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신입 3일: 친절은 떠나고 본색이 드러났다

by 김연경

우리 카페는 피크 타임 때 세 명이서 일한다. 매니저는 샷을 내리고, 나는 옆에서 얼음컵 준비와 스팀, 손님께 음료를 드리는 픽업을 맡는다. 여사님은 우리 뒤에서 논커피 메뉴와 디저트를 맡고, 주문 러쉬가 잦아들면 잔뜩 쌓인 컵들을 깨끗하게 설거지해 주신다.


일하는 방식이며, 주문표며, 동선이며.. 하나부터 열까지 낯선 것 투성이었다. 그동안 일했던 카페들보다 작업 공간이 좁은 편이라 안 그래도 큰 몸뚱아리가 한껏 위축됐다. 컵은 또 왜 이렇게 가냘픈 사슴 목처럼 가늘고 긴지.. 각이 나온다. 손끝만 스쳐도 바닥에 드러눕기 십상인 거.


모든 것이 낯설고 조심스럽다 보니 당연히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었다. 이런 내 속도 모르고 주문표는 줄줄이 들어오는데..


갑자기 날카로운 호통이 화살처럼 날아왔다.


“아 빨리 하라고!!!!”


뭐지..? 설마 지금 나한테 소리 지른 거..?

나 온 지 3일밖에 안 됐는데..?


카페 경력이 많은 건 아니지만 파트타이머 교육을 한 경험은 여러 번 있었고, 그래서 당연히 처음에는 서툴고 느리고 실수할 수밖에 없다는 걸 안다. 카페뿐만 아니라 이전에 회사에서 후임을 뽑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경력유무에 상관없이 새로 온 사람이라면 당연히 처음부터 잘할 수 없고, 적응하는 속도도 제각각이다. 속에서 천불이 날 때도 많지만 어쩔 수 없다. 이걸 해결해 주는 건 시간뿐.


그리고 그 시간이 3일이라면.. 너무 이르다!


매니저의 호통에 일단 ‘네..!’ 대답하긴 했다. 하지만 나라고 빨리 하고 싶지 않아서 이러는 게 아니다. 머리가 안 돌아가는데 빨리 뭐라도 하려니 진땀이 났다. 무엇보다 당황하고 쫄아버린 마음 때문에 몸이 더 굳어버렸다.


‘그냥 어쩌다 한 번 그런 거겠지’, ‘그래 내가 좀 느리긴 했어’ 생각하고 넘어갔다. 하지만 매니저의 역정은 날이 갈수록 정도가 심해졌다. 모르는 걸 물어보면 짜증으로 돌아왔고, 샷잔은 탁! 탁! 소리를 내며 내 앞에 놓였다.


뭐야.. 싸가지 어디 감?


무엇보다 이렇게 언성을 높이는 사람과 일하는 건 처음이라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감도 오지 않았다.


뭐야.. 나 잘한다며.. 내가 와서 다행이라며..

그 서글서글하고 따뜻했던 미소는 어디로 간 거죠..? 싸가지랑 손잡고 놀러 갔나요?


어느샌가 출근길이면 심장이 두근대기보단 쿵쾅거렸고, 피크 때는 손이 덜덜 떨리기까지 했다.


도저히 이대로는 일할 수 없었고, 나는 결단을 내려야 했다.

그만두거나, 들이받거나.



keyword
금요일 연재
이전 05화39살의 운수 좋은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