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파라바드 Pearl-Continental Hotel Review
파키스탄 내에서 모처럼 떠나는 출장길.
파키스탄 무자파라바드 시에는 우리와 유사한 사업장을 운영하는 한국 회사가 하나 더 있다. 해당 사업장의 운영현황을 벤치마크 할 겸, 같은 회사는 아니지만 한국인끼리의 친목을 도모할 겸, 유사 사업장으로서 당면 현안을 공동 대응할 겸 다양한 목적으로 방문 계획을 세웠다.
오늘 방문할 곳은 내가 속한 사업장인 파키스탄 아자드 잠무 & 카슈미르(AzadJammu & Kashmir, 이하 AJK) 지역의 주도(Province Capital), 무자파라바드(Muzaffarabad) 시. 같은 주에 속한 도시지만, 가는 길이 만만치 않다. 지방에서 지방으로 이어지는 도로는 언제 내려앉아도 모를 불안불안한 상태의 비포장 산길이 많아 주요 도시와 연결된 큰길을 이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큰 길로 순로를 짜니, AJK 지역을 다시 벗어나서 이슬라마바드로 갔다가 다시 무자파라바드로 가는 게 가장 쉽고 안전한 길이라고 한다.
수도(National Capital)와 주도(Province Capital)를 연결하는 도로인 만큼 도로 사정은 내가 속한 사업장으로 가는 꼬불꼬불 비포장도로보다는 훨씬 낫다. 단, 그쪽과 비교해서 낫다는 정도이지, 우리나라 고속도로를 상상하면 절대 안 된다. 도로는 군데군데가 여전히 공사 중이며, "매드맥스"처럼 자욱한 흙먼지를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날리면서 달려야 하는 구간도 상당하다. 이동 중 실제로 했던 말. "우리 매드맥스 찍는 거 같지 않아요?" 사진을 남겨서 현장감을 살렸어야 했었는데.
이슬라마바드에서 부지런히 두 시간 반을 달리니, 체크 포스트에 다다른다. 언젠가 따로 설명하겠지만, 파키스탄의 AJK 주는 길깃-발티스탄(Gilgit-Baltistan) 주와 함께 파키스탄의 양 대 자치주로 그냥 국방과 외교만 파키스탄 연방정부에 기댈 뿐 대통령도, 의회도 별도로 구성하고 대법원도 다 따로 운영하는 독립국가 같은 곳이다. 체크 포스트 역시 마치 국경 검문소 같은 느낌으로 출입 시 여권을 확인받아 승인된 목적으로 인가받은 사람만 출입이 허가된다. 간단히 인근 도시 하나 이동하는데, 마치 육로로 출국하는 느낌이 살짝 든다.
AJK의 경계인 체크 포스트부터는 경찰의 호위차량이 선두에 선다. 미리 협력회사 쪽에서 양해를 구해두셨고, 호위차량의 길안내로 무사히 협력회사 사업장에 당도할 수 있었다. 주(Province)의 경계부터 협력회사까지 가는 길 역시 도로 상태는 크게 나쁘지 않았는데, 비단 연결도로 중 서너 군데가 대형 산사태로 길이 반쯤 막혀 편도로만 운행 중에 있었다. 와, 이거 비 오는 날 운행하다 여차하면 골로 가겠네... 암튼 이 나라는 집 나오면 위험하다. 국가에서 여행금지 국가로 지정한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협력회사 사업장을 방문했던 얘기도 할 말이 너무너무 많지만, 보안상의 이유로 넘어가자(역시 빠른 상황 전개).
협력회사와의 업무를 모두 마치고, 관계자 분들과 같이 만찬까지 즐기고 나니 어느덧 밤. 미리 예약한 무자파라바드 PC호텔로 향했다.
자, 어쨌든 오늘의 글 주제는 PC 호텔 숙박기니까 이제부터 여기에 집중!(늘 서론이 너무 길다.)
https://en.wikipedia.org/wiki/Pearl-Continental_Hotels_%26_Resorts
[위키백과 대충 번역/요약]
Pearl-Continental Hotels & Resorts(PC 호텔이라고도 함)는 파키스탄 카라치, 라호르, 라왈핀디, 페샤와르, 과다르, 브르반, 무자파라바드, 말람 자바에 있는 5성급 호텔 체인입니다.
