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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보이 Feb 29. 2024

남편에게 쓰고, 나에게로 보낸 카톡.

위기의 부부


당신은 잊을만 하면 한 번씩 반복되는 출퇴근이 힘들다, 무의미하다, 이렇게 5년 10년을 살 생각을 하면 암담하다 말하고…

나는 그때마다 이게 다 내 탓인 거 같아, 아니 사실은 당신이 맞벌이를 못하는 내 탓을 하는 것만 같아, 자격지심인 줄 알면서도 반복해 말하는 두 가지가 운전면허랑 식당 알바야.

그런데 난 사실 운전면허를 딸 생각도 식당 알바를 할 자신도 없어.

도움이 되려고 뭐라도  해보려곤 했지만 잘 안되기도 했고, 그러다보니 이제는 그냥 말 뿐인 게 되어 버렸네.


여보 요즘 우리는 서로 창과 방패를 하나씩 손에 쥐고 서로를 대하는 느낌이야.

언제부터 왜 이렇게 됐을까…


두 사람 다 자신의 상황을 적극적으로 해결하려고 노력 하지 않으니 조금도 달라지는 건 없고, 그러다 보니 당신은 원망, 나는 자격지심이 각자의 레파토리가 되어 버린 건 아닐까?


나는 요즘 종종 내가 동떨어진 세상에 혼자 살고 있는 듯힌 느낌이 들어.

가깝게 지내던 친구, 심지어 형제자매와도 내 스스로 느끼는 괴리감 때문에 연락을 않고 있고  

가장 가깝다는 당신과는 반복되는 갈등으로 그 전처럼 함께 한다는 느낌이 안드니 말야.


근데 있잖아 여보,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 둘 다 문제는 스스로에게 있어.  

스스로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고 극복하려는 노력은 않고, 쉬이 자포자기 하며 내가 가지지 못한 것과 나를 힘들게 하는 것만 탓하고 있지 않나?


당신은 모르겠지만, 나는 그래.

그래서 나는 내가 참 싫다 요즘.  


그래서 나 달라지려고 해.

나는 내가 당신에게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게 늘 우리의 문제였고, 그래서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는 게 내 목표였는데...

그 목표가 잘못됐다는 걸 오늘에서야 깨달았어.

나는 당신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기 이전에, 온전한 나로 바로 서야만 해.    

그 누구와도 비교하지 않고 내가 만족하고 사랑할 수 있는 나로 말야.  

그 노력을 하다 보면, 언젠가는 당신에게도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될 수 있겠지.  


그 옛날 온통 열등감과 우울감에 휩싸인 쭈구리였던 내가, 당신을 만나고 당신으로 인해 빛이 나기 시작하면서 누구보다 (어찌 보면 당신보다도 더) 내 스스로를 사랑했던 것처럼…

나 다시 그때로 되돌아가 볼게.


그럼 나도 당신도, 지금보다 조금은 더 편해지지 않을까.

지켜봐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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