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재미있는 글쟁이는 못 되는 것 같다. 일상의 찰나에 의미를 부여해서 공감력 있게 글을 쓰는 생활수필 작가님들의 능력은 가히 놀랍다. 하지만 파키스탄 생활 전반을 한국에 소개하는 몇 안 되는 한국인이라는 의미를 부여해서 재미없어도 일단 써두면 누군간 요긴하게 보겠지 하는 마음으로 오늘 주제를 또 골랐다.
한국에 잠시 다녀올 일이 있어 처음 입국하던 그날 이후 두 번째로 이슬라마바드 공항에 갔다. 입국하던 그날은 경황이 없어 빠져나오기 바빴지만 오늘은 느긋하게 둘러볼 여유가 된다. 못 봤던 것들이 눈에 많이 들어온다.
출국 비행기는 오전 9시 45분 비행기. 국제선은 출국 3시간 전에 출국 수속받는 것을 권장하니 매뉴얼에 따르자. 6시 반에 아파트에서 출발하였다. 센터로스 아파트에서 공항까진 대략 30여분이 걸린다. 7시 정각 무난히 도착.
일단 공항 출입차량 입구. 경비원들의 1차 검열.
(차에 탄 채 후다닥 지나가서 사진은 못 찍었다.)
공항 하차 후 트렁크를 밀고 들어가려는데 입구부터 폴리스라인 같은 보안라인이 있다. 사람들이 들어가지 못하고 서성이고만 있다. 헷갈리고 조심스럽다. 잘못 왔나? 나 어디로 들어가?
유심히 지켜보니 환송 인파. 출국 당사자가 아니면 건물 기까이 가지도 못한다. 나는 수하물 밀고 온 출국 당사자라 2차 관문 통과.
건물 입구. 출국 항공권과 여권을 보여줘야 입장이 가능하다. 3차 관문 통과.
들어가자마자 또 당황. 공항 입구에서 수하물 X레이 검색대와 정밀 몸수색을 한다. 아, 이런 건 출국장에 갈 때 하는 거 아녔나? 뭐 이거나 저거나 순서가 바뀌었을 뿐 하긴 해야 하니 안전하게 입구에서 하는 것이 확실해 보이긴 한다. 통상 국제적 관례가 아닌 것 뿐이지.
앞서 말했지만 파키스탄은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하는 테러가 무척 잦은 나라다. 그러니 공항 같은 중요시설은 보안관리를 더욱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 이왕 하는 검색이라면 아예 입구에서 하는 게 현명할 수 있겠다. 다만 이 경우는 환송객과는 길에서 바이바이 해야 한다.
트렁크를 X-레이 검색대에 통과시켰는데 내 짐만 한 편으로 빠진다. 아 또 뭐지? 동양인이니 돈 달라는 건가?검사원이 X-레이 촬영 사진을 가리키며 뭔가 물병 같은 게 있는데 뭐냐고 묻는다. 한국 갈 때 지인들 선물로 히말라야 핑크소금을 몇 병 샀는데 그게 물병처럼 생겨서 걸렸다. 마침 찍어두었던 사진을 보여주니 무사통과. 정작 손가방에 들어있던 진짜 물병은 잡지도 않드만. 어쨌든 4차 관문 통과.
면세점엔 술 같은 건 없다. 면세점이라 하기엔 좀 이상하다. 그냥 공항 내 간이매점 정도가 맞겠다. 편의점 하나 장난감 가게(Kaboom) 하나, 전통 공예품 가게 하나 이렇게가 전부다. 좀 이른 시간이긴 하지만 과연 장사가 될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손님이 없다.
공항 자체는 파키스탄이란 기분이 들지 않을 만큼 쾌적하고 깨끗하다. 파키스탄 건물 대부분이 마감 품질이 열악한데, 공항만큼은 여느 선진국 뒤지지 않는다. 에스컬레이터는 물론 심지어 무빙워크도 있고, 어린이 놀이방도 있다.
우리나라도 옛날에 그랬던 것처럼, 파키스탄은 고층건물도 드물고 에스컬레이터 경험할 환경이 제한적이라 센터러우스에 에스컬레이터를 구경할 목적으로 전국에서 방문하는 시골 서민들도 많다고 들었는데, 어쨌든 공항에도 있을 건 다 있다.
이슬람 국가답게 곳곳에 기도실이 많다. 기도실에는 절대 신발을 신고 들어가면 안 된다. 타인이 기도하는 모습을 호기심에 촬영해도 큰일 날 수 있으니 조심하자. 파키스탄은 종교 모독 행위는 법적으로 사형에 처할 수 있는 나라이니 종교 관련 에티켓은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 참고로 최근에 외국인 공장장이 창시자 무함마드 포스터를 훼손했다고 그 회사 공장 직원들로부터 집단 린치를 당한 후 화형까지 당한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이슬라마바드 국제공항(영어: Islamabad International Airport)은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의 국제공항으로, 펀자브에 위치한다. 이 공항은 기존에 사용하고 있는 베나지르 부토 국제공항을 대체하게 된다. 2007년에 착공해 2018년 5월 1일에 개항했으며 파키스탄 국제 항공, 에어 블루, 샤힌 에어가 허브 공항으로 활용하고 있다.
B6 탑승 게이트 대기장 앞에서
공항에 7시에 도착해서 모든 출국수속을 다 마치고 탑승 게이트 앞에 도착하는 것까지 딱 한 시간 걸렸다. 한 시간의 여유가 생겼지만, 쇼핑할 일도 없고 기도할 일도 없어 짬짬이 스마트폰으로 공항 모습을 남긴다. 나는 운이 좋아서 1시간에 끝낸 거지, 늘 이렇게 빨리 진행되는 건 아니니까 출국 3시간 전 공항에 도착하라는 매뉴얼은 여전히 유효하다.
신세계 여행에 목마르신 분들을 위해 공항 이륙 영상 및 이륙 직후의 파키스탄 풍광을 공유하니 참고하시기 바란다. 다른 나라 대도시 주변의 항공사진은 빽빽한 건물로 화려한데, 여긴 사진처럼 아무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