Pearl-Continental Hotels는 Hashoo Group의 자회사로 이슬라마바드와 카라치의 메리어트 호텔도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카라치의 펄-컨티넨탈 호텔은 파키스탄 최초의 5성급 호텔이었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넬슨 만델라, 요르단의 후세인 국왕 등 세계 각국에서 온 다양한 저명인사들을 모셨습니다. 이 호텔은 10년 이상 세계 최고의 호텔 중 하나였습니다.
무자파라바드 PC 호텔은 2005년도에 설립된 102 객실을 보유한 파키스탄 유명 체인 호텔 중 하나이다. 위키에는 5성급이라고 소개되지만 네이버와 트립닷컴을 통해 검색하니, 무자파라바드 PC 호텔은 4성급이라고 나온다. 호텔의 별 개수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모르겠지만, 짓고 난 후 등급이 하나 내려갔나? 어쨌든 격식 있고 규모 있는 호텔이며, 그에 비례해서 숙박비도 싸지 않은 축에 속한다. 제일 베이스가 한화로 대충 16만 원 수준. 하루 숙박비가 이 나라 한 달치 최저임금과 거의 비슷하니, 서민들은 근처에 올 꿈도 못 꾸는 가격이다.
내가 이 호텔 리뷰를 써봐야지 생각한 건, 이 호텔이 네이버 블로그 건 트립어드바이저 건 호텔스닷컴이건 단 한건의 한국인 리뷰도 없다는 거다. 내가 처음 이곳에 숙박한 한국인은 당연히 아니지만, 처음 상세한 리뷰를 쓰는 최초의 한국인이라니 멋지지 않나? 오늘도 자뻑 모드로 출발한다.
파키스탄 고급 호텔답게, 멀찍이 입구부터 보안 경비가 삼엄하다. 여권을 보여주고 트렁크를 열어 짐 검사를 한 이후에 출입이 허용되었다. 참고로, 파키스탄 고급 호텔에는 때때로 VIP 숙박객을 겨냥한 폭탄 테러가 발생하기도 한다. 같은 체인호텔인 페샤와르 PC 호텔에서도 2009년도에 폭탄테러가 발생한 바 있으며,
https://en.wikipedia.org/wiki/Pearl_Continental_hotel_bombing
2021년 4월에도 퀘타 세레나 5성급 호텔에서 폭탄테러가 있었다.
https://newsis.com/view/?id=NISX20210422_0001416742&cID=10101&pID=10100
이슬라마바드가 주 주거지인 회사 파견자들에게 회자되는 가장 큰 사건 중 하나는 메리어트 호텔 폭탄테러인데, 이 사고를 눈으로 직접 목격한 사람들의 경험담이 요즘도 심심찮게 입에서 입으로 전해질만큼 엄청난 충격으로 남아있는 사건이다. 당시 회자된 사고 정황은 너무 처참해서 차마 묘사할 수가 없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1/0001970880?sid=104
오늘 리뷰 호텔은 아니지만, 메리어트 호텔은 해당 테러 사고 이후, 호텔 진입로를 아예 요새처럼 바꾸어버렸다. 처음 메리어트 호텔을 방문했을 때, 나는 마치 군사시설물에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호텔 진입로를 다수의 모래주머니로 벽을 쌓아 미로처럼 만들어 두었으며, 무장 경호원의 이중삼중의 몸수색과 금속탐지기를 거친 이후에 호텔로 입장할 수 있었다.
호텔 리뷰 한다고 해 놓고 왜 또 샛길로 빠져서 테러 이야기를 하냐면, 잊을 만하면 고급 호텔을 겨냥한 테러가 발생하기 때문에 모든 호텔 입구를 무장 경호원들이 24시간 지켜야 할 수밖에 없다. 당연히 우리처럼 피부가 뽀얀 동아시아인들이 호텔을 방문하면 테러리스트로 의심받지는 않지만, 여권과 짐을 검사하는 절차는 그들의 의무가 될 수밖에 없는 배경을 말하려고 하다 보니 옆길이 길었다.
무자파라바드 PC호텔의 첫 이미지는 매우 깨끗하고 웅장하고 또한 아늑했다.
외관에서 느껴지는 현대식 건축술과는 또 다르게, 로비 천정은 높은 나무장식으로 마감되어 있었으며, 고급 샹들리에와 어울려서 운치가 있다고 느껴졌다. 백문이 불여일견. 사진 한 번 보시라.
