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39살의 운수 좋은 날

by 김연경

흔히 카페 일, 특히 아르바이트 자리는 나이를 많이 본다고 한다. 생각해 보면 카페에서, 특히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보면 20대가 가장 많은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 마흔 줄에 다시 카페 취뽀를 했다는 건 내가 운이 좋았던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조금 나중에 깨달았다. 어쩌면 그 반대일 수도 있다는 걸.


생각해 보라. 나이 많은 내가 바로 붙은 자리는 20대가 굳이 가지 않는 자리.

정확히 말하면 남는 자리, 아니 버려진 자리였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


내가 몸담고 있는 곳을 폄하하고 싶진 않지만.. 확률로 따지면 아무래도 그렇지 않을까.


내 근무 시간은 점심 피크 포함 4시간. 첫 출근 날이 정해지고 처음에 느낌만 보라며(?) 이틀은 피크타임에만 출근했다. 바쁘긴 무진장 바빴다. 특히 이틀 중 하루는 역대급 매출을 찍었다고 하고, 나는 정신없이 얼음만 퍼 나른 기억뿐이다.


그날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며 매니저는 ‘원래 이 정도로 바쁘지 않은데 오늘따라 바빴다’고 계속 얘기했다. 혹시라도 내가 겁먹고 도망칠까 봐 초조한 것처럼 보인 건 기분 탓일까?


하지만 나는 전에 일했던 카페가 무척 바빴던 곳이기도 하고, 원래 일이 힘든 건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편이기 때문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 무엇보다 매니저, 평일 대타로 나온 주말 알바, 피크타임만 일하시는 여사님의 느낌과 케미가 좋아서 함께 일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틀의 피크타임 체험(?)이 끝나고, 그다음 주부터 본격적으로 근무를 시작했다. 주문표가 눈에 잘 안 들어와서 애먹고 좀 많이 느리긴 했지만, 그래도 큰 실수 없이 차근차근 해냈다. 매니저도 만족한 듯 말했다.


“사실 오늘 엄청 밀릴 줄 알았는데.. 너무 잘해주셨어요.”


또 그동안 주말 알바 친구들이 방학이라 대타를 계속 뛰어줘서 미안했는데 내가 와서 너무 다행이다, 본인은 나이 어린 사람보다 나이 있는 사람이 더 편한데 그래서 좋다 등등의 이야기를 했다. 지금 내 자리가 무려 두 달 동안이나 공석이었다고 하니, 누가 와도 매니저에게는 구원이었을 것이다.


여름 끝자락의 늦더위에 새로운 카페 시스템에 적응까지.. 솔직히 많이 힘들었다. 어느 정도였냐면 땀을 너무 많이 흘려서 집에 오면 물만 들이켜느라 밥을 못 먹을 정도. 한 달 만에 5kg이 빠졌다.


예전엔 새로 일을 시작하면 일주일이면 금방 감 잡았던 것 같은데 확실히 나이가 드니 그것도 더디다. 나이의 무게만큼 무거워진 몸이 실감 났지만, 힘들어도 좋은 사람들과 즐겁게 일하면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 빨리 하라고!!!!”


생전 들어본 적 없던 날카로운 호통이 등 뒤에 꽂혔다.


keyword
금요일 연재
이전 04화아홉수와 삼재, 환장의 콜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