 더욱 현대적이고 화려한 느낌이 들었다.


 20여분 식전 공연을 하고 나면 드디어 밥 준다. 많이 기다렸다.



 맛난 거 다 떨어지기 전에 후다닥 달려가서 받아오는 센스.

 기본 자율배식이지만 바베큐? 케밥? 요리만은 인당 배식 제한을 둔다.

 기본적으로 파키스탄에서 먹던 요리와 거의 비슷.

 중동요리나 서남아시아나 대충 다 비슷한 듯?



 평소 먹던 맛이라(파키스탄에서) 거부감 없이 맛있게 싹싹 다 먹었다. 다만 중동식 향료에 다소 민감한 분들은 비위에 조금 안 맞을 수도 있겠다.



 자리 꽉꽉 채운 관광손님들. 관광지 어딜가나 한국인들이 바글바글 했었는데, 내가 갔던 이 날은 한국인 찾아보기 어려웠다. 다들 VIP 좌석으로 가셨을래나.



 조금 먹다말고 사람들이 웅성웅성.

 저 멀리 언덕에서 낙타 행렬이 지나가고 선두가 횃불을 들고 나타났다.



 선두 횃불 행렬이 다다른 곳은, DUBAI 레터링 점등대.



 건장하고 체격 좋은 청년이 불쇼와 함께 DUBAI 레터링을 점등한다.


 불 청년은 메인 무대에도 올라서 정말 화려한 불쇼를 보여준다. 오늘 공연의 하이라이트!



 뷔페 식사 & 불쇼까지 마치면 집에 갈 시간.(19시 50분)

 주최측에서 공연 중 돌아다니며 손님들 사진을 많이 찍어준다.

 아까도 말했지만, 찍히는 건 무료지만 찾아가는 건 유료. 즉석에서 찍고 즉석에서 인화해서 판매하는데 안 팔리던 사진들은 아깝다는 생각을 했다. 스크린 쫙 나열해놓고 원하는 손님들에게만 즉석 인화해 주면 더 좋지 않을까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럼 또 그 만한 투자비가 들 테니 쉽지 않은 일. 그리고 인화된 내 사진은 찾아가지 않으면 어떻게든 폐기가 될 테니 그건 그거대로 불편한 마음이 들었는데 그게 아마도 영업 포인트 아녔을까(그래도 안 사요... 저는 검소한 여행객이란 말예요...).



 사막 한가운데 있는 공연장이라서 집에까지 가는 길도 험난하다.

 아까 왔던 길 반대로 가야 함.

 사막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차도까지 가려면 아까 탔던 4륜구동 SUV를 한 번 더 타야 함. 대형 버스가 올 수 있는 길이 아니다.

 사람들이 줄 서 있고, 수많은 SUV가 4명씩 꽉꽉 채워 왔다갔다 해도 줄이 줄어드는데 시간이 꽤나 걸린다.


 SUV가 처음 내렸던 도로가에 내려주면 내가 돌아가는 행선지가 적힌 버스를 눈치껏 확인하고 타야한다. 여행 에이전시가 하나가 아니고 버스가 수십대라서, 정신 바짝 차리고 목적지 확인하고 탑승해야 밤 동선이 꼬이지 않을 것이다.



 두바이 시내 도착하니 대충 밤 9시 반. 원래 계획은 두바이 부르즈 칼리파 분수쇼를 보고 오는 것이었는데 넘 피곤해서 그냥 집에 가기로 계획을 바꿨다.

 하루에 너무 많은 일정을 구겨넣으면 힘들다. 이제 체력이 안 되네... 그래서 여행 가기 전에는 체력 키우고 운동 좀 해야 한다.


 두바이 사막 투어가성비가 매우 좋은 액티비티였다.

 "두바이 시내에서 사막까지 왕복 교통편 제공 + 듄 배싱 + 낙타 체험 + 현지식 뷔페 + 화려한 디너 쇼" 다 포함한 가격이 시내에서의 한 끼 식사비용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두바이 사막에서만 볼 수 있는 풍광과 각종 체험의 수준 역시 훌륭했다.


 두바이 사막 투어의 참가비가 매우 싼 이유는, 추가 옵션으로 뽑아먹을 수 있는 비용이 쏠쏠하므로 어떻게든 여행객을 이곳까지 오게만 하면 원가 이상 회수가 되는 시스템(ATV 체험 + 청량음료 판매 + 애피타이저 판매 + 사진 판매 + 낙타 추가체험 등등등)이기 때문일 거라고 짐작해 본다. 그렇다고 추가 옵션을 아무도 강제하지는 않으니 딱 기본만 즐기고 와도 내겐 충분했다.


 이번 여정 중 세계 3대 분수쇼라고 알려진 곳 중 두 곳(바르셀로나 몬주익 분수, 부르즈 칼리파 분수)이나 근처 갔었는데 둘 다 결국 못 보고 왔다. 이번엔 물의 정령 하고는 인연이 안 되었나 보다.


 부르즈 칼리파 분수쇼 못 본 것은 좀 아쉽지만 무탈히 하루 마무리한 것에 위안 삼으며 2023년 12월 15일 여행 기록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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