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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내정신 좀 봐

3화 미니멀리즘이 뭐라고?

by 챗언니

SNS 속 집들은 하나같이 모델하우스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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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필요한 짐 하나 없이 단정하고 깔끔하다. 짐을 다 어디에 숨겨 둔 걸까?

우리 집은…. 말해 뭐 해. 온갖 짐들이 턱에 닿을 만큼 쌓여 있다.




여보, 일자 드라이버 어딨어?
어…. 내가 어디 넣어놨는데…. 한번 찾아볼게.



그때부터 시작이다. 우리 집 보물찾기. 차이점은, 보물은 끝내 안 나온다는 거다.

한때는 나도 정리에 진심이었다. 주방 팬트리에 딱 맞게 사이즈를 재고, 식재료를 종류별로 착착 넣었다. 그때만 해도 괜찮은 주부가 된 것 같았다. 하지만 일주일도 안 돼 정리함 안은 뒤죽박죽. 소면은 왜 세 봉지나 있는 건지, 어떤 건 이미 세상을 떠났다.

주방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집의 모든 수납장은 금방이라도 터질 듯 꽉 막혀 있다. 그러니 나는 또 외친다.



여보, 휴지 좀!
욕실에 없다고? 그럼 지하 창고에 있을걸?




이보다 더 비효율적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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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남편 물건도 많다. 각종 케이블과 공구, 이어폰, 게임기…. 내가 다 알 수 없는 남자들의 세계다.



물론 나도 할 말은 없다. 입지도 않는 옷, 결혼식 때 입은 웨딩드레스, 쓰지도 않는 미용기기들…. 버려야 하는 걸 알지만, 손이 안 간다.


혹시 나중에 필요할지도 몰라.

그 말로 스스로를 설득하며 물건들을 못 본 체 지나친다.


어느 날은 서랍 하나만 비워 보자고 결심했다. 서랍을 열면 고무줄, 약봉투, 이름 모를 뚜껑, 다 있지만 찾는 건 없다. 검은색 볼펜은 없고, 쓸 데 없는 분홍색 형광펜만 잔뜩. 아이와 만들다 만 슬라임 재료도 아직 그대로다. 가위는 꼭 없고, 아무 데도 못 쓰는 것들만 남아 있는 서랍. 한참을 치우고 나서야 아주 조금 널널해진 서랍을 본다. 이렇게 티 나지 않는 집안일은 참 힘 빠지는 일이다.

그때, 벨이 울린다. 택배다. 휴…. 또 뭐가 온 걸까. 아직미니멀리즘은 멀었다. 오늘 비워낸 공간도 이 박스를 뜯는 순간 다시 채워질 테니까.




왜 이렇게 정리가 어려운 걸까. 이유는 단순하다. ‘버릴 기준’을 내가 모르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 작가는 아니지만,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글을 쓰며 꿈꾸고 있다. 그런데 어질러진 집에서는 글이 잘 써지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늘 남이 정리해준 도서관으로 도망친다. 집은 난장판인데, 나는 꿈만 꾸고 있다. 그래서 가끔, 모래성 위에 서 있는 느낌이 든다.


며칠 전엔 저녁을 준비하다가 키친타월을 꺼내려고 창고를 뒤지는데 어디선가 굴러온 것들이 우르르 쏟아져 내렸다. 그걸 주워 담으며 중얼거렸다.



하아…. 이런 집에서 무슨 꿈을 꾼다고….



그런데 그 순간에도 나는 ‘정리해야 하는 건 아는데…. 어디부터?’ 하면서 또 멍하게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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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는 단순히 물건을 버리는 일이 아니다. 내 안의 기준을 세우는 일이다.

좋아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고, ‘별로인 것’ 부터 하나씩 비워내는 일.

그 작업이 내가 원고를 쓰는 식탁에서 시작돼, 서랍으로 그리고, 집 전체로 번져가는 것 아닐까?

정리는 결국, 내가 나를 위한 자리를 만들어 주는 일이었다. 그 자리 위에야 꿈이 앉을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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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꿈이 들어올 자리를 만들어 볼까요?




지금 눈앞에 보이는 물건 중 하나,
“이게 왜 여기 있지?” 싶은 거,
제자리로 옮겨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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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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