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다이어트
체중계 위에 올라섰다.
체중계는 잔인하게도, 어제보다 +0.7kg이라 말한다.
숫자 하나에 기분이 출렁인다.
점심으로 떡볶이 먹고, 저녁에 돈가스 먹고,
밤에 아이가 남긴 과자까지 먹어 놓고 빠지면
그게 더 이상하지. 알면서도 매일 올라간다.
입으로는 맨날 이런다.
내일부터 진짜 시작이야.
오늘은 좀 덜 먹어야지.
다이어트하는 사람이라면 다 알 거다.
그 ‘내일’은 진짜 안. 온다.
아이 학교 보내고 들어오면 허기가 몰려온다.
샐러드? 과일? 지금 나한테 위로가 안 된다.
눈에 들어오는 건 어제 남편이 남긴 치킨 반 마리!
에어 프라이어 돌리면 바삭하겠지?
회생한 치킨을 뜯으며 생각한다.
이것만 먹고, 저녁 안 먹으면 되지!
배가 차면 졸음이 온다.
빨래도 설거지도 쌓였지만, 뭐 어때. 눈 좀 붙였다가 하면 되지.
눈을 뜨면 오후 두 시.
신생아도 아니고 낮잠을 이렇게 자다니.
그럼 그렇지, 오늘도 운동은 물 건너갔다.
어영부영하다 보면 데리러 갈 시간. 아이가 돌아오면 전쟁 시작이다.
엄마!
엄마!!
엄마아아!!!
한 이백 번쯤 부르고 나면 저녁이다.
저녁은 또 뭐하지…. 돈가스? 계란 찜? 미역국?
저녁 메뉴는 돌려막기 3종 세트.
배가 고파지면 또 배달 앱을 켠다.
자, 뭘 먹어 볼까?
어느 덧 내 앞에는 제육볶음이 놓여 있다.
잠시 망설였지만, 늦었다.
맥주 1캔까지 야무지게 놓는다.
다이어트도 인생이랑 비슷하다.
알면서도 미루고, 후회하면서도 먹는다.
옷이 좋아서 다이어트를 하고 싶은 건데,
문제는 옷이 아니라 몸이다.
분명 집에서는 날씬해 보였는데, 밖에 나와 거울을 보면….
어디서 왔니? 낯선 뚱땡이가 나를 본다.
어느 거울이 거짓말을 하는 거야!
몸무게 앞자리만 바뀌면 다 괜찮아질 것 같은데…
아직 한참 멀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보자.
멀긴 뭐가 멀어.
아직 출발도 안 했는데.
딸 말이 정답이다.
엄마는 다이어트를 말로만 하면서.
다이어트는 ‘만족 지연’의 싸움이다.
미래의 날씬한 나를 위해 오늘의 치킨을 참아야 하는 일.
나에겐 그것이촤고의 고역이다.
난 ENFP. 오늘만 사는 인간.
많은 책들이 말한다.
오늘을 살아라, 카르페 디엠.
그 말은…
다이어트에는 전혀 적용되지 않는다.
삶은 carpediem 일까, no pain,no gain 일까?
마흔이 넘은 지금도 내 인생의 좌우명은 하루에도 열두 번도 더 바뀐다.
그래도 다이어트만큼은…. 고진감래겠지?
아니면 그냥 고진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