체크인하고 전자열쇠를 받아 방으로 갔다. 방도 무척 깔끔하며, 공조설비도 잘 가동되었고, 소음도 냄새도 없었다. 무엇보다 무자파라바드 야경이 매우 멋있게 다가왔다. 호텔방은 옆방과의 중문이 있는 방으로, 가족이 방문해서 2개 이상의 방이 필요할 경우, 방문을 터서 소통할 수 있게 해 둔 장치였다. 욕실도 널찍하고 수전 상태도 좋았다. 아주 새 느낌은 아니었지만, 냄새도 안 나고 침구에 머리칼 등 어떤 오염의 흔적도 찾을 수 없었고 전반적으로 매우 만족스러웠다. TV는 SONY제였지만, 미니바 냉장고는 자랑스런 LG마크. 이런 곳에서 만나는 국산 제품이 무척 반가웠다.
무자파라바드는 매우 아름다운 도시다. 도시가 입지 한 곳이 평지가 아니라 부산이나 샌프란시스코 같은 입체적 느낌이 있다. 도심을 지나 흐르는 강도 운치를 더하며, 다리 역시 아름답다. 도심 곳곳에서 보이는 대형 모스크는 이곳이 이슬람의 도시임을 당당히 보여준다.
보이는 아름다움과는 달리, 무자파라바드는 대지진의 참혹함으로 우리에게 이름을 알린 바 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55/0000055416?sid=115
https://ko.wikipedia.org/wiki/%EB%AC%B4%EC%9E%90%ED%8C%8C%EB%9D%BC%EB%B0%94%EB%93%9C
무자파라바드는 파키스탄 AJK의 행정수도이긴 하지만, 너무나 알려지지 않았고 한국인이 접근하기엔 너무너무 멀고 험한 곳이다. 소심하고 내성적인 내향인 성향 100%인 내가 이곳까지 와서 이러고 있는 게 가끔 마냥 너무 신기한 생각이 든다.
파키스탄이 조금만 테러의 위협에서 안전해지고, 사회 전반 인프라가 조금만 개선된다면 얼마든지 인기 있는 관광국이 될 수도 있을 텐데. 타 문화에 매우 보수적이며 종교자유에 대한 관용이 약한 파키스탄의 너무 강한 이미지는 이 나라 경제에 장기적으로는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지만, 그 또한 내부적 결속을 강화하기에는 그만큼 강력한 것이 없으니 무어라 딱히 좋다 나쁘다 말하기는 힘들다.
숙박비에는 조식이 자동으로 포함되어 있다. 쾌적하게 잘 자고 일어난 후 조식 뷔페 식당으로 향했다. 우와~ 전망이 끝내준다. 도심 전체가 다 보인다. 공기가 조금만 더 맑았으면 알프스 느낌이 날 뻔도 했다.
조식 뷔페는 훌륭하다. 짜파티와 난을 시작으로 이 나라 전통음식이 기본이 되긴 했지만, 베이컨과 빵 종류도 많았고, 웨이터한테 주문하면 골든링이 그려지는 향기가 끝내주는 아메리카노도 갓 뽑아다 가져다준다. 내가 이 나라 도착해서 마셔본 커피 중 가장 맛있는 커피였다. 셰프에게 주문하면 즉석 오믈렛도 만들어주는데, 이미 만들어 둔 식고 육즙 빠진 소고기 스테이크보다는 갓 구운 즉석 오믈렛이 훨씬 맛있었다.
비싼 호텔을 떠나기 아쉬워 주변 산책을 했다. 역시 밖에 나와도 전망 하나는 끝내준다. 조경 관리상태도 매우 훌륭하다. 정원에서 저 멀리 보이는 도심 전경을 바라보며 여기저기 보이는 대형 모스크에도 가보고, 오래되어 보이지만 운치 있는 다리도 한 번 걸어서 건너보고 싶기도 했는데, 여기는 테러국가이고, 우리는 보호받을 대상인 특수신분 외국인. 이미 전날 이동 계획이 경찰에 공유된 상황이며 호송차량이 정해진 시간에 인솔하러 도착할 예정이라, 우리 스스로 어떠한 관광계획도 잡을 수가 없었다.
아효,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혹여 이다음에 다시 방문하게 될 일이 있다면, 유명 뷰 포인트 한 두 곳 정도는 호송 경로에 반영해달라고 미리 부탁해놔야겠다. 아니, 진짜 일만 하고 살 수는 없지않나. 그들의 기쁨과 슬픔도 같이 느끼고, 그 나라 문화를 체험하며 한국에 간접 경험을 설파하는 일 역시 파견자의 큰 역할이 아닐까 생각해보지만, 여전히 그럴 여건이 너무 열악한 파키스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