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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의 회전목마

들어올 땐 맘대로였지만, 나갈 땐 아니었다

by 김연경

‘으하하! 잘 있어라! 이 바보들아(?)!’


2025년 4월, 바리스타 생활을 마무리하고 다시는 카페에 발을 들이지 않겠다며 뛰쳐나왔다.

총 1년 9개월의 여정이었다.


10년 넘게 작가로만 살아온 터, 인생에 새로운 혈을 뚫어보겠다며 선택한 과감한 도전이었다. (*이 과정에 대한 이야기는 이전 브런치북 <서른아홉 인생리필>에서 확인할 수 있다.) 30대 후반에 쌩 신입으로 일을 시작한 것 자체가 어쩌면 기적이었다. 바리스타 직군은 나이를 많이 보니까.


그런데 그 소중한 기회를 2년도 되지 않아 접은 이유는 단순했다.

‘이건 아닌 거 같다’


물론, 가장 현실적인 이유는 뭐니뭐니해도 ‘돈’. 매니저나 점장의 직급을 달지 않는다면 경력 상관없이 대부분이 최저시급. 매달 통장에 찍히는 귀여운 월급을 보면 생각이 많아지지 않을 수 없었다. 내 노동의 가치가 이것밖에 안 되나.. 솔직히 이것보단 열심히 하지 않았나.. 늘 적다고 불만이었던 작가 시절 연봉이 그리웠다.


작가 생활과도 비교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루 종일 앉아서 일했는데.. 가끔 농땡이 피우는 하루도 있었는데.. 지금은 날씨에 따라 그날의 매출, 즉 노동의 강도가 정해지기에 매일 날씨 앱을 체크하는 게 일상이다. 하지만 작가일 땐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한 사무실에서, 비가 오든 바람이 불든 중요하지 않았다. 아, 중요한 순간이 있긴 했다. 점심을 나가서 먹냐, 구내식당에서 먹냐 정할 때.


그렇다고 작가 시절의 아늑한 근무 환경만 생각났던 건 아니다. 바리스타를 하며 처음으로 웹드라마 공모전에도 지원해 보고, 미루고 미루던 브런치 작가가 되기도 했다. 이렇게 각 잡고 ‘써야 하는 글’이 아닌 ‘쓰고 싶은 글’을 써본 적이 있었던가? 그 새로운 감각 속에서 깨달음이 밀려왔다.

‘아, 나 아직 더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구나.’


그렇게 홀연히 뒤도 안 돌아보고 카페를 떠났다.


그런데..

이게 무슨 소리지..?


‘아메 둘.. 라떼 하나.. 아이스.. 디카페인…’


그렇다.

나는 다시, 카페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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