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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수와 삼재, 환장의 콜라보

by 김연경

1987년생 토끼띠들에게 외친다.


“아!! 올해 진짜 겁나게 힘들었지 않습니꽈?!?!”


서른아홉 아홉수에 삼재까지. 평소 사주와 기운 이런 거 은근 잘 믿는 편인데, 와.. 정말이지 올해는 진짜 1월부터 12월까지, 365일 꽉꽉 채워서 힘든 것 같다. 아주 촘촘하고 꼼꼼하게.


시작은 어깨였다. 때는 2025년 초 사내카페에서 일하던 시절, 언제부터인가 어깨가 좀 신경 쓰이더니 결국 아예 팔을 못 들정도로 아픈 것이 아닌가? 약이나 타려고 간 병원에서 들은 청천벽력 같은 소리.


“정확한 진단은 MRI를 찍어야 하겠지만, 증상으로는 슬랩병변(관절와순파열) 맞는 거 같아요.”


에이, 파열은 무슨 파열? 뭐 하다가 다친 것도 아니고 그냥 어느 날부터 어깨가 아팠을 뿐인데? 그리고 파열이면 당장 어깨 부여잡고 드러누울 만큼 아픈 거 아냐? MRI 찍어서 돈 벌려고 개수작(죄송합니다..) 부리는 거 아냐? 순진한 나를 속여서!


의사 선생님은 어깨가 점점 굳을 거라 빨리 MRI를 찍고 적절한 치료를 하라고 권유했지만, 나는 약 먹고 버텨보겠다며 한 달치 약을 지어왔다. 약 먹으니까 괜찮은 거 같은뒈? 낫는 거 같은뒈? 하며 정신승리했지만.. 어깨는 지고 말았다. 의사 선생님 말씀대로 어깨는 점점 굳어갔고, 결국 MRI를 찍어 파열된 내 관절와순을 두 눈으로 확인했다.


그때는 몰랐다. 그게 아홉수 삼재 악재의 신호탄이라는 것을.


어깨 때문에 결국 사내카페를 그만두고 강제 요양 생활에 돌입했다.. 혼신을 다해 열심히 일했더니 결국 내 어깨만 잃었구나 하는 허탈감. 희망으로 들었던 작가 수업의 결과물도 흐지부지되고.. 너덜너덜해진 몸과 마음을 보고 있자니 갑자기 스스로에게 화가 치밀었다. ‘으이구, 한심한 새끼!’ 하며 셀프로 대갈통을 마구 후려쳤는데..


다음날 아침, 갑자기 목이 돌아가지 않았고.. 회복하는 데 거의 한 달이 걸렸다.


이외에도 뜬금없이 침대에서 미끄러지면서 오른쪽 허벅지 바깥 부분에 말 그대로 ‘새카맣게’ 왕멍이 들거나, 가족 여행 가려고 수십만 원 들여 예약한 리조트를 못 가게 되는 등, 크고 작은 악재들이 줄줄이 몰려왔다. 지금 내가 아홉수에 삼재라는 것을 자꾸 증명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잠시 어둠의 시기를 보내고, 겨우 기운을 차렸다. 좀 쉬고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았더니 어깨도 많이 나아져 알바 지원을 시작했다. 생각보다 모든 게 스무스하게 진행되었고, 그렇게 지금의 카페에서 일하게 되었다. "역시 사람은 일을 해야 해!" 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바닥을 치고 다시 올라가는 기분이라 왠지 느낌이 좋았다.


...하지만 그땐 몰랐다.

이 또한 아홉수와 삼재 콜라보의 연장이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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