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히마리 짱, 이제부터 한국어로 놀아볼까?

4살 일본 아이 놀면서 한국어 배우기

by 리안천인

“일본말도 잘하고, 한국말도 할 줄 아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파파오지상이 텐트에 숨어 있는 것 같아~“

지난 주말 히마리와 숨바꼭질을 할 때 술래가 되었던 히마리가 한 말이다. 이 말을 들은 天仁은 매우 기뻤다. 사실 얼마 전부터 히마리에게 놀이처럼 한글을 조금씩 가르치고 있는데, 별로 내색을 하지 않던 녀석이 이젠 일본어, 한국어가 다른 말이라는 것은 이해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서울에 계신 아빠와 떨어져 살고 있지만, 머지않아 이사하여 함께 살게 될 것이니 당연히 한국어를 익혀 둘 필요가 있다. 어린 아이라 한국에 가면 주변 환경뿐만 아니라 한국어에도 빠르게 적응할 것이다. 그러나 네이티브 스피커 天仁 선생님이 바로 곁에 있는데 미리 한국말을 공부해 두면 더 좋지 않겠는가. 그래서 놀이처럼 히마리에게 간단한 인사부터 유치원이나 놀 때 필요한 한국어 단어부터 가르치고 있었다.


AI 시대에도 외국어 학습은 필요


글로벌 시대, 자동번역기, 챗 GPT 등 AI가 급속히 발전해 나가고는 있는 지금, 히마리가 살아갈 세상은 외국어를 전혀 몰라도 불편하지 않은 시대가 될 것이다. 그러나, 원하는 정보를 빠르게 수집하고, 인간관계, 비즈니스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외국어는 습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天仁의 지론이다. 국제경영을 전공하고 일본어, 영어, 중국어권의 나라들과 무역을 해 온 경험에서 보면 그렇다. 국제경영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현지화라고 생각한다.


天仁은 회사에서 사내 일본어 강사를 하기도 했지만, 일본인들에게 한글을 알려준 적도 많다. 자음과 모음, 글자의 조성에 대해 30분 정도 설명하면, 외우지는 못하더라도 발음 기호를 보면서 한글을 읽을 줄은 알게 된다. 그리고, 과학적인 한글의 조성 방법에 모두 깜짝 놀란다. ㄱ~ㅎ 자음 14개, ㄲ, ㄸ 등 쌍자음 5개, ㄳ, ㄵ, ㄶ 등 겹받침 11개, ㅏ~ㅣ 모음 10개, ㅐ~ㅟ 중모음 11개가 자음+모음의 이분법, 자음+모음+자음의 삼분법으로 만들 수 있는 글자 수가 1만 개가 넘고, 실제 사용할 수 있는 글자 수가 2,940나 된다고 설명하면 대단한 문자라고 모두들 놀란다. 발음의 폭이 넓다고 놀라지만 히라가나 발음이 습관화되어 받침 발음을 어려워한다.


天仁이 한국어를 공부하는 일본인들에게 제일 먼저 해 주는 조언은 ‘히라가나 식으로 발음하지 말고, 네이티브의 발음을 그대로 흉내 낼 것’이다. 왜냐하면 일본에서는 외국어를 히라가나에 맞춰 발음하고 있어서 실제 원어의 발음과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커피는 ‘고히 コ-ヒ- coffee’, 택시는 '다쿠시 タクシー Taxi', 파이낸싱은 '화이난싱구 ファイナンシング Financing', 맥도널드는 '마쿠도나루도 マクドナルド McDonald's' 같은 것들이다. 쉬운 영어도 일본어식으로 발음하면 외국인들은 알아듣기 어렵다. 일본어 비전공자인 天仁이 처음 일본어를 공부할 때 어려웠단 것 중의 하나가 영어를 히라가나 식으로 표기하고 발음하는 것으로 많은 시간을 허비했던 경험이 있다.

