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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출판, 나도 해봤다.

POD 출판의 현실과 가능성

by 챗언니



작가라는 꿈은 어디서부터 시작될까?


나는 어릴 때부터 글을 쓰는 게 좋았다.
딱히 거창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다.
그저 뭔가를 쓰고 있으면 마음이 조금 정리되는 기분이 들었다.

글짓기 대회에서도 상을 몇 번 받았던 것 같다.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상장을 들고 기뻐했던 순간은 어렴풋이 떠오른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나는 글을 잘 쓰는 사람'이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일기장 한 권을 끝까지 채운 적은 없다.
몇 장 채우다 흐지부지, 새 다이어리를 사면 또 몇 장 채우다 흐지부지.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늘 무언가를 적었다.
머릿속이 뒤엉킬 때면 글을 쓰면서 풀어내려 했고,
말로 다 하지 못한 감정들을 조용히 글 속에 묻어 두었다.

성인이 되고 나서는 그 시절마다 유행했던 SNS에 내 조각들을 흘려보냈다.
싸이월드, 카카오스토리, 인스타그램...
누군가 봐주길 바라면서도, 아무도 보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너무 진솔하게 쓰면 민망해서 지웠고,
가끔은 의미 없이 몇 글자 적어 올리고는 혼자서 씁쓸하게 웃기도 했다.

쓰는 게 좋았지만, 나는 내 글이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다고 느꼈다.
그렇게 나는 글을 쓰면서도, 글을 쓴다고 생각하지 못한 채 살아왔다.




기분 좋은 날은 가벼운 농담을, 속이 답답한 날은 혼자만의 넋두리를.

누군가 내 글에 공감해 주고, 반응을 보이면 괜스레 뿌듯했다.

그러다 문득, 나는 언제나 더 잘 쓰고 싶어 했구나 하는 생각이 스쳤다.

그냥 기록하는 게 아니라, 조금 더 멋지게, 조금 더 깊이 있게.

글을 잘 쓰고, 그래서 결국은 작가가 되고 싶었던 것 같다.
책을 내고, 내 이야기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었다.

하지만 곧 스스로에게 말했다.

작가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야.
작가는 선택받은 특별한 사람들 같았다.
내가 넘볼 수 없는.



작가가 되려면 제일 먼저 출판사의 간택을 받아야 한다.
출판사에서 기획하고, 편집하고, 마케팅까지 맡아주어야
비로소 책이 서점에 깔리고, 세상에 나올 수 있다.

그런데… 내 글이 출판사의 눈에 띌 확률이 얼마나 될까?
출판사에서 먼저 연락을 주고, 계약을 맺고, 내 책이 서점에 진열되는 일.
그런 일들은 선택받은 사람들에게만 가능한 것 같았다.

나처럼 평범한 사람이,
나처럼 정식으로 글을 배운 적 없는 사람이
어떻게 작가가 될 수 있을까?

'신인 작가가 데뷔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라던데…'
이 말은 그냥 관용구가 아니었다.
정말 그랬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비출판이라는 방법도 알게 됐다.
하지만 책 한 권 내는 데 몇 백만 원이 든다니.
팔리지 않으면 그 돈은 그냥 사라지는 거다.
몇 일을 고민해도, 그 리스크를 감수할 자신이 없었다.

독립출판?
기획부터 편집, 디자인, 인쇄, 유통까지 전부 혼자 해야 한다는데…?
‘과연 내가 그것까지 다 해낼 수 있을까?’

책을 내고 싶다는 마음은 분명했지만,
어느 방식도 선뜻 선택할 수 없었다.

그렇게 고민만 하며 시간을 흘려보냈다.
그리고 내 글들은 하드 속에, 블로그 안에, 메모장 속에
그대로 묻혀갔다.

‘언젠가 기회가 오면, 그때 해보자.’
나는 그렇게 스스로를 위로하며, 또 미루고, 또 미뤘다.

그런데, 그 ‘언젠가’는 오지 않았다.
기회는 내 앞에 스스로 찾아오지 않았고,
나는 여전히 작가가 되지 못한 채 글을 쓰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무료출판이라는 단어를 보게 됐다.
출판사 없이도, 돈을 들이지 않고도 책을 낼 수 있다?
그게 가능할까?


그 순간,
마음속에서 조용히 잠들어 있던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이 다시 깨어났다.


우연히 지역 행정복지센터에 갔다가 파주문화원이라는 곳에서

‘나만의 책 만들기’(전미애 따라 무료출판) 강의 안내를 보게 된 것이다.

내가 당시 보았던 수강 안내문


올해도 수강생을 모집하고 있었다.



무료로 책을 출판할 수 있다?



그 순간, 오래 묵혀둔 질문이 떠올랐다.

