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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나라의어른이 Apr 28. 2020

D-66, 첫 배달음식 피자

벨기에 피자헛

벨기에에 처음 왔을 때 가장 놀랐던 것이 거리 이곳저곳을 누비고 다니는 배달 자전거였다. 배달 문화가 더 이상 우리나라만의 것이 아니라니! 꽤 충격을 받았던 것 같다. Takeaway, Deliveroo, Ubereats. 형형 색색의 배달맨들의 자전거를 바라보면서 언젠가 나도 한 번 시켜먹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 결심을 한 지 몇 개월이 지나서야 배달 음식을 처음으로 시켜봤는데, 결과는 대 성공이었다. 한국에 비하면 벨기에의 외식값이 꽤 비쌌고 어차피 비싼 돈을 주고 외식을 할 거면 레스토랑에 직접 가서 먹는 게 낫겠다 싶어서 배달 음식을 굳이 시켜먹지 않았는데, 락다운 이후에는 레스토랑이 문을 열지 않으니 배달음식을 시켜 보기로 했다. 


첫 배달이니만큼 가장 무난한 메뉴를 골랐는데 바로 피자헛이다. 사전 조사를 해 본 결과 도미노 피자는 피자 커팅도 제대로 해 주지 않고 가성비 별로이고, 피자헛이 더 낫다는 이야기를 들어 피자헛 피자를 시키기로 했다. 메뉴도 가장 기본인 슈프림 피자에 치즈크러스트를 시켰다. 혹시 피자가 별로일 수도 있으니 사이드 메뉴까지 포함된 'The box'세트 메뉴를 시켰다. 1시간 정도 걸리겠거니 생각했는데, 이게 웬걸 25분 후면 도착한단다. 식탁 세팅을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니 고요한 집 밖에 오토바이 소리가 들리더니 벨이 울린다. 거의 20분 만에 도착한 것 같다. 생각보다 빨리 와서 깜짝 놀랐다. 

보기만 해도 흐뭇한 내 첫 배달음식. 먹음직스럽게 나왔다. 

너무 빨리 와서 피자가 맛없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바게트는 좀 별로 였지만, 치킨 윙, 웨지 감자, 치즈볼인 줄 알았던 치킨 너겟까지 사이드 메뉴도 맛있었다. 벨기에 스타일로다가 집에 있는 마요네즈에 감자튀김을 찍어먹으니 맛있다. 피자헛에서 시켜서 그런지 피자 맛은 우리가 아는 맛이랑 크게 다를 바가 없었는데 피자에 들어가는 치즈가 한국 피자보다 더 맛있었다. 치즈 크러스트에 듬뿍 들어간 치즈를 꼭꼭 씹어먹으니 고소하고 진한 치즈 맛이 제대로 느껴졌다.

어릴 적 엄마아빠 손을 잡고 자주 피자헛에 갔었는데, 막상 어른이 되고 나서는 잘 안 시켜먹게 된 것 같다. 벨기에와서 오랜만에 피자헛 피자를 먹으니 옛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재료 다듬고 요리하고 설거지하고 평소 같으면 두 시간은 훅 가 있을 텐데, 배달음식을 시켜먹으니 먹는 것도 간단하고 치우는 것도 간단하다. 한국 가면 아마 우리도 배달음식의 늪에 빠지지 않을까 싶다. 락다운 기간 동안 매일 요리하고 설거지하고 그 수고로움을 몸으로 느껴서 그런지 배달 피자가 더욱 감동스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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