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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멋진 어른 되기 실패

by 김연경

‘3학년 6반, 우리 꼭 다시 만나요!’

2015년 10월 3일 인천공원 맥아더장군상 앞에서.


초등학교 3학년 종업식 날, 담임선생님은 우리 반 학생들 한명한명에게 직접 적은 손편지와 함께 다음을 기약하는 약속을 나눠주셨다. 우리가 1987년생이니까 2015년이면 스물아홉 살, 그때쯤이면 사회인으로서 어느 정도 안정됐을 거라 생각해 그때로 잡으셨다고.


거의 20년 뒤인데 어떻게 다시 만나냐는 냉소적인 반응도 있었지만, 나는 ‘왜 안 가? 당연히 갈 건데!’ 쪽이었다. 29살에 어떤 어른의 모습이 되어있을까 상상하면서. 그 상상 속 나는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좀 멋졌던 것 같다.


이 이야기 속에서 두 가지는 거짓말이 되었다.


스물아홉 살의 나는 안정적이지도, 그닥 멋지지 않았다.

그래서 19년 전 선생님과의 약속을 기억하고 있음에도 당연히 지키지 못했다.


멋진 어른..

대체 그게 뭔데?


다시 10년이 흘러 2025년,

나는 서른아홉이고

곧 마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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