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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폰 해 주세요

배변 가리기와 커뮤니케이션으로 깊어진 정

by 리안천인

히마리가 기저귀를 뗀 지 얼마 되지 않아서의 일이다. 天仁네에서 놀다가 히마리가 소변을 보게 되어 아내가 화장지로 엉덩이를 닦아주었다. 그런데, 갑자기 “엄마는 폰폰 해 주는데, 이게 뭐야! “라며 울음 섞인 목소리로 화를 낸다. 뭔가 불편했던 모양이다. 폰폰? 아내도, 곁에 있던 天仁도 순간 당황스러웠다. “폰폰이 뭐야?”라고 다시 물었다. 그랬더니 성난 얼굴로 휴지를 받아 자기 엉덩이를 톡톡 두드린다.


엄마는 지그시 누르며 닦아주지 않고, 가볍게 톡톡 쳐 주시는구나. 아마 휴지가 아이의 연약한 피부를 자극할까 봐 그런 모양이다. “알았어. 다음부터는 폰폰해 줄게. 미안해. “ 라며 아내가 새로 휴지를 잘라 한번 더 톡톡해 주고, 옷을 입혔다. 그랬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깔깔거리며 뛰어논다. 히마리의 장점 중의 하나는 화가 났더라도 금방 잊어버리고 곧 밝아진다는 것이다.


작년 가을의 어느 주말에는 악어 미끄럼틀에서 놀다가 도서관으로 갔던 적이 있다. 막 도서관 키즈룸에 도착했는데 히마리가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한다. 타이밍이 좋았다 싶다. 새로 지은 도서관이라 놀이터의 화장실보다 깨끗하고 넓기 때문이다. 급히 화장실로 데리고 가 빨리 변기를 소독제로 닦고 앉혔다. 그리고, 변기에 빠지거나 떨어지지 않도록 몸을 잡았다. 그런데, 히마리가 “혼자서도 앉을 수 있으니 잡지 말라”라고 한다.


히마리는 몸을 변기 앞쪽으로 당겨 앉고, 양손으로 뒤쪽 변좌를 잡았다. 넘어질 염려 없이 안전해 보인다. 어제 어린이집에서 배웠다고 한다. 외출 중 화장실에 갈 수도 있기 때문에 어른용 변기에 않는 방법을 가르친 것은 매우 잘한 일로 생각된다. 그다음부터는 어른 변기도 곧잘 사용하게 되었다.


일본의 어린이집에도 아이들의 ‘배변 훈련(toilet training)’이 매뉴얼화되어 있다. 말을 할 줄 아는 나이가 되면 먼저 배변 용어부터 가르친다. 그래야 의사를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유아어로는 오줌을 오싯코(おしっこ), 대변을 응코(うんこ)라고 한다. 우리말로 쉬, 응가와 같은 말이다. 그다음에는 화장실이 안심되는 장소라고 가르친다. 히마리도 그랬다. 天仁네의 밝고 깨끗한 화장실에서 도깨비가 나올 것 같다며 들어가지 않으려고 했던 적이 있다.


다음엔 화장실에서 배변을 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 준다. 그리고, 변기에 흥미를 갖게 한다. 히마리가 배변 훈련을 시작했을 때 天仁네에도 어른 변기에 놓고 사용할 수 있는 탈착식 유아용 변기커버를 바로 준비했다. 히마리가 좋아하는 미피(miffy) 캐릭터 변기로 골랐다. 그런데, 히마리는 天仁네 유아용 변기를 몇 달 사용하지도 않고 곧 성인용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전에는 너무 열심히 노느라 화장실에 가고 싶다는 표현을 늦게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젠 요의(尿意)가 느껴지면 곧바로 의사를 전달한다.


사실 처음 히마리가 놀러 오게 되었을 때는 만 3살이 채 되기 전이어서 기저귀를 하고 있었다. 한 번은 잘 놀고 있다가 갑자기 얼굴 표정이 일그러지며 “기분이 나빠(気持ち悪い)”라고 한다. 무슨 일인지 확인해 보니 기저귀에 응가를 한 것이었다. 양도 어른만큼이나 많았다. 급히 욕실로 데려가 기저귀를 벗기고 아내가 씻기는 사이 아이 엄마에게 연락했다. 그리고, 기저귀를 받아와 갈아주었다. 그 이후로는 늘 비상용 기저귀를 준비하고, 외출 때는 가지고 다녔다. 그랬던 것이 이제는 비상용 내의를 준비하여 외출한다. 곧 내의를 준비할 필요도 없어질 것이다.


