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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머핀 Dec 22. 2020

여행이란 무엇인가: 코로나 시대의 여행

여행이란 무엇인가, 여행을 왜 가는가. 나는 문득 그것이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기 위해 가는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모든 인간이 여행의 자유를 가지게 된 것은 생각보다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원래 나였다면 가보지 못했을 곳, 나였다면 살아보지 못했을 곳들을 떠돌아다니며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생을 엿본다. 우리는 이를 통해 우리의 방식이 아닌 다른 사람의 방식으로 인생을 이해해보게 된다.


 그렇게 엿본 생의 한 조각들은 우연히 그곳의 이름이나 풍경이 묘사된 장면들을 접할 때, 혹은 비슷한 묘사를 보고 그곳의 모습을 떠올릴 때 우리 머릿속에서 다시 살아난다. 최은영의 글에서 아일랜드를 읽을 때, 건지 감자 껍질 파이 문학회에서 런던과 바스를 읽을 때 나는 하민이 되고 줄리엣이 된다. 여행은 평소와 다른 곳에서의 나의 모습을 확인하고, 그런 모습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통해 서로 다른 경험과 삶을 연결해 하나의 것으로, 어떤 때는 두 배 이상의 것으로도 만들어 준다.


그러나 코로나의 시대에 여행을 떠날 곳은 과연 어디인가.  나는 책 속이라고 감히 그렇게 말해보고 싶다. 책장을 열어보라. 진짜 같지만 진짜가 아닌, 다른 이가 만들어 놓은 타인의 삶을 마음껏 구경하고, 그 사람의 방식으로 삶을 살 수 있는 무한의 세계로 미끄러져 내려가는 일이 여행이 아니라면 무엇이란 말인가.


  다음 휴가지를 고를 때의 설레는 마음으로 다음 읽을 책을 고르자. “이번 여행에서는 마음껏 쉬어야지” 또는 “최대한 많은 것을 보고 와야지” 하던 결심을 “이번 책은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면서 읽어야지” 또는 “이 책은 모든 서사를 꼼꼼히 읽어봐야지” 등의 것으로 바꾸자. 그러면 우리는 내가 늘 살아내는 우리 집에서 마음껏 다른 삶의 장면을 관조할 수 있다. 오늘 밤, 침대에서, 창가에서, 식탁에서 우리만의 여행을 떠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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