진짜 내 글이 책이 된다면?

망설였다.
내 글이 정말 책으로 나올 만한 가치가 있을까?
하지만 그보다 더 궁금했다.
책이 된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나는 곧장 강의 신청 버튼을 눌렀다.

무료출판, 진짜 가능할까?


책을 낸다는 건 막연하게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강의를 들으면서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용기가 생기기 시작했다.


강의를 들으면서 출판의 종류를 다시 한번 정리할 수 있었다.

기획출판 (출판사 계약 출판)

출판사가 원고를 받아 기획부터 편집, 마케팅, 유통까지 담당하는 방식.
출판사에서 모든 걸 해주니 작가 입장에서는 좋지만, 문제는 출판사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는 것.
이 문턱이 생각보다 높다.

자비출판 (Self-Publishing)

출판사 도움 없이 내 돈으로 직접 책을 내는 방식.
원고만 있으면 바로 출판할 수 있지만, 인쇄비나 마케팅 비용이 만만치 않다.
책이 팔리지 않으면 경제적인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독립출판 (Independent Publishing)

자신만의 색깔이 담긴 책을 만들고 싶을 때 선택하는 방식.
기획부터 디자인, 인쇄, 유통까지 모두 혼자 해야 한다.
자비출판과 비슷하지만, 독립출판은 소량 인쇄 후 독립서점이나 마켓을 통해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POD 출판 (Print On Demand, 주문형 출판).

주문이 들어오면 한 권씩 인쇄되는 방식으로, 초기 비용이 들지 않는다.


무료 출판이 바로 이 POD출판인 것이다.


POD 출판을 하면 ISBN(국제표준도서번호)도 받을 수 있어서 정식 출판물로 인정된다.
교보문고, YES24 같은 온라인 서점에도 등록이 가능하다.


이거다!

그렇게 나는 POD 무료출판을 시작했다.



POD 출판, 그리고 깨달은 현실


내 책이 온라인 서점에 올라갔다.

검색창에 내 이름을 입력했을 때, 내 책이 뜨는 걸 보니 정말 신기했다.

POD출판을 마친 뒤 완료 화면
인터넷 교보문고에 올라간 내 POD책





마흔 살의 나비 | 박나영 - 교보문고




나, 작가 된 거야?

그런데...


아무도 내 책이 나왔다는 걸 모른다.


기획출판은 출판사가 알아서 마케팅을 해준다.

서점에 깔아주고, 홍보도 해주고, 독자들에게 자연스럽게 노출될 기회가 있다.


하지만 POD 출판은 다르다.

책이 온라인 서점에 올라가긴 하지만,
내가 직접 홍보하지 않으면 아무도 내 책의 존재를 모른다.


그리고 책 가격이 비싸다.

POD 출판은 대량 인쇄가 아닌 단권 제작 방식이라

기획출판 책 보다 가격이 높게 책정될 수밖에 없다.
비슷한 주제의 책이 15,000원이라면, 내 책은 18,000원~20,000원.
독자 입장에서 굳이 비싼 책을 선택할 이유가 있을까?


솔직히 말하면, 책을 내고 나서 기대했다.

그래도 한두 명은 사주겠지?

"축하해~!" 하면서 한 권쯤은 사줄 거라고 생각했다.

......

그런데 내가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몰랐다.

더군다나 내가 말을 해도 책을 한 권 사주는 사람은 아주 드물었다.


서점 오프라인 매장에 깔리는 것도 아니고, 출판사가 마케팅을 해주는 것도 아니고,

내가 아무것도 안 하면, 그냥 거기… 조용히… 방치된다.

책이 온라인 서점에 올라갔다고 해서, 사람들이 저절로 사는 건 아니었다.

아무도 모르는 책은 존재하지 않는 것과 다름없었다.

책을 내고 나니 깨달았다.


"책을 만든다는 것"과 "책을 판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이었다.

"나만을 위한 글"과 "누군가에게 닿는 글"도 전혀 달랐다.

내 이야기를 아는 사람이 없고, 내 책을 읽는 이가 없다면, 나는 과연 작가라 할 수 있을까?

나는 그저, 내 일기를 한 권의 책으로 묶었을 뿐이었다.


나는 자기만족으로, 내 책 한 권 소장하기 위해 책을 출판한 것이 아니었다.
나는 진짜 작가가 되고 싶었다.


무료출판으로 진짜 작가가 될 수 있을까?



나는 여전히 글을 쓰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 쓸 것이다.
POD 출판은 내 글을 세상에 내보내는 작은 시작이었고, 나는 이 경험을 발판 삼아, 진짜 작가가 되고 싶다.


그렇다면 이제, 두 번째 책은 어떻게 써야 할까?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읽게 만들 수 있을까?


이제 그 답을 찾아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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