네이티브의 발음을 흉내 내자


또, 한국어는 자음과 모음의 이분법으로 만드는 일본어에 비해 받침이 있고, 히라가나 보다 발음의 폭이 넓어서 일본인들이 배우기에는 어려운 면이 없지는 않다. 그래서 김치를 ‘기무치 キムチ’, 안녕하십니까를 ‘안뇽하시무니까 アンニョンハシムニカ’ 라골 발음하지만 그래서는 절대로 한국말을 잘할 수 없다고 충고한다.


天仁이 볼 때 히마리는 나이에 비해 언어능력이 상당히 뛰어난 아이다. 아직 4살이지만 상황을 설명하고 표현하는 능력, 친구나 주변 사람들에 대한 적극적인 사회성을 보면 그렇게 느껴진다. 일본어를 읽을 수 있지만 아직 어린 히마리에게 무리하게 한국어를 가르치면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히라가나로 발음할 수 있는 한국어 단어들부터 시작하여, 발음이 어렵더라도 받침이 있는 단어를 가르쳐 보기로 했다. 처음에는 받침이 있는 단어들을 발음하기 힘들어했지만 그래도 곧잘 따라 한다.


아직 글자를 가르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해, 친구들과 놀거나 유치원에서 사용할만한 단어부터 먼저 가르쳤다. 우선 ‘사랑해, 엄마, 아빠, 동생, 쉬, 응가, 똥, 화장실, 치카치카’ 등의 유아 단어부터 익히기 시작했다. 특히 오고 갈 때의 인사, 간식을 먹을 때는 한국말을 쓰도록 시켰다. ‘안녕하세요, 안녕히 가세요, 안녕,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 우유 주세요, 주스, 많이, 더’ 등 天仁네에서 놀면서 사용하는 말들은 한국어로 말하기로 규칙을 정했다.


좀 더 본격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준비도 했다. 한글 교육에 대해 알아보던 중 ‘동경한국교육원’이라는 곳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교육부에서 재외 국민과 현지인들에게 한국어를 확대하기 위해 각 나라에 파견한 곳이라고 한다. 마침 콘텐츠 관련 비즈니스 업무 협의 때문에 방문했던 한국센터에 교육원 사무실이 있어서 들리기도 했다. 원장님은 교육부에서 파견 나오신 분인데, 인연이었던지 마침 天仁이 졸업한 부산의 초등학교에서도 교편을 잡으셨던 분이셨다. 덕분에 한글교재, 온라인 한글강좌, 민단 한글교실 등 한국어 강좌에 관한 정보 및 자료도 많이 얻었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한글 교재도 구했기에, 색깔, 모양, 문구류, 유치원 생활, 숫자, 동물, 곤충, 탈것, 악기, 생활 물건의 이름을 그림들을 보면서 본격적으로 한국어를 공부할 수 있게 되었다. 아직 어리고, 天仁과 너무 친해졌다 보니 함께 공부하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다. 그래서 민단에서 운영하는 한글교실, 토요 한국학교에도 데리고 가 볼 생각이다. 실제로 한국말만 사용하는 또래의 아이들을 만나면 함께 놀기 위해서라도 한국어를 공부해야 할 필요성도 더 느끼지 않을까.


스트레스를 피할 수는 없겠지만, 히마리가 당장 한국에 가더라도 크게 걱정이 되지는 않는다. 아이들은 언어 습득이 매우 빠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히마리가 한국어를 더 많이 익혀서 서울에 가더라도 적응이 빠르고 조금이라도 더 편해지기를 바란다.



어제 '23.2.23(목) 일본은 휴일이었다. 天仁네에서 하루 종일 놀다 간 히마리 짱이 처음으로 한국어에 대한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친구를 만나면 어떻게 인사해야 돼? 友達に会ったらどう挨拶すればいいの?

・친구에게 함께 놀자고 하려면 한국어로 뭐라고 해야 돼? 友達と一緒に遊びたい時は韓国語で何て言えばいいの?


놀이 감각으로 시작한 한국어 공부. 글자를 익히기 보다는 히마리가 생활하면서 사용할 만한 단어를 먼저 배우기로 했다.


keyword
이전 05화폰폰 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