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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제보다 나은 오늘 Jun 09. 2022

Murree Second Cup 방문기

어린 새는 날갯짓을 시작했고 아기 고양이는 호시탐탐 틈을 노린다

 무자파라바드 출장을 무사히 마치고 이슬라마바드로 돌아오는 길.

세 시간 반을 줄창 달리자니 아무것도 안 해도 너무 힘들어서 전망 좋은 곳에서 쉬어가기로 했다.

머리(Murree) 고산지대는 관광지라, 호텔, 펜션, 커피숍 등이 많은 편이다. 쉬었다 가기로 결정한 곳은, 복귀하는 길 중간쯤 위치한, 이슬라마바드에도 분점이 있는, 이 나라에선 유명한 Second Cup. 사실 행사 때 배달음료는 마셔봤지만 직접 매장을 방문해 본 적은 처음이다. 하늘도 맑고, 일단 찰칵. 아무래도 좀 높이 올라오고 나니, 하늘 색깔이 좀 낫다. 파키스탄에선 이런 하늘 색상을 보기가 무척 힘들다. 하늘만 파아~래도 훨씬 맑고 밝은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을 텐데. 1년 내내 시종일관 우중충한 색깔이라 항상 맑은 하늘이 그립다.



구글 지도에서 위치를 확인해보자. 이 집 맞다.

https://www.google.com/maps/place/Second+Cup/@33.8795846,73.4190393,14z/data=!4m12!1m6!3m5!1s0x38dfd94d94d3fa97:0xc8683d99f1adb613!2sSecond+Cup!8m2!3d33.8795945!4d73.432338!3m4!1s0x38dfd94d94d3fa97:0xc8683d99f1adb613!8m2!3d33.8795945!4d73.432338?hl=ko



 매장이 무척 널~찍~ 하다. 저 넓은 곳에 테이블이 몇 개 되지도 않는다. 덕분에 찾아오는 손님들은 매우 쾌적한 환경에서 쉬었다 갈 수 있다.



 주문을 하려는데...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 되는 메뉴가 너무 많다. 장사하는 집 맞습니까?


 고민 끝에 시킨 메뉴는 핫 초콜릿. 레귤러 사이즈가 550루피, 대충 한화 3,600원. 한국 커피숍보다 조금 싼 수준인데, 나는 여전히 이 나라 물가 수준이 이해가 안 된다. Second Cup 정도의 브랜드 포지셔닝은 아주 고급 커피숍 느낌도 아니고, 일반 대중 프랜차이즈 커피숍 정도 되는 건데, 커피 한 잔 가격이 반나절 임금보다 비싼 수준이라니. 참고로 이 나라는 가사도우미나 운전기사들의 하루 일당이 여전히 1,000루피가 안 되는 나라다. 그런데 마트에서 접하는 공산품 가격은 우리나라보다 비싸며, 음식점이며 커피숍의 수준이 조금만 높아지면 그 가격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 이 나라는 공산국가도 아니고, 사회 전반에 인도처럼 극심한 카스트 제도의 악습도 크게 느껴지지 않는데, 서민층과 부유층이 확실하게 구분되는 느낌을 받으며, 서민들은 그게 당연한 거라고 또 받아들인다.


안 되는 거 빼고 다 됩니다. 그런데, 안 되는 게 좀 많아요...
관광지에 위치한 커피숍답게 전망이 아주 좋다.
커피숍 테라스에서 바라본 외부 전경. 멋있다.


 고산지대라 외부 온도가 그리 높지 않아서 야외 테라스에서 쉬려고 나와봤으나 온도는 온도고 햇살은 햇살. 정오가 다가오는 시간이라 거의 태양이 머리 위에서 작렬하는 시간이라 가시광선이 가시처럼 따가워서 해를 가려주는 처마 밑 테이블에 자리 잡았다.


 따끈한 핫 초콜릿 한 잔과 함께 요런 저런 얘기를 나누며 쉬고 있는데 무언가 푸더~더더덕~~ 요란한 소리가 나더니 작은 아기새 한 마리가 빽빽댄다. 아니, 얘가 어디서 왔지?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아기새


 고개를 들어 바로 위를 보니 삐죽삐죽 삐져나온 나뭇가지들. 아뿔싸. 여기 새집이 있었네~ 너 그럼, 저기서 떨어진 거야? 아니, 조심 좀 하잖고. 아직 날지도 못하면서.


떨어진 바로 그 위가 집이다. 새 집. 삐죽삐죽 튀어나온 나뭇가지가 보이시는가?


 헛. 바로 그때, "주문한 통닭 올 때가 되었는데~" 하는 표정으로 등장한 고양이씨. 아니, 여기 Second Cup은 동물의 왕국??? 대체 얘네들 어디서 갑자기들 갑툭튀 하시는 건지.


어디서 맛있는 냄새가 나는 것 같은데에???


 그냥 뒀다간, 저 쪼꼬만 아기새는 꼼짝없이 우리 고양이씨의 점심 도시락이 될 터.

 미안하지만 그러면 안 된다. 얘는 실수해서 떨어진 거야. 엄마한테 보내주자~ 다 큰 다음에 정정당당하게 잡아야지.


 카페 직원을 호출해서, 아기새를 덥석 잡아다가 도로 둥지에 살포시 넣어줬다.


카페 직원은 힘들다. 아기새 구조도 해야한다.


 "아니, 나도 아기라고요. 누구는 보호해주고, 누구는 안 보호해주고. 당신들 실망이야."


 잔뜩 뾰로통해버린 우리 고양이씨. 미안하지만, 니 말도 맞는데, 그렇다고 우리가 아기 고양이한테 잡혀먹는 아기새를 라이브로 감상할 필요는 없지 않니... 이해하려무나.


왕 실망한 아기 고양이씨. "나만 없어, 아기새~"


 고렇게, 아기새와 아기고양이 간의 신경전을 중재하고, 대충 차를 다 마시고 나오려는데...


 푸덕푸더더더덕. 아기새 한 마리.


 10초 뒤


 푸더더덕 푸덕푸덕. 아기새 두 마리.


 이번엔 두 마리나 맨바닥에 불시착. ㅡ_ㅡ;;;

 아, 얘네들, 실수로 떨어진 게 아니라 둥지를 떠나는 첫 비행이구나. 그런데, 준비 좀 잘하지. 어떻게 하나도 아니고 둘 다 못 나니.


 이번엔 어쩔 수 없다. 일단 아기고양이를 저 멀리 쫓고, 아기새는 테라스 끝 배수홀을 통해 건물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유도. 고양이랑 숨바꼭질 잘해서 결국 날아가면 성공일테고, 아니라면 어쩔 수 없는 자연의 섭리...


 마음이 걸리긴 했지만, 이슬라마바드까지 갈 길도 멀고 마냥 지켜보고 있을 수도 없어서 첫 방문한 Second Cup을 나왔다.


 카페 리뷰하는 척하다가 최저임금과 생활경제 분석하다가 동물의 왕국 찍다가 갈팡질팡 해버린 Second Cup 방문기. 아흑. 글 하나엔 하나의 주제만 쓰는 게 좋겠다던 그저께 글은 괜히 썼다. ㅠㅠ


https://brunch.co.kr/@ragony/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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