실수로 아이를 힘들게 했던 적도 있다. 집에서 응가를 했는데 닦아주니 휴지에 변이 조금 묻어났다. 그래서 무심코 옆에 있던 휴대용 물티슈로 엉덩이를 한 번 더 닦아주었다. 그랬는데 조금 있다가 노는 중에 엉덩이가 따갑다는 것이다. 너무 자세히 보기도 그래서 변이 아직 묻어 있나 싶어 샤워하듯이 온수로 다시 한번 씻어 주었다. 씻을 때는 좋다고 하더니 조금 있다가 다시 따갑다고 하며 울상이 되었다. 엄마에게 데려다줄까라고 물었더니 집에 돌아가겠다고 한다. 히마리가 놀다가 먼저 집에 가겠다고 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아이를 데려다주며 엄마에게도 충분히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아무래도 이상해서 집으로 돌아와 물티슈의 성분을 확인해 보았다. 아뿔싸, 멘톨이 함유되어 있었다. 코로나 소독제여서 그랬던 모양이다. 파파오지상 실수로 아이를 고생시키는구나. 미안해 히마리 짱. 곧바로 마리코 씨에게 연락했다. 다행히 금방 괜찮아진 히마리는 다시 와서 잘 놀다 갔다. 이후 天仁네에 있는 물티슈는 모두 함유 성분을 확인하였다. 그리고, 어른용은 모두 현관 입구의 손소독제 보관 장소로 자리를 옮겼다. 히마리가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과 식탁에는 천연 재료로 만든 유아용 물티슈로 바꾸었다.


아파트 화단에 오줌을 누인 일도 있었다. 오후 5시쯤 아파트 건물과 건물 사이의 미끄럼틀에서 놀고 있었는데, 갑자기 소변이 마렵다고 한다. 화장실까지 가려면 꽤 거리가 멀다. 할 수 없이 안고 앉아서 아파트 화단의 구석에서 뉘었다. 혹시라도 아이가 부끄러워하거나, 배운 것과 다르다고 할까 봐 설명도 덧붙였다. “본래는 화단에서 오줌을 누면 안 되지만, 지금처럼 화장실이 너무 멀어 급할 때, 히마리처럼 어린아이들은 괜찮아.” 그리고는 다시 씩씩하게 잘 뛰어놀았다. 한국에 비해 1시간 쯤 해가 빨리 지는 겨울에는 오후 5시가 되면 '아이들은 빨리 귀가하라'는 구청의 방송[유야케방송, 夕焼け放送]이 흘러나오고 아이들은 다 집에 들어가서 아파트 안은 인적이 드물어진다.


화제가 달라지지만 엄마가 히마리를 케어해 주는 방법에 대한 에피소드가 하나 더 있다. 天仁네에 준비해 둔 히마리 칫솔로 처음 양치를 했을 때이다. 혼자서도 잘하길래 칭찬해 주면서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정도 양치 후에 갑자기 칫솔을 天仁에게 주면서 바닥에 벌렁 드러눕는 것이 아닌가. 그러더니 엄마가 해 주는 것처럼 어금니와 안쪽을 칫솔질을 해 달라고 한다. 그다음부터는 히마리가 어느 정도 칫솔질을 하고 나면 늘 天仁의 무릎에 눕히고 입 속 깊은 곳을 꼼꼼히 칫솔질한 후 입을 헹구도록 하고 있다.


이렇게 작은 것도 하나씩 소통하고, 서로 이해하고, 호흡을 맞추어 가며 그만큼 정도 깊어어 갔다. 히마리는 조금 더 크면 혼자서 옷도 내리고, 변기에 앉고, 뒤처리까지 하게 될 것이다. 히마리가 하루가 다르게 커 가는 중요한 성장 과정을 함께 할 수 있음에 늘 감사하고 있다.


주) 폰폰 : 톡톡, 토닥토닥 두드리는 모양 또는 그 소리(ぽんぽん: つづけて 軽くたたくさま; または, その 音)


세 살 생일 기념으로 天仁이 선물한 백팩. 히마리의 주말 외출용이다. 손수건, 티슈, 물티슈, 타월, 비상용 기저귀 등을 넣어 다닌다. 요즘 기저귀는 내의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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