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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내정신 좀 봐

4화 주말에 다들 어디가?

by 챗언니

오늘도 눈을 뜨자마자 휴대폰을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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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 되면, 알고리즘이 먼저 집 밖으로 나간다.

다들 또 어딜 갔나 보다. 남들은 벌써 산으로, 바다로, 카페로 나가 있었다.

우리 집은…. 조용하다. 너무 조용하다.


오늘은 안 나가면 안 돼?

남편이 말한다.

딸도 덩달아 말한다.



난 집이 좋은데.


둘 다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런데 나만 초조하다.

일주일 동안 쌓인 ‘나가요 병’을 주말에 풀어야 하는데, 아무 데도 가지 않으면, 나만 뒤처지는 기분.

주말을 허투루 보내면 인생까지 허투루 되는 것 같단 말이다!

그래서 또 휴대폰을 켠다.

남의 주말을 구경하면서, 내 주말을 설계한다.


이번 주말엔 이 카페 갈래?


인스타에서 본 핫플이었다.

아이들이 커다란 열기구를 타고 공중에 떠 있고, 분홍빛 인테리어 속에서 엄마들이 웃고 있었다.

‘여기다!’ 싶었다. 남편과 딸을 꼬드겼다.


여기도 막상 가보면 별로인 거 아냐?
아니야, 내가 다 봤어. 진짜 예뻐.


결국 세 사람, 서로 다른 표정으로 출발. 나는 설렘, 남편은 체념, 딸은 귀찮음.

도착하자마자 주차 전쟁이다. 입구에서부터 줄이 끝도 없다.

대기 시간만 30분. 겨우 입장하니 사진으로 봤을 땐 환상적이었는데, 실제로 체험은 10분 만에 끝났다.

음식은 비싸고, 맛은 그저 그런. 딸은 금세 “엄마, 언제 가?” 냐고 한다. 결국 사진 몇 장 찍고 나왔다.

다행히 사진은 잘 나왔다. 잘 나온 사진 몇 장을 심드렁하게 업로드 했다.

해시태그 몇 개로 채워진, 허전한 만족감.


#핫플 #예쁜카페#아이랑갈만한곳


카페에서 1시간도 못 채우고, 집에 오는 길, 남편이 한마디 했다.


제대로 못 먹었는데 우리 잘 가는 동네 빵집이나 갈까?
그러게. 거기나 갈까?

그 빵집은 작고 평범하다. 그래도 나름 소금빵으로 유명한 집. 딸이 좋아하는 쿠키랑 당근 빵도 있고.

우린 늘 창가 두 번째 테이블에 앉아 커피를 마신다.


여기 소금빵이 최고야!


딸은 삐뚤한 이를 드러내며 환하게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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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빵을 와앙 하고 깨무니. 겉이 얇게 부서지며 고소한 풍미가 전해진다.

테이블은 너댓 개 정도. 음악 소리도 편안하다. 사진은 안 찍지만 대화가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이상하게 마음이 차분하다.

나도 알긴 한다. 이런 시간이 더 소중하다는 걸.


여름만 되면 SNS엔 워터파크 인증샷이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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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우리 가족은 물놀이보다 ‘물멍’이 더 어울린다. 사람 많은 곳 대신 조용한 펜션을 잡는다.

그리고 거기 히노끼탕 하나 있으면 충분하다. 바닷가 근처면 더 좋고. 발만 담그고 조개 몇 개 주우면 아이는 그걸로도 신난다. 결국 주말을 ‘특별하게’ 보내야 한다는 압박은 SNS가 만든 착각이었다.


주말이 꼭 특별할 필요는 없다. 그냥 우리답게 쉬면 그것이 가장 특별한 것.


지난 주말 남편이 나에게 물었다.


이번 주말엔 어디 갈까?
글쎄…. 거실?


남의 주말을 부러워하던 내가, 드디어 나의 주말을 살기 시작했다. 늦잠 자고, 산책하고, 마음 내키면 카페에 들러 커피 한 잔. 돌아오는 길엔, 딸 아이스크림, 우리 맥주 두 캔 사서. 맞아, 이거지. 주말은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시간이 아니었다는 걸, 이제서야 알게 됐다는 게 조금 서글펐다.


앞으로는 남의 주말을 끄고,

우리만의 주말을 켜자.

조용히 우리끼리, 남들은 모르는 곳으로. 그리고 SNS에는 올리지 말자!


#우리집 #소확행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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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주말을 끄고,

우리 주말을 켜자!



SNS 대신
‘우리 가족만의 주말 루틴’ 한 가지를
직접 만들어보는 거 어때요?.
예시) 늦잠 → 브런치 → 산책 → 편의점 맥주 → 거실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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