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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학교 1학년 아이가 등교를 거부합니다.

일본 등교거부 아이들 위해 COCOLO 플랜 운영 중

by 리안천인

올해 소학교에 입학한 지인의 아들 요우스케 군이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하여 지인이 걱정이 많다. 엄마 아빠가 모두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아이가 학교에 가지 않으면 우선 평일 낮시간 아이의 케어 문제부터 생긴다. 처음 아이가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했던 날에는 아이 엄마가 직장을 하루 쉬었다고 하는데 같은 일이 반복되니 계속 그렇게 대응할 수도 없다. 요즘은 궁여지책으로 집안을 핸드폰으로 볼 수 있도록 감시 카메라로 설치해 놓고, 밖에서 문을 잠가둔 채 직장에 나간다고 한다.


매일 학교 앞까지 데려다주는 아빠가 요우스케 군과 여러 차례 이야기를 해봤지만 학교에 가고 싶지 않은 이유를 속시원히 이야기하지는 않는 모양이다. 담임 선생님을 만나 상담도 했지만 도움이 될만한 결과는 없었다고 한다. 문부과학성이 주관하여 매주 금요일 '스쿨 카운슬러'**가 학교에 오시지만 아이가 학교에 잘 나가지 않으니 상담 기회조차 갖지 못하고 있다. 지인은 아이가 글자를 적는 것이 친구들보다 늦다는 열등감이 가장 큰 원인이 아닌지 짐작하고 있다. 또, 놀이중심의 유치원 생활에 비해 공부를 중심으로 하는 학교 생활이 너무 타이트하다고 느껴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여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한다.


지난 주말에 히마리​네를 만나 식사를 하던 중에 이 이야기를 꺼냈더니 소학교 2학년인 히마리네 가까운 친척 아이도 등교를 거부하고 있다고 한다. 신문 기자인 히마리 아빠도 등교거부에 대해 취재했던 적이 있다고 하는데, 의외로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은 것에 깜짝 놀랐다. 그러다 보니 등교를 거부하는 아이들 문제 해결을 위해 일본 문부과학성에서는 '누구 하나 뒤처지지 않는 배움의 보장한다'는 슬로건으로 'COCOLO 플랜***'을 가동 중이다.


COCOLO 플랜을 잠깐 들여다보니 2024년 등교를 거부하는 소학교 아이들은 137,704 명으로 전체 학생 수의 2.3%이다. 전년 대비 7,334 명이 늘었고, 12년 연속 증가하는 경향이다. 아이들이 등교를 거부하는 주요 원인과 배경은 '학업부진, 인간관계(왕따, 친구·교사와의 궁합), 학교환경 부적응 등의 학교생활'이 가장 큰 이유이고, '불안, 기분저하, 무기력 등의 심리적·정서적 이유', '주원인을 특정하기 어려운 복합적인 이유'와 '발달장애, 즉 학습장애(LD)나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등 학습이나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어 등교를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


문부과학성은 등교 거부의 주된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인식하고 있다. ①'심리적 부담과 고립감'. 불안·억울·자기부정감 등이 강해져 가정 내에서도 고립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②학교에 가지 못해 학력 격차가 벌어져 진학이나 취직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는 '학습 기회의 상실'. ③ 보호자의 일이나 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는 '가정의 부담 증가' ④'사회적 편견과 오해'로 본인이나 가족의 자기 긍정감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문제 해결을 위해 COCOLO 플랜은 학교 내·외의 여러 가지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먼저 '학교 밖의 배움터'를 준비하고 있다. 이들의 학교 복귀를 목표로 하기보다는 안심하고 배울 수 있는 장소인 교육지원센터(적응지도교실)를 운영한다. 학습, 상담, 체험 활동 등을 제공하는 프리 스쿨을 운영하고, ICT를 활용한 지원, 가정 방문 등의 지원 플랜을 준비해 두고 있다. 둘째, '심리적 지원과 관계성의 재구축'이다. 스쿨 카운슬러·심리사를 통해 아이들의 불안과 갈등을 해소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 보호자에 대한 정보 제공이나 상담을 지원하여 가정과의 연계 강화한다. 그리고, '사회적 자립'에 대해 지원한다. 통신제 고교나 고졸 인정 시험 등의 진학과 취업 지원하고, 복지·의료·NPO 등의 부문에서 지역과 연계하여 포괄적인 지원체제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요우스케 군과 같은 나이로 올해 1학년이 된 히마리는 다행히 학교에 잘 적응하고 있다. '잘했어요 [できる]'와 '노력합시다 [がんばろう]'의 두 단계로 평가하는 1학기 통지표는 평가 전항목을 '잘했어요 [できる]'를 받았다. 특히 담임선생님의 소견란에는 '글씨를 예쁘게 적는다'는 코멘트가 있었다. 히마리네와는 매달 한 번씩 가족이 모여 식사를 하고 있는데, 지난달부터는 가족 식사 후에 가족들은 집으로 돌아가고, 히마리 혼자 天仁네에 와서 놀다 간다. 지난주에는 식사 후 天仁네로 오는 길에 "켄다마를 갖고 싶은데 엄마가 파는 곳을 찾지 못했다"라고 해서 마트에 들러 사 줬더니 실력이 일취월장하고 있다. 집중력이 좋은 결과인데, 그 집중력으로 학교 공부도 잘 해내고 있다. 3살 때부터 그림 동화책을 많이 읽었던 덕에 국어는 당연히 잘하고 있고, 산수도 수준 이상으로 잘한다. 놀면서 더하기 곱하기 문제를 내 보라고 해서 함께 해 봤더니 구구단을 완전히 외우지는 못하지만 아직 1학년 생이 곱셈의 원리를 다 이해하고 있어 깜짝 놀랐다.


요우스케 군은 아직 어린데 얼마나 힘이 들까? 아이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고, 작은 일이더라도 요우스케 군의 노력에 대해 구체적으로 칭찬해 주고 인정해 주어서 자기 긍정감을 높여 주었으면 좋겠다. 조급하게 서두르지도 말고, 아이가 주눅 들지 않도록 잘 다독여서 요우스케 군과 가족들이 어려운 시기를 잘 이겨냈으면 좋겠다.

주)

* 등교거부는 일본어로 후토코 [不登校]라고 한다. 문부과학성은 등교거부를 '어떤 심리적, 정서적, 신체적 혹은 사회적 요인·배경에 의해, 등교하지 않거나 하고 싶지도 않은 상황에 있기 때문에 연간 30일 이상 결석한 사람 중, 질병이나 경제적인 이유에 의한 사람을 제외한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 스쿨 카운슬러: 문부 과학성은 공인 심리사, 임상 심리사, 정신과 의사 또는 그에 준하는 전문 지식·경험이 있는 사람을 스쿨 카운슬러로 채용하고 있다. 스쿨 카운슬러의 역할은 아이들의 마음을 케어하고, 보호자나 교직원으로부터의 상담 대응, 학교 전체의 교육 상담 체제에의 공헌 등이다. 구체적으로 등교거부, 왕따, 발달상의 과제를 안고 있는 아동에게 카운슬링이나 조언, 보호자나 교원에의 전문적인 컨설팅, 연수의 실시, 사건·사고 발생 시의 긴급 대응 등을 담당한다.


*** COCOLO 플랜: 'Comfortable, Customized and Optimized Locations of learning'의 약자로 '편안하고 개별화된 최적의 배움의 장소'를 의미한다. COCOLO의 일본어의 마음[고코로(こころ), 心]과도 발음이 같다.


COCOLO 플랜은 학교 복귀를 목표로 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최적의 배움을 보장하는 등교거부 지원 전국적인 지침이다.


‘24년 등교를 거부하는 소학교 아이들은 137,704 명으로 전체 학생 수의 2.3%. 전년 대비 7,334 명이 늘었고, 12년 연속 증가하는 경향이다.


소학교 1학년 1학기 통지표. 1학기에는 ’잘했어요, 노력합시다‘의 두 단계로 평가한다.
히마리가 놀다가 적은 한자. 소학교 1학년은 80자의 한자를 배우고, 6년간 1,026자를 공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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