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크게 느껴지는 엄마의 부재
1989년 11월 2일
2025년 11월 6일
엄마!
그동안 했던 내 육아는 가짜 육아였을까.
엄마의 도움이 없는 육아는 그간의 내 육아경력을 무색하게 하네.
다른건 다 그냥 넘길 수 있었는데, 아이가 아프니 그것만큼 힘든일이 없어.
지난주 금요일부터 조금씩 콧물이 나던 해솔이가 기어코 열이 나기 시작했어. 아침엔 괜찮았는데, 낮잠 자고 나니 열이 38도까지 올랐다는 선생님의 말씀에 헐레벌떡 어린이집으로 갔지. 2시 50분쯤 하원해서 바로 소아과로 갔으나 대기 순번이 17번. 3시 30분, 3시 40분, 이솔이의 하원시간이 다가올수록 초조해지는 내 마음과 다르게 해솔이의 순번은 좀처럼 줄지 않더라고. 결국 오후 4시, 해솔이의 대기순번 9번을 남기고 접수 취소를 해달라고 했어. 해솔이의 손을 잡고 주차장으로 향하는 길. 애가 타더라고. 해솔이는 오늘 꼭 병원을 가야할 것 같은데, 이솔이를 픽업해줄 사람은 없고.. 엄마의 빈자리가 너무도 크게 느껴졌어. 엄마가 계셨더라면 이솔이를 픽업해주고, 해솔이가 진료를 볼 수 있었을텐데. 이솔이를 데리고 다시 소아과로 향해볼까 했으나 두 아이를 데리고 어마어마한 대기줄을 기다리자니 엄두가 안 나는 나약한 엄마.
집으로 돌아온 해솔이는 어디가 아픈지 자꾸 울고 보채고, 아픈 해솔이를 달래니 이솔이도 배가 아프다며 자기도 안아달라고 보채고. 선녀와 나무꾼의 선녀마냥 두 아이를 양쪽에 안고 토닥거렸지. 울다가 토한 해솔이는 지쳐서 잠에 들고, 그 사이 나는 이솔이에게 간단하게 죽을 만들어주고 저녁 진료가 되는 소아과에 가기로 했어. 다행히 남편이 일찍와서 해솔이를 데리고 진료를 가기로 했지. 퇴근길이라 차가 막힐까 아기띠를 메고 나서는데 현관문 밖에서까지 들리는 해솔이의 울음소리. 결국 내가 해솔이를 안고 나서야 진정이 되었어. 하지만 이번엔 이솔이가 자기도 엄마랑 같이 병원에 가겠다며 징징. 결국 네 식구 모두가 소아과를 다녀와서야 이 소동이 진정이 되었어. 다행히 해솔이는 밤새 열도 나지 않고 기침도 진정이 되어 토하지 않고 잘 지냈어.
해솔이가 나아지자 이번에는 내가 콧물도 나고 머리도 띵한게 아무래도 해솔이에게 옮은 것 같아. 내가 아프면 안되는데, 비타민C랑 온갖 영양제를 입에 털어넣고 오늘 하루는 운동도 안 가고 쉬기로 했어. 엄마가 여행에서 돌아올때까지 잘 버티고 있을게. 엄마가 없으니 내 일기가 육아 하소연하는 장이 되어버렸어. 어서 돌아와요.
+ 소아과를 다녀 오는 길. 보름달이 예쁘게 떠서 이솔이가 갑자기 눈을 감고 손을 모으더니 '저에게 예쁜 보석과 다이아몬드를 주세요'하고 소원을 빌어 빵